월드 스누커(World Snooker) 관계자는 이대규(인천체육회)의 Q스쿨 도전에 대해 "스누커 인프라가 약한 한국 선수에서 실력이 있는 어린 선수가 성장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가 잉글랜드까지 와서 Q스쿨에 도전한다는 사실을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이대규의 월드 스누커 Q스쿨 도전은 잉글랜드 현지의 반응처럼 결과보다 그 과정이 더 뜻깊은 의미 있는 도전이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한국은 스누커 불모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선뜻 스누커 큐를 잡기가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는 우리돈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금이 걸린 프로 투어가 있다고는 해도, 인프라가 없는 한국에서 스누커는 그저 다른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국에서 스누커 큐를 잡으면 주목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원도 거의 없다. 그래서 스누커 선수는 한국의 주 종목인 캐롬에 비해 턱없이 수가 적다. 

연습할 수 있는 스누커 당구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스누커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한국 스누커의 현실이다.

당구선수가 되려면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스누커를 칠 바에야 언제 어디서든 쉽게 연습할 수 있는 캐롬을 하는 게 낫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고, 또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비교적 쉽게 겨루어볼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3쿠션을 치는 것이 스스로 세운 목표에 더 빨리 그리고 더 높이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한국에서 어린 나이에 스누커를 시작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세계 스누커판을 뒤흔들고 있는 이웃 나라 중국 선수들은 점점 연령대가 낮아져서 10대 후반의 어린 선수들이 수백억 원의 상금이 걸린 프로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당구선수를 꿈꾸는 같은 또래의 학생에게 스누커를 해보라고 권유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대규(23·인천체육회)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 스누커 큐를 잡았다. 아무 지원이 없고, 주변의 관심이 부족해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하게 한자리에서 큐를 들었다.

나날이 성장한 이대규는 어느 순간 한국을 대표하는 스누커 선수가 되었고, 지금 한국 당구선수 중 최초로 '월드 스누커(World Snooker)' 무대에 도전하는 역사적인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이대규의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은 당연히 있다. 16살에 처음 이대규의 손에 큐를 들려준 것은 다름 아닌 부모님이었다.

이대규 어머니는 당시를 떠올리며 "사실 그때만 해도 당구라는 종목 자체를 아이의 미래로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많이 고민스러운 때였다. 그러나 당구는 틈새 종목이라고 생각했다. 비집고 나갈 수 있는 틈새가 있고 전망도 밝았다"라고 말했다.

또 스누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스누커는 거의 인프라가 없었다. 그런데 눈을 돌려 밖으로 나가보니 우리가 아는 당구랑 스누커는 전혀 달랐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지만, 외국에서는 프로리그가 있는 매력적이고 인기 있는 종목이었다"라고 밝혔다.

이대규는 부모님의 권유로 지난 2011년 열여섯 살의 나이로 당구에 입문했다. 그리고 1년 뒤 중국 진저우로 스누커를 배우기 위해 홀로 떠났다.

중국 스누커 선수 찐룽에게 개인 레슨을 받으며 다음 해인 2013년 북경스누커아카데미를 수료했고, 2015년에는 광저우로 넘어가서 위라카스누커아카데미를 수료했다.

이대규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6년에 태국으로 건너가 CBSA스누커아카데미 교육을 마쳤다.

지난해 다시 중국 북경스누커아카데미로 돌아온 이대규는 서서히 월드 스누커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마침내 월드 스누커가 열리는 잉글랜드 셰필드로 날아갔다.

이대규는 중국이 잉글랜드 현지에서 스누커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빅토리아스누커아카데미에서 '월드 스누커 Q스쿨' 참가 준비를 했고, 마침내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어려운 도전을 하기까지 이대규는 스스로 길을 찾았다. 

이대규가 중국 선수를 꺾고 두 번째 승리를 거둔 직후 <빌리어즈>에서는 월드 스누커 관계자에게 한국 선수 중 역사적인 첫 도전을 한 이대규의 소식을 전했다.

과거부터 '당구 강국' 대한민국의 참여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월드 스누커 관계자는 적잖이 놀라움을 나타냈다.

현지에서 이대규의 경기 모습을 본 여러 관계자들이 스누커 인프라가 약한 한국에서 실력이 있는 어린 선수가 성장했다는 사실을 놀라워했고, 또 "잉글랜드까지 와서 Q스쿨에 도전한다는 사실을 환영한다"는 의견을 필자에게 전달했다.

다른 관계자도 "처음이 어려운 것인데 이대규가 시작했다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이대규의 의미 있는 도전을 통해 한국이 중국과 함께 아시아 스누커의 발전을 견인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히려 한국보다 잉글랜드에서 받아들이는 반응이 더 뜨거웠다.

스누커 불모지 한국의 어린 당구선수가 스누커 프로 무대에 도전한다는 사실은 세계 스누커 역사에 매우 값진 도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80년대 후반 홀로 유럽으로 넘어가 3쿠션 당구월드컵에 도전했던 '당구 전설' 고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과 2000년대 중반에 지금의 한국 캐롬을 견인한 '당구왕' 고 김경률의 뜻깊은 도전을 우리는 기억한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지금 이대규의 도전도 한국 당구와 세계 당구 역사에 영원히 남을 뜻깊은 도전이다.

현지의 반응처럼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더 의미 있는 도전이다.

이대규의 월드 스누커 Q스쿨 도전에 한국 당구 관계자들과 당구 팬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응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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