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주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 세계캐롬연맹(UMB)의 연간 3쿠션 투어 형식으로 개최되는 3쿠션 당구월드컵은 각국 연맹체가 UMB의 승인을 받아 개최되는 대회다. 올해 한국을 제외한 터키, 베트남, 벨기에,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열리는 월드컵 시리즈가 스케줄에 올라와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UMB 스케줄에서 청주 월드컵 등 한 달째 빠져 있어
한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는 모두 월드컵 개최 예정돼
대한당구연맹과 UMB 사이에 문제 생긴 것으로 알려져
당구연맹은 법적 분쟁, 예산 손실 등 큰 문제 생길 우려
관계자 "당구연맹 이사회 무용지물이 불러온 사태"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역대 최고 상금을 걸고 3년간 개최된 'LG U+컵 3쿠션 마스터스'와 지난 11년 동안 경기도 수원과 구리, 청주 등 국내에서 열렸던 '청주 당구월드컵' 등이 모두 세계캐롬연맹(UMB) 스케줄에서 빠졌다.

국내에서 오랜 시간 개최되던 이 대회들은 지난달부터 한 달 동안 UMB 스케줄에 올라오지 않고 있다.

한국 당구 발전의 중대한 견인차 구실을 해온 굵직한 국제대회들이 올해 모두 개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UMB 승인 당구대회는 일시적으로 스케줄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장기간 아예 내려가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대회 개최지가 확정되지 않거나 UMB와 주최 측 '오거나이저' 등 주요 당사자 간의 협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리저브' 형태로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UMB 스케줄 상에는 월드컵은 '리저브'된 대회가 없고, 3쿠션 마스터스만 7월과 9월 그리고 11월 등 3개 대회가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다.

UMB 관계자는 "예약된 3개의 마스터스는 코줌과 UMB 계약으로 성사된 새로운 이벤트이며 기존 대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한국에서는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 외에 다른 객체에서 별도로 UMB/코줌 측과 마스터스 대회 개최를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LG 유플러스컵과 청주 당구월드컵 등은 모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주최∙주관하는 대회였고, 당구연맹과 관계없는 다른 객체에서 올해 새로운 대회 개최를 놓고 UMB/코줌과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지난해 말에 UMB가 코줌 인터내셔널과 국제 당구대회 개최와 홍보 등을 골자로 한 마케팅∙미디어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UMB/코줌 시리즈'가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자비에르 카레 코줌 최고 경영자는 "UMB와 코줌 인터내셔널이 이룬 합의 내용은 월드컵과 월드 챔피언십 대회의 미디어와 마케팅 권리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새로운 프로페셔널 대회를 만들어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도 포함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올해부터 새로 구성되는 UMB/코줌 시리즈는 마스터스와 대륙간컵, 챔피언 오브 챔피언십 등으로 3쿠션 종목은 이 단계를 거쳐 프로화 추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성사하기 위해 UMB와 코줌 측은 전 세계 각국에서 대회를 개최할 새로운 오거나이저들이 필요했고, 한국을 중요한 국가 중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을 한국의 당구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때마침 대한당구연맹 외에 다른 한국의 오거나이저가 UMB/코줌의 새로운 마스터스 시리즈에 합류해 대회 개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조심스럽게 전해졌다.

그런데 UMB와 대한당구연맹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서 정작 중요한 두 대회는 스케줄에서 제외가 되었다고 알려졌다.

대한당구연맹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상급단체인 UMB에 반발하면서 기존 마스터스 대회인 LG U+컵과 청주 당구월드컵 등이 스케줄에서 제외되고 만 것.

그 이유에 대해 국내에는 UMB와 코줌의 계약으로 대회 개최비용이 늘어난 것을 대한당구연맹 측이 문제를 삼아서 대회 승인권자인 UMB에서 스케줄에 올라왔던 두 대회를 모두 삭제시킨 것으로 소문이 났다.

그러나 다른 국제연맹 관계자들은 "UMB/코줌의 계약은 기존 월드컵이나 월드 챔피언십 개최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 문제가 생긴 부분은 대한당구연맹에서 상급단체인 UMB에 자신의 마케팅 대행사인 갤럭시아SM과 협의하라고 통보했는데, 그중에는 중계권과 후원사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UMB와 대한당구연맹 사이에 금이 간 것"이라고 전했다.

UMB/코줌의 계약에 대해서 국내에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3쿠션 당구월드컵은 각국의 연맹체가 UMB의 승인을 받아 개최하는 것으로 기존 규정과 바뀐 부분은 없었다.

그 예로 올해 UMB 스케줄을 보면 4월 터키를 시작으로 베트남(5월), 벨기에(6월), 포르투갈(7월), 프랑스(10월), 이집트(12월) 등 6개 월드컵 대회가 이미 예정되어 있다.
 

올해 UMB 대회 스케줄. 한국의 LG U+컵 3쿠션 마스터스와 청주 당구월드컵 등이 스케줄에서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외에 종전 3쿠션 당구월드컵(6회)과 새로운 UMB/코줌의 3쿠션 마스터스(3회), 컨티넨탈 컵(1회), 챔피언 오브 챔피언십(1회), 세계선수권대회(1회), 로잔 마스터스(1회) 등 13개 대회가 전 세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과 달리 다른 국가의 월드컵은 모두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개최된다.

올해 달라진 것은 UMB/코줌 시리즈로 새로운 이벤트 대회들이 생긴 부분이다. 그러면서 세계 대회 스케줄은 무척 빡빡해졌다. 

예정된 6개의 월드컵과 함께 미국에서 열리는 버호벤 오픈(7월), 새로운 이벤트인 챔피언 오브 챔피언스(8월∙미국), 세계선수권대회(10월∙이집트), 로잔 마스터스(11월∙스위스), 클루망 컨티넨탈컵(12월∙프랑스) 등 매월 전 세계에서 3쿠션 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그사이에 예정된 3번의 새로운 마스터스까지 개최되면 선수들은 정신없이 전 세계를 다니며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 중에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아예 모든 대회를 비즈니스석 비행기 티켓을 끊기로 한 선수가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 열리는 종전 월드컵 등의 대회가 UMB를 움직일 만한 동력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자칫하면 대한당구연맹이 주최하는 대회들이 모두 무산될 수도 있는 처지가 되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대회 개최가 불발되면 대한당구연맹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만약 기존 두 대회 개최가 불발될 경우 중계권과 스폰서십 유치 등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고, 심하면 계약 위반에 따른 법적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몇몇 당구계 관계자들은 두 대회를 치르는 명목으로 받는 개최비용과 후원금 등을 합치면 대한당구연맹 예산의 절반가량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상황을 잘 아는 전 대한당구연맹 임원 중 한 사람은 "당구연맹이 처한 입장이 상당히 난처하다. 그런데 연맹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를 전혀 안 하고, 대부분의 임원들은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 임원들 대다수가 당구를 잘 모르거나 당구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보니 이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집행부는 이사회가 전혀 무용지물인 상태"라고 꼬집었다.

또한, "만약 금전적인 손실이 따르게 되면 당구인과 당구선수들에게 손해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은 집행부 등기이사들이 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4월 중 UMB 파룩 엘 바르키 회장이 직접 한국에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한당구연맹과 어떻게 협상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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