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사태 장기화 조짐... 피해는 전 세계 당구계에 미칠 것으로 우려돼

UMB 세계캐롬연맹 파룩 엘 바르키 회장. UMB는 지난 6일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에 "대한당구연맹이 개최하는 당구월드컵과 LG유플러스 초청당구대회를 1년간 취소하겠다"는 최종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빌리어즈=김탁 기자]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당구대회 주최권리를 두고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과 심각한 분쟁을 벌이고 있는 UMB 세계캐롬연맹(회장 파룩 엘 바르키)이 대한당구연맹에 최근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에 UMB는 "대한당구연맹이 개최하는 당구월드컵과 LG유플러스컵 초청당구대회를 1년간 취소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UMB 바르키 회장은 대한당구연맹에 "UMB 사무국의 최종 공식 서한을 받을 것이다"라고 공표한 바 있고, 이번 공문은 사실상 최종통보나 다름없다는 것이 대한당구연맹 측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 당구의 중심체 역할을 하는 대한당구연맹과 캐롬 3쿠션 종목의 국제스포츠단체 UMB 사이에 벌어진 대립 양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UMB는 이번 공문에서 마지막에 "벨기에 블랑켄베르크에서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3쿠션 당구월드컵 기간에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라고 기회를 한 번 더 열어놓았지만, 대한당구연맹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협상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대한당구연맹이 UMB의 승인을 받아 한국에서 개최하던 청주 월드컵과 LG유플러스컵 등의 세계당구대회는 한국에서 당분간 개최되지 않게 되었다.

얼마 전 UMB 연간 스케줄에 9월과 11월에 각각 열릴 예정이었던 두 대회의 일정이 복원되면서 대회가 다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양측이 팽팽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극대화되는 분위기다.

앞으로 UMB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당구대회의 권리를 미디어권 계약자인 코줌 인터내셔널(대표이사 오성규)과 함께 직접 행사하게 되었다.

UMB-코줌은 오는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의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를 개최한다고 지난 5월 초에 발표했다.

이 대회는 3쿠션 세계랭킹 20위까지 선수와 초청선수 4명 등 총 24명이 종전 3쿠션 경기와 다른 규칙의 경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초청대회다.

총 상금 2억1500만원과 우승상금 4000만원 등이 걸려 있어서 종전 당구월드컵과 월드 3쿠션 챔피언십 등보다 두 배 이상 상금이 큰 규모로 치러지게 될 예정이다.

세계랭킹 1위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을 비롯한 3쿠션 '사대천왕'과 세계 톱랭커들이 모두 출전하고, 한국 선수 중에도 김행직(전남), 허정한(경남), 최성원(부산체육회), 조재호(서울시청), 강동궁(동양기계), 조명우(한체대), 김재근(인천) 등 7명의 선수에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같은 날짜에 대한당구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가 강원도 춘천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한국 선수들의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 출전을 놓고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다수의 당구계 관계자들은 "선수들에게 어려운 결정을 하게 떠밀어 놓고, 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두 단체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며 질타했고, 이에 대해 대한당구연맹은 "단순한 사업권 싸움이 아닌, 한국 당구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라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이번 대한당구연맹과 UMB의 대회개최권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되면 한국 당구계는 물론 캐롬 3쿠션 종목도 앞으로 많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쿠션 최대 시장인 한국에서 세계당구대회 개최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국내 당구산업이 위축되고 결국 부메랑처럼 세계 캐롬 전반에 파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UMB를 후원하는 국내업체들은 "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UMB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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