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주석 기자] 국내에서 벌어지는 세계당구대회 개최권을 두고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과 UMB 세계캐롬연맹(회장 파룩 엘 바르키)이 국제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두 단체가 같은 날 한국에서 각각 대회를 개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오는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UMB와 코줌 인터내셔널(대표이사 오셩규)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 첫 대회 개최 일정이 대한당구연맹에서 주최하는 '회장배 전국당구대회(7월 10~15일 개최)'와 날짜가 겹치면서 같은 날 한 국가에서 국제대회와 국내 전국대회가 동시에 개최되는 전례없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대한당구연맹은 "회장배 대회는 이미 2월 총회에도 날짜까지 명시해 보고되었고, UMB-코줌 대회는 우리와 상의 없이 날짜를 잡은 대회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UMB 관계자는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는 지난해 12월에 대회 개최가 결정되면서 곧바로 날짜까지 확정된 3개의 마스터스 대회가 UMB 스케줄에 올라갔다"라며 대한당구연맹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당초 예정된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 날짜는 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와 날짜가 겹치지 않았다.

UMB는 당초 7월 셋째 주에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 일정을 잡았지만, 곧바로 7월 넷째 주에 미국에서 열리는 버호벤 오픈과 일정이 너무 가까워 대회 개최에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날짜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UMB의 7월 스케줄은 국제대회 3개가 몰리면서 무척 빡빡하게 일정이 짜여졌다.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와 버호벤 오픈 이전 7월 초에는 포르투갈에서 '포르토 3쿠션 당구월드컵'이 열려 일정대로라면 선수들은 첫째 주 유럽, 셋째 주 아시아, 넷째 주 아메리카 대륙 등 전 세계를 횡단하며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UMB는 선수들이 장시간의 비행으로 인한 컨디션과 대회 준비 상황에 따라 가운데 있던 아시아 대륙(한국 서울)의 대회 개최 날짜를 유동적으로 고려해 논의한 결과 올해 초 부득이하게 날짜를 변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간에 UMB가 국내 당구대회 선수 출전을 막기 위해 일부러 일정을 겹치게 변경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코줌 오성규 대표이사는 "버호벤 오픈 일정을 고려해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 날짜가 변경된 것은 맞다. 대한당구연맹과 협의가 잘 되지 않으면서 선수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가 간 부분은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의 일정 변경도 고려했지만, 이미 대회 준비가 많이 진행되었고 국제행사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말해 오는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예정대로 대회가 개최된다는 것을 시사했다.

현실적으로 국제행사 일정을 바꾸려면 세계 각국 연맹의 동의를 구하고 출전 선수들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UMB-코줌 측에서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를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하면서 같은 날짜에 한 국가에서 국제 초청당구대회와 전국당구대회가 동시에 열리는 전례없는 상황이 일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두 대회 모두 출전자격이 있는 선수들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와 회장배 전국당구대회 모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선수는 김행직(전남), 최성원(부산체육회), 허정한(경남), 조재호(서울시청), 강동궁(동양기계), 김재근(인천), 조명우(한체대) 등 7명이다.

최근 두 대회 모두 출전자격이 있는 7명의 선수들은 모처에서 대회 참가를 두고 수차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다수의 선수들이 UMB에서 주최하는 3쿠션 챌린지 마스터스에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UMB 대회 출전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들은 당구인들은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하는 연맹이 어떻게 선수들에게 저런 어려운 결정을 하도록 만드느냐"라고 성토했다.

최근 일어난 사태에 대해 당구계 안팎에서는 "당구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고 최상의 환경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는 두 단체가 중계권과 같은 수익 사업의 권리를 주장하며 같은 날 대회를 개최하는 불상사까지 벌이진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당구 스포츠의 존립과 선수 육성을 위해 존재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의 UMB와 대한체육회 산하의 대한당구연맹이 오히려 제 역할보다는 서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선수 목숨까지 담보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제분쟁 사태의 본질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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