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집중력 모두 따라준 대회"…드디어 방송 경기 징크스 깼다
학업·당구 병행 비결? “성실함"…“김가영·피아비처럼 애버리지 1점대 넘기고 싶어”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 캐롬 3쿠션 여자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허채원이 우승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양구/이용휘 기자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 캐롬 3쿠션 여자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허채원이 우승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양구/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양구/김민영 기자] ‘디펜딩 챔피언’ 허채원(한체대)이 대한체육회장배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강원도 양구에서만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양구의 딸’, ‘양구 여왕’이라는 별명을 다시 한번 증명한 허채원은 익숙한 경기 환경과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그리고 운까지 더해지며 스스로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평가할 만큼 완성도 높은 경기를 펼쳤다.

“두 번 연속 우승…디펜딩 챔피언으로 더 뜻깊다”

허채원은 우승 직후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2연패를 이뤄 더 뜻깊다”라고 웃음 지었다.

양구에서 유독 강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뛰던 경기장이라 환경이 익숙하다. 진짜 ‘양구의 딸’이 맞나 보다(웃음)”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밝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는 허채원.
밝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는 허채원.

이번 대회에서는 강력한 우승 경쟁자인 김하은(남양주)·최봄이(김포시청)·박세정(경북)이 모두 예선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있었다. 허채원은 이를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했다.

“우승은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행운의 샷도 많았고, 전체적으로 운이 많이 따라온 경기였다. 이 선수들은 늘 승률이 5:5 정도인데 세 명이 동시에 예선에서 탈락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이 더 컸다…방심하면 떨어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

강력한 라이벌들이 빠졌지만, 오히려 부담은 더 커졌다.

“셋이 없는 상황에서 나까지 떨어지면 안 된다는 압박이 컸다. 또 자만하다가 초반 라운드에서 탈락한 경험이 많아서 이번에는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우승 후 관중석을 향해 환호하고 있는 허채원.
우승 후 관중석을 향해 환호하고 있는 허채원.

허채원은 8강 이희수전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진짜 너무 안 맞았다. 연습한 게 하나도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때가 가장 불안했다.”

학업·경기 병행 비결? “성실함이 내 무기”

한체대 재학생인 허채원은 ‘과탑 당구선수’로도 유명하다.

“비결은 성실함이다. 시험 100점보다 출석 100%가 더 중요했다. 잠을 못 자도 학교는 무조건 갔다. 그 성실함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이번 대회 경기력에 대해 그는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평가했다.

“예선에서는 잘 치다가도 방송카메라 앞만 가면 늘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준결승과 결승 모두 애버리지 1점대 이상을 기록해 드디어 한풀이를 한 것 같다.”

최다영과 결승전에서 대결하고 있는 허채원.
최다영과 결승전에서 대결하고 있는 허채원.

목표는 ‘애버리지 1점대’…“김가영·스롱 피아비처럼 되고 싶어” 

허채원은 앞으로의 목표로 ‘그랜드 애버리지 1점대’를 꼽았다.

“꾸준하게 애버리지 1점 이상을 유지하고 싶다. 여자 선수 중 애버리지 1점대를 유지하는 선수는 김가영·스롱 피아비 정도인데, 나도 그 수준에 도달하고 싶다.”

또 복식전 출전이 드문 이유에 대해서는 “나가고 싶은데 파트너가 없다. 예전에 윤도영 선수와 한 번 뛰었는데 잘 못했다(웃음). 고를 수 있다면 조명우 선수와 함께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선 허채원과 시상자 대한당구연맹의 서수길 회장.
시상식에 선 허채원과 시상자 대한당구연맹의 서수길 회장.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그는 당구에 전념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학원 진학 의사를 밝혔다.

“엄마가 ‘학교 안 가고 당구만 했으면 지금보다 못했을 것’이라고 항상 말씀하신다. 나도 학업과 당구를 병행하는 게 오히려 좋은 시너지를 준다고 느낀다.”

“내년엔 세계선수권 출전과 국내랭킹 1위 탈환”

올해 국토정중앙배–아시아캐롬선수권–대한체육회장배를 모두 우승하며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허채원은 다음 목표를 세계선수권대회로 정했다. 

“3년 연속 세계선수권 출전권 바로 앞에서 탈락했다. 내년에는 꼭 출전할 수 있도록 랭킹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리고 국내랭킹 1위도 다시 되찾고 싶다.”


(사진=양구/이용휘 기자)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