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2018년도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한당구연맹 대의원들은 논의 끝에 세계캐롬연맹(UMB)에 강경대응하는 결의문에 한 명씩 서명 의결했다. 김주석 기자


[빌리어즈=서천/김주석 기자] "급한 건 우리가 아닌 세계캐롬연맹(UMB)과 코줌"

한국 내 세계당구대회 개최권을 두고 벌어진 분쟁사태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1일 오후 3시 서천 문예의 전당 소강당에서 열린 '2018년도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은 장시간 논의 끝에 강경대응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총회에 참석한 11명의 대의원 중 10명이 이와 같은 내용의 결의문에 서명하며 "불합리하게 바뀐 규정의 원상복구"를 주장한 남삼현 회장의 뜻에 동참했다.

남 회장은 "대한당구연맹을 무시하고 제삼자를 통해 한국 안에서 당구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주장은 기본 스포츠 질서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아무리 상급단체지만, 마음대로 규정을 바꿔서 한국 당구의 자존심과 권리를 짓밟는 행동을 하는 데 가만히 있어야 하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UMB 바르키 회장은 후르가다에서 내가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규정 변경에 동의했다고 한다. 사실이 아니다. 당시 회의에서 발언을 한 사람은 나 외에 아무도 없었다. 바르키 회장과 내 대화가 90%였다. 그런데 나중에 전달받은 회의록 내용이 달랐다. 나는 이러한 규정 변경에 동의한 적이 없다. 한국에 돌아와 회의록을 확인한 즉시 UMB에 회의록 삭제를 요청하고 항의했다"라고 덧붙였다.

남 회장은 "설령 내가 후르가다에서 동의했다고 해도, 잘못된 규정임이 확인되면 당연히 수정을 요청하고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바르키 회장은 징계와 제재를 운운하며 무조건 따르라고 압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며칠 전 UMB에서 5월 31일로 날짜를 못 박아 바뀐 규정을 따를 것을 통보한 공문에 대해서도 남 회장을 비롯한 여러 대의원들이 성토했다.

남 회장은 "UMB는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고 있다. 공문을 받고 답변을 해주려고 고심하고 있었는데 코줌을 통해 국내 언론사에 내용을 흘려 여론을 선동하고, 심지어 7월에 한국 내에서 UMB가 직접 대회를 개최한다는 발표까지 했다. 이제 한국 선수들까지 동요하게 만들려는 수작이다"라며 큰 불만을 나타냈다.
 

남삼현 회장은 "대한당구연맹을 무시하고 제삼자를 통해 한국 안에서 당구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주장은 기본 스포츠 질서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질타하며 "부당하게 바뀐 UMB 규정을 원상복구해 한국 당구의 권리와 자존심을 되찾겠다"라고 말했다. 김주석 기자


이날 임시총회에는 UMB와 미디어권 계약을 체결하며 이번 분쟁사태의 중심에 있는 코줌인터내셔널 오성규 대표가 충북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러나 오성규 대표는 안건 토의가 시작되자 당구연맹 정관 제12조 제2항 "금전 및 재산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항으로써 자신과 연맹의 이해가 상반될 경우 대의원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총회의결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의견 진술만 하고 총회장에서 퇴장했다.

그 과정에서 남삼현 회장과 오성규 대표가 목소리를 높여 설전을 벌이고 대의원들도 의견이 갈라지면서 잠시 회의장이 소란스럽기도 했다.

오 대표의 자격을 두고 회의 초반에 일어난 시끄러운 상황은 정관을 따라야 한다는 쪽으로 대의원들 의견이 모였고, 결국 오 대표가 의견만 진술하고 퇴장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퇴장 전 오 대표는 "원래 코줌은 UMB와 대한당구연맹 모두 함께 가자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에 남 회장과 만나 긍정적으로 의견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라고 자초지종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코줌이 UMB와 계약을 하면서 10억 이상을 주었고, 올해부터 3쿠션 당구월드컵 상금이 올라갔다. 우리도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손해 볼 수 없으니 UMB에 혜택을 달라고 했다. 나도 대한당구연맹에 문제가 되는 일이라면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분쟁이 발생해 유감이다"라고 심경을 말하고 회의장 문을 나갔다.
 

오성규 코줌인터내셔널 대표는 "우리도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손해 볼 수 없으니 UMB에 혜택을 달라고 했다"고 말해 지금 벌어진 분쟁사태의 원인에 대해 밝혔다. 김주석 기자


오 대표의 의견을 듣고 대의원들은 "오 대표 말처럼 자기들이 10억이나 무리하게 투자를 한 거 아닌가. 급한 건 대한당구연맹이 아닌 UMB와 코줌 그리고 그들 뒤에 있는 투자자들이다. 그래서 더 강압적이고 협박적으로 나오는 것. 우리가 여기에 휘말려 코줌에 권리를 내줄 이유가 전혀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대의원들은 UMB가 부당하게 변경한 규정의 환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의원 결의문'에 한 명씩 서명하며 강경대응하기로 의결했다.

임시총회에서 의결된 결의문을 5월 말일까지로 날짜를 정해 최종통보를 한 UMB에 보내고, 대의원들은 추후 코줌 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임시총회를 열어 다시 한번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사회 문제를 다룬 두 번째 안건에서는 지난 2016년 8월에 임원 선임 후 이름만 올려놓고 활동을 하지 않는 이사 6명에 대해서는 연락을 취해 사퇴서를 받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의원들은 남삼현 회장이 새로운 임원을 선임하여 이사회를 재정비할 수 있도록 선임권을 다시 한번 위임했다.

총회에 참석한 류석 감사는 "이사회에 가서 보니 몇몇 이사들이 당구연맹의 이익보다는 측근의 사적 이익을 대변하면서 격앙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이 보였다. 실무적인 일을 원활하게 의논할 수 있는 이사회가 다시 구성되도록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남삼현 회장은 "내가 안고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항간에는 일부 세력에서 당구연맹 이사회를 장악하고 대의원 70%를 갖고 있어서 회장인 나 하나 갈아치우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몇몇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말하며 "다시 말하지만, 나는 한두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싸워서 굴복할 생각도 없다"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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