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당구'를 책임지는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수장으로서 남삼현 회장은 해야할 최선의 조치를 했다. 이에 대해서는 적어도 한국 안에서 만큼은 재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세계 캐롬 당구를 총괄하는 기구인 세계캐롬연맹(UMB)과 한국의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KBF)이 사업권의 이해관계를 두고 심각한 갈등과 분쟁 상황에 빠졌다.

일찍이 전례가 없었던 일로 그간 한국의 당구가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세계가 주목하는 당구 중심국가가 되었고, 흥행이나 당구의 시장성에 밝은 전망을 주는 국가로 대두된 방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세계캐롬연맹과 대한당구연맹이 이 분쟁 상황을 서로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모처럼 맞은 캐롬 당구의 호황은 물거품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구의 올림픽 종목 채택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양 단체의 책임은 참으로 무겁다고 하겠다.


남삼현 회장, '한국 당구'의 수장으로서 해야할 최선의 조치 

세계캐롬연맹은 지난 2016년 4월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당구 전문 미디어 기업인 코줌(Kozoom)에 방송중계권이 포함된 콘텐츠 공급을 독점하는 미디어권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막대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것이 'UMB-코줌'의 첫 번째 계약이었다.

코줌은 유럽에서 98년 인터넷 방송을 시작으로 꾸준히 세계3쿠션당구대회를 인터넷과 TV로 중계하며 성장을 거듭해 2015년에는 프랑스에서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를 비연맹단체로써는 최초로 개최하기도 했다.

통합 이전 대한당구연맹(당시 회장 장영철)은 국내 당구 전문 케이블방송 빌리어즈TV와 2015년 2월에 3년 동안 연간 2억5000만원 등 총 7억5000만원의 장기 방송중계권을 계약했는데, 한국에서는 UMB-코줌의 중계권 계약으로 인해 당시에도 꽤 골치 아픈 분쟁이 벌어졌다.

'UMB-코줌의 중계권 계약'이 체결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세계캐롬연맹의 대회 방송 관련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국내에서 개최되던 3쿠션 당구월드컵의 중계권을 행사해 온 대한당구연맹은 세계캐롬연맹과 이 권리를 공동으로 나누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한당구연맹의 중계권자 빌리어즈TV와 세계캐롬연맹의 중계권자 코줌이 서로 충돌하게 된 것.

우려했던 문제는 2016년 8월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남삼현 초대 회장이 취임 직후 9월에 개최된 '2016 구리 3쿠션 당구월드컵' 중계를 빌리어즈TV가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촉발되었다.

현재 세계캐롬연맹과 대한당구연맹 간에 벌어진 분쟁의 원천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2016년 8월 구리 3쿠션 당구월드컵 당시 한국일보가 '독점 중계권 강탈 구리 당구월드컵 파행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사건이 이번 분쟁 사태의 전초가 된 중계권 파문이었다.


법리적으로 따져볼 때 만약 이때 빌리어즈TV가 대한당구연맹을 상대로 계약 위반 소송을 제기했더라면 대한당구연맹은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빌어리즈TV 측에서 대한당구연맹과의 불화를 피하고 국내대회 중계권과 차후 벌어지는 세계대회 중계권 확보에 만족하는 차원으로 양보하면서 대한당구연맹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 일단락되었다. 

문제는 이 당시에 과연 대한당구연맹에서 세계캐롬연맹을 상대로 국내 중계권 침해에 대한 항의를 했느냐는 것이다.

남삼현 집행부가 들어서는 이 시기 상황은 회장선거 직전까지 비리 혐의자로 낙인찍혀 있던 인물들이 득세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권리 주장이 되었을 리 만무하다.

결국 2017년 12월 이집트 후르가다 3쿠션 당구월드컵 개최 중 현지에서 열린 세계캐롬연맹 이사회에서 또다시 코줌과 세계캐롬연맹의 독점적인 미디어권 계약이 체결되자 풍파가 일어나게 된다.

세계캐롬연맹은 코줌과 2016년 4월보다 훨씬 강화된 5년간의 독점적 미디어와 마케팅 권리까지 인정하는 계약을 이사회에서 승인했다.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은 2017년 12월에 이집트 후르가다 이사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 안건은 참석 이사의 만장일치 승인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남 회장과 세계캐롬연맹 파룩 바르키 회장의 주장은 여기에서 서로 엇갈린다.

남 회장은 사전에 고지되지 않은 안건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바르키 회장은 만장일치로 통과된 안건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후르가다 이사회에 참석할 당시 남 회장을 비롯한 대한당구연맹 집행부가 해당 안건이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 것인지를 인지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이를 깨닫고 항의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남 회장이 뒤늦게라도 '한국 당구의 권리'를 찾겠다는 것은 대한당구연맹의 수장으로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세계캐롬연맹이 세계 당구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코줌에 독점권을 주어 한국의 ‘당구 국부(國富)’를 독식하려고 하는데 대한당구연맹이 당연히 좌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대한당구연맹은 물론, 한국 당구계로서도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문제다. 

 

한국 땅에서 열리는 대회 권한을 과연 누가 갖고 있어야 하나

세계캐롬연맹은 자신들의 권리보다 주력 종목인 3쿠션의 세계화를 위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게 종목을 총괄하는 스포츠단체의 의무다.

앞서 말했지만 세계캐롬연맹과 대한당구연맹의 분쟁은 모처럼 햇볕이 든 캐롬은 물론 모든 당구 종목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관련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세계캐롬연맹이 2016년 4월과 2017년 12월에 계약한 코줌인터내셔널과의 미디어 및 마케팅권의 독점권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완화하는 쪽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세계캐롬연맹의 규정이 회원국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면 재고해야 마땅하다.

개별 국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미디어의 권리와 마케팅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세계캐롬연맹이 한 사업자에게 독점하게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세계캐롬연맹은 각 국가 연맹체의 총합체이고, 개별 국가의 연맹체는 자기 국가의 당구 발전의 토대 위에서 세계 당구에 참여해야 할 각 국가의 공인단체다. 

당연히 국가 연맹체는 해당 국가에서 일어나는 대회와 중계권 등에 관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것을 세계캐롬연맹이 일방적으로 무시한다는 것은 한국 당구인과 한국 당구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당구월드컵과 초청대회는 해당 국가와 연맹체에서 모든 비용과 자원을 부담한다.

세계캐롬연맹은 이러한 권한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당구가 스포츠의 테두리 안에서 대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정을 관리하는 단체이지, 규정을 마음대로 바꿔 이러한 권한을 자신들이 가져가서 휘두를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

따라서 중계권과 미디어권 등을 골자로 한 규정을 외부 사업자가 독식하도록 만들어서 개최국의 권한을 일정 부분 세계캐롬연맹이 나누어 갖는 것도 부당한 일이다.

세계스포츠단체가 해당 국가에서 열리는 대회에 엄청난 땀과 노력과 재원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세계스포츠단체가 이에 대한 권리 주장을 하는 것조차 다소 치졸하게 보일 수 있다.

하물며 세계캐롬연맹은 한국에서 열리는 모든 당구대회가 성사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대신 해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캐롬연맹이 '더 큰 당구', '3쿠션의 프로화' 등의 발전적 미래 비전을 위해 재원을 확보하려고 한다면, 각국 연맹체에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프로화 이후 권리까지도 나누는 것을 조건으로 이원화 체계를 유지해야 마땅하다.

물론, 세계캐롬연맹과 대한당구연맹의 분쟁 과정을 내부로 들어가서 보면 세계 최대 3쿠션 종목 인프라를 갖춘 콧대 높은 '한국의 당구연맹'이 다소 무례했을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당사자들에게 항의하거나 제재해야지 규정을 바꿔서 한국 당구의 권리를 송두리째 가져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 땅에서 한국 당구의 인프라로 개최되는 당구대회의 권한이 과연 누구에게 있어야 할까. 세계캐롬연맹의 규정이 회원국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면 마땅히 재고해야 한다. 과연 무엇이 세계 당구 발전을 위한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과연 무엇이 세계 당구 발전을 위한 것일까

당구대회는 가능한 한 자주, 많이 개최해야 한다. 세계캐롬연맹이 한국 땅에서 일어나는 당구대회들까지 권리를 모두 가져간다면 과연 대회를 얼마나 많이 개최할 수 있을까.

따져보면 이것은 UMB-코줌의 독점 계약인 "세계 당구 발전을 위하여"라는 명분이 실현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충족해야 할 기본 조건이다.

전 세계 국가별로 체육 시스템이 정립되어 있다. 한국은 문화체육관광부-대한체육회로 시스템화되어 있고, 당구는 그 산하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을 두고 있다.

과연 이 시스템을 벗어나서 얼마나 많은 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현 UMB-코줌의 체계가 한국 내에서 얼마나 많은 대회 개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구의 대회 개최자금은 대체로 지자체에 의존한다. 기업의 경우 대기업이 아닌 이상 장기간 대회 진행이 어렵다.

국내 스포츠 시스템 밖으로 뛰쳐나가서 모든 수익을 'UMB-코줌'이 가져가는 이런 식의 구조에 과연 얼마나 많은 국내 지자체가 협력할 수 있을까.

앞으로 개최될 마스터스나 컨티넨탈컵의 권한이 독점적으로 세계캐롬연맹과 코줌이 독식하는는 규정을 만들면서 내세운 명분인 "세계 캐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주장도 단지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대회 개최가 지금보다도 더 수월하지 않을 것인데 어떤 자금으로 어떻게 많은 대회를 유치할 것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캐롬연맹과 코줌이 세계 당구의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에 합당한 방향으로 사업권을 운영해야 한다.

수고와 노력에 대해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경제 논리다.


세계 각 국가의 발전이 있어야 세계 당구도 발전

현재 월드컵을 비롯해 초청대회 등의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국가는 열 손가락 안에 한정되어 있다. 

월드컵을 매년 1회 개최하는 국가는 대여섯 개, 초청대회를 2회 이상 개최할 수 있는 나라는 이보다 적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많은 대회 수요가 있다.

세계 당구의 발전이라는 명분만으로 스포츠단체가 한 사업자에게 전 세계 당구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 자체가 언제 어디서든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씨를 만들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터키 등 언제든지 이 문제로 바르키 회장과 코줌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만약 앞으로 UMB와 대한당구연맹의 사업권 분쟁이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한당구연맹은 강경한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우선 대한당구연맹은 UMB의 처사가 부당하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시정을 요청할 것이다.

이 경우 IOC는 가맹단체의 아마추어리즘을 내세워 UMB가 현재 거리낌 없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화와 사업권에 관한 사업자와의 유착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보통의 상식으로도 독점계약은 많은 병폐가 있다고 알 수 있기 때문에 IOC도 이 부분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또한, 현재 UMB측 고위 인사를 통해 흘러나오는 말들을 보면, 그 외의 부분도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때에 IOC가 UMB를 제재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현재 WCBS(세계스포츠당구연맹)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종목 채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다음으로 또 한 가지 대한당구연맹이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는 대한당연구연맹 소속 한국 선수들의 UMB 주최 대회에 출전을 금지시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UMB 탈퇴라는 초강경의 방법도 택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당구선수와 한국 당구가 받을 손실이 엄청난 것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UMB를 포함한 세계 캐롬 당구계가 입을 피해 또한 매우 클 것이다.

따라서 지금 분쟁의 일차적인 책임은 대한당구연맹이 아닌, 세계캐롬연맹에 있다.

세계캐롬연맹은 소속된 개별 연맹체와 그 해당 국가의 당구가 발전하고 활성화되어야 세계 당구도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소중히 생각하면서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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