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本色] "5분 안에 코줌과 협의 끝내라" UMB의 치욕적인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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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本色] "5분 안에 코줌과 협의 끝내라" UMB의 치욕적인 통보
  • 김주석 편집장
  • 승인 2018.05.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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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기자가 알고 있던 세계캐롬연맹(UMB) 회장 파룩 바르키가 한 말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바르키는 한국과 3쿠션 당구월드컵 등 여러 세계당구대회를 유치하며 인연을 맺어 다수의 한국 당구인들과 친근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과 대회개최권을 둘러싼 분쟁을 벌이면서 그가 한국 당구의 수장인 남 회장에게 던진 문장 하나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였고,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지난 4월 23일 열린 임원 연석 간담회에서 남삼현 회장은 성토했다.

그는 어떻게 UMB 연간 대회 스케줄에서 청주 월드컵과 LG 유플러스컵 등의 대회가 빠지게 되었냐는 임원들의 질문에 그동안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 

"5분 안에 코줌과 협의를 끝내라. 그렇지 않으면 한국 대회는 UMB 스케줄에서 내려가게 될 것이다"

남 회장은 바르키 회장이 5분이라는 시간을 주고 코줌과 협상을 종용했다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5분이라니.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기자는 귀가 의심스러웠다.

"도저히 내가 자존심이 상해서..."

그때를 떠올리던 남 회장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화를 억누르기 위해 여러 번 심호흡했다.
 

지난 4월 23일 열린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임원 연석 간담회장. 빌리어즈 자료사진

"이런 UMB의 처사는 한국 당구를 무시하는 거다. 여러분, 나는 대한당구연맹의 회장으로서 한국 당구의 자존심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UMB의 부당한 규정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라며 이사들을 설득했다.

회장이 이사들을 설득시키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실무진인 이사들이 회장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남 회장이 이사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이사들은 남 회장에게 목소리를 높여 '책임론'을 운운했다.

분명히 무언가 비정상적인 상황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이사들이 강경책이 아닌 유화책의 다른 방향을 제시하려면 이번 분쟁사태로 몸과 마음이 가장 고생하고 있는 남 회장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게 순리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남 회장이 이사들을 설득하기에 바빴다. 

한국 당구를 대표하는 수장에게 "5분 안에 코줌과 협의하라"는 UMB 회장의 치욕적인 통보를 전해 듣고도, 간담회에서 UMB에 대해 항의하는 의견을 낸 임원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실무진 이사들은 남 회장에게 책임을 지라며 따졌다.

간담회에 이어진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한목소리로 남 회장에게 "코줌과의 대화"를 종용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남 회장님이 저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나"라는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며 남 회장을 궁지에 몰았다.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누가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중에 "아니, 당구연맹이 왜 코줌과 대화를 해야 하나"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사는 딱 한 명 있었다.

대다수의 이사들은 '남 회장의 책임론'까지 운운하며 압박했고, 결론은 "코줌과 대화하는 것"으로 내렸다.

다음 날 코줌은 이런 대한당구연맹 이사회의 결정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창피한 일이다.

코줌이 대한당구연맹 이사회의 결정을 돌려보내며 "우리는 UMB-KBF 싸움과 관계가 없다"는 식의 성명서를 국내 언론사에 공개하면서 한국 당구는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일련의 사태에서 UMB를 비롯한 관련자들은 한국 당구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건드렸다. 현 대한당구연맹 이사들은 왜 식물이사 소리를 듣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이런 치욕적인 일을 당하고도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얽혀 오히려 남 회장에게 멍에를 씌우고 있는 말도 안 되는 현실에서 당구연맹 이사들이 지위를 이용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만약 남 회장이 저런 치욕적인 말을 듣고도 한국 당구의 권리와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UMB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 했다면, 이사들이 지금처럼 강하게 항의를 해도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한국 당구를 지키겠다는 남 회장에게 반대로 이사들이 "왜 UMB와 코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냐, 한국에서 대회개최권을 왜 UMB에 넘겨주지 않냐"라며 따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 체육기관과 세계 종목협회의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체육기관인 대한당구연맹이 사기업 코줌과 협의하는 것은 이치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 당구와 대한당구연맹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이사들이, 그동안 다른 사안에는 별 관심도 갖지 않아서 이사회는 1년에 한 번 개최한 이사들이 지금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정관 제15조 제3항에 "연맹의 장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소집요구가 있을 때는 10일 이내에 이사회를 소집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제3항의 1에는 "재적 이사의 과반수가 회의목적을 제시하고 소집을 요구한 때"라고 적시했다.

남 회장이 이사회를 소집해주지 않아도 이사들이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다.

과연 누가 이번 분쟁사태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남 회장에게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는지, 실제로 이사회 개최를 위해 이사 과반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했는지 돌아보고 지금 남 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해야 인지상정이다.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남 회장을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당구연맹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고 있는 등기이사의 한 사람으로 과연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치욕적인 UMB의 '5분 발언'과 코줌 성명의 국제적 망신을 사고도 항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한국 당구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들추고 있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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