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피어젠에서는 매년 2월 3쿠션 국가대항전 '세계3쿠션팀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 한국은 지난해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최성원(부산체육회)과 강동궁(동양기계)이 국가대표로 출전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사진은 팀선수권 트로피와 메달. Ⓒ Dirk Acx


3쿠션 종목 세계 최강국을 가리는 국가대항전 ‘세계3쿠션팀선수권대회(이하 팀선수권)’는 1년 단위로 개최되는 선수권대회다.

매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피어젠에서 전 세계 3쿠션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승부를 벌인다.

지난 81년 멕시코시티에서 처음 대회가 열려 지난해까지 31번 대회가 개최되었다. 팀선수권은 85년 프랑스 보르도와 87년 스페인 마드리드를 거쳐 90년부터는 피어젠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독일당구연맹(DBU)의 주관으로 올해까지 29년 연속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고 있다.
 

팀선수권 사상 첫 우승을 이룬 한국의 김재근과 최성원. 2000년 처음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당구는 16년의 도전 끝에 마침내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 Dirk Acx


◆ 초대 챔피언 일본… 한국은 2000년 처녀 출전

팀선수권 초대 챔피언은 일본이다. 일본은 81년 첫 대회에서 고바야시 노부아키와 고모리 주니치가 출전해 벨기에(레이몽 클루망·루도 딜리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블롬달 부자’가 출전한 스웨덴(토브욘 블롬달·레나르트 블롬달)에 승리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90년대 초반까지 3쿠션 종목에서 강세를 보였던 일본은 팀선수권에서 2연패를 포함해 총 4번(81·85·90·92년) 우승했다.

일본은 96년에도 결승에 올랐지만, 덴마크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97년 팀선수권에서 한 차례 더 4강에 올랐지만, 이후 부진한 성적으로 지난해까지 계속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 2000년 고 이상천 대한당구연맹 전 회장이 처음 당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팀선수권에 출전했던 한국은 점점 시들어져 가는 일본의 빈자리를 꿰찼다.

아시아 3쿠션 강국이었던 일본이 서서히 세계 3쿠션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2000년대 중반 무렵에 ‘선구자 고 김경률’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팀선수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김경률은 200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황득희(경기당구연맹)와 함께 팀선수권에 처음 출전했고, 2007년에도 한국 대표로 팀선수권 무대를 경험했다.

그리고 2008년 대회 출전 세 번째 만에 최성원(부산체육회)과 팀을 이뤄 한국 최초 4강 진출을 견인했다.

김경률이 이끌었던 한국 당구 국가대표팀은 2009년(김경률·강동궁), 2010년(김경률·최성원)까지 3년 연속 4강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모름지기 한국 당구가 세계 3쿠션 무대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팀선수권 역대 최다 우승(9회)과 5연패 기록을 세운 토브욘 블롬달의 스웨덴. 블롬달은 팀선수권 초창기에 아버지 레나르트 블롬달과 함께 대회에 출전해 4회 연속 결승에 올랐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 스웨덴 최다 9회 우승… 블롬달 아버지와 함께 우승하기도

당구와 3쿠션 본고장인 유럽은 팀선수권에서 꾸준하게 강세를 이어왔다.

3쿠션 세계 무대를 주름 잡아 온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 등을 필두로 93년 이후 2016년까지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다른 대륙에 내주지 않았다.

유럽의 국가들은 번갈아 24년 동안 연속해서 우승을 차지하며 종주 대륙의 자존심을 지켰다.

팀선수권 역사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국가는 스웨덴이다. 토브욘 블롬달은 조국 스웨덴에 팀선수권 우승컵을 아홉 차례나 안겨주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5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팀선수권 초창기에는 아버지 레나르트 블롬달과 함께 4회 연속(85·87·90·91년) 결승전에 올라 우승 2회(87·91년), 준우승 2회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스웨덴은 주력 토브욘 블롬달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중하위권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 유럽은 주최국 독일이 4회 우승(93·94·97·2002년), 전통의 강호 벨기에 4회(2012·2013·2014·2015년, 4년 연속 우승), 타이푼과 사이그너의 터키도 4회(2003·2004·2010·2011년) 우승을 차지했다.

야스퍼스가 이끈 네덜란드는 3회(98·99·2016년) 우승을 차지했고, 덴마크가 2회 우승(95·96년)을 차지해 견고하게 성을 쌓았다.

 

지난 2015년 김경률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깊은 슬픔 속에 대회에 출전했던 조재호(서울시청)와 허정한(경남당구연맹)는 최초로 결승까지 진출하는 선전을 펼쳤다. Ⓒ Dirk Acx


◆ 한국, 24년 연속 우승한 유럽의 아성 탈환

그러나 유럽의 아성은 지난해에 무너졌다. 한국(최성원·김재근)이 세계 최강 벨기에(프레데릭 쿠드롱·롤랜드 포툼)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

한국이 팀선수권에서 4년 연속 우승한 벨기에와 결승전을 벌인 것은 두 번째였다.

지난 2015년 김경률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깊은 슬픔 속에 대회에 출전했던 조재호(서울시청)와 허정한(경북당구연맹)이 분전하며 사상 최초로 팀선수권 결승에 올랐다.

당시 한국 대표로 출전한 조재호는 “경률이 영전에 꼭 팀선수권 우승컵을 바치고 싶다”라며 굳은 의지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결승전에서 벨기에와 승부치기 접전 끝에 아깝게 져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한국의 김재근과 최성원은 지난해 결승전에서 벨기에를 24이닝 만에 40:34로 누르고 승리를 거두었다. 올해는 최성원과 강동궁이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 Dirk Acx

 

한국의 팀선수권 우승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2000년 첫 발걸음을 뗀 이후 무려 16년이나 문을 두드렸고 굳게 잠겨 있던 유럽의 빗장은 이러한 오랜 기다림과 도전 끝에 거둬질 수 있었다.

올해 한국은 최성원과 강동궁이 국가대표로 팀선수권에 출전한다.

지난해 우승을 견인한 최성원은 팀선수권에 처녀 출전한 2008년 4강에 올랐고, 2010년에 다시 4강, 2012년에는 8강에 진출했다. 강동궁은 2009년에 한 번 국가대표로 출전해 4강 성적을 올렸다.

2월 22일 시작되는 대회 첫날 예선전에서 한국은 베트남(응웬꾸억응웬·쩐뀌엣찌엔)과 첫 경기를 치른다.

예선부터 어느 한 경기도 만만한 팀이 없지만, 한국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다. 팀선수권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당구 국가대표 최성원, 강동궁의 선전을 응원한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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