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안탈리아 3쿠션 당구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한 조재호(서울시청)는 당구선수와 당구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모름지기 세계 최강의 공격수다.
평소 조재호의 시원시원한 공격형 플레이는 당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TV를 통해 봐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조재호는 이번 안탈리아 당구월드컵에서 그 사실을 보란 듯이 입증하고 있다. 최종예선부터 8강까지 그는 빠르고 정확한 플레이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등 당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보통 3쿠션 종목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공격형 당구가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다.
경기 중 어느 한 선수가 수비를 남발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이 아무리 파이팅이 좋은 선수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길어져 경기가 지루해진다.
운동량이 많고 시간제한이 있는 축구나 농구 같은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종목도 어느 한쪽이 수비 작전을 펼치면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당구 같은 정적인 스포츠가 수비의 굴레에 갇히면 영락없이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것은 당구의 가장 큰 약점이고, 동시에 손실이다.
조재호는 이번 안탈리아 당구월드컵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한국 선수 중 최강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다.
조재호에게는 아쉬운 기록이 하나 있다. 지난 2014년 열린 구리 대회에서 조재호는 8강까지 120점을 41이닝 만에 끝냈다. 세 경기 합산 평균득점이 2.926이었다.
현재 3쿠션 당구월드컵 합산 평균득점 세계기록은 2.777이다. 지난해 이집트 룩소르 월드컵에서 '사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스페인)가 세웠다.
산체스는 본선 다섯 경기 200점을 72이닝 만에 끝냈다. 그전까지는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이 2013년 그리스에서 세운 2.739가 최고 기록이었다. 200점을 73이닝에 마무리한 블롬달의 기록을 산체스가 1이닝 단축했다.
조재호가 2014년에 파이팅이 얼마 좋았냐면, 세계기록을 세우던 당시에 블롬달은 8강까지 120점을 45이닝, 산체스는 46이닝에 끝냈다.
그런데 조재호가 이보다 4이닝 이상 더 단축한 41이닝을 기록했고, 당시 누구나 조재호의 우승을 예상할 정도로 경기력이 좋았다.
조재호는 아쉽게도 8강전에서 블롬달과 40:4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는데, 승부치기를 2:6으로 패해 준결승에 오르지 못하면서 세계기록 도전을 멈추고 말았다.
이번 안탈리아 대회에서 조재호는 8강까지 120점을 46이닝에 마무리했다.
32강전에서는 16이닝 만에 승리했고, 16강에서는 17이닝 그리고 8강에서는 13이닝에 경기를 끝냈다. 산체스와 블롬달이 세계기록을 세울 때와 비슷한 템포다.
최종예선 Q라운드부터 출전한 조재호는 Q라운드 두 경기도 모두 15이닝 만에 40점을 쳤다. 지난 2014년만큼 이번 안탈리아 대회에서 감이 좋다.
산체스는 세계기록을 경신하기 전 2015년 구리 월드컵에서 블롬달과 타이기록을 세운 바 있는데, 당시 8강까지 52이닝을 쳤다.
이번 대회 조재호보다 6이닝이나 많았지만, 준결승에서 9이닝, 결승에서 12이닝을 치면서 타이기록을 세웠다.
조재호가 이번 대회에서 합산 평균득점 세계기록을 세우려면 71이닝으로 결승까지 마쳐야 한다. 두 경기 동안 25이닝이 남았다.
2013년 블롬달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28이닝을 기록했고, 산체스는 2015년 21이닝, 2017년 26이닝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열린 아시아 3쿠션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한껏 상승세에 올라있는 조재호가 준결승과 결승에서 과연 세계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인지, 또 어떤 경기력으로 당구 팬들을 즐겁게 할 것인지 기대된다.
조재호와 터키의 무랏 나시 초클루가 겨루는 준결승전은 한국시간으로 29일 오후 8시에 시작되며,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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