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에는 월드컵, LG 초청대회, 전국체전, 문체부장관기, 대한체육회장배, 전국종별학생당구대회 등 10억 이상 규모의 대회가 치러졌는데, 연맹은 규정대로 이 대회의 결산 내용을 공개도 하지 않았고 이사회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사진 = 빌리어즈>

총회에서 남 회장에게 위임한 이사 선임권은
‘이사회 의결권’이 아니다

남삼현 집행부에서 ‘통치’를 해온 정황은 2017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남삼현 회장이 당선된 3일 후에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렸다. 11명의 대의원이 참석하여 기 등기임원을 해임하고 임원 선임을 회장에게 위임했다. 

정관상 임원 선임의 권한은 회장에게 없다. 임원을 선임하고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은 대의원총회에 있다.

다만, 업무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대의원들의 의결로 회장에게 위임할 수는 있다. 그 결과는 반드시 총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총회에서 남삼현 회장에게 위임된 권한은 ‘임원 선임에 관한 권한’이다.

남삼현 회장은 당구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해 등용하는 이사 선임권을 총회에서 위임받은 것이지, 당구연맹과 당구계를 대의하는 ‘이사회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다.

이사회의 의결권은 어느 누구에게도 위임될 수 없는 고유의 권한이다. 

남 회장은 총 23명의 이사를 선임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비리 혐의자의 측근들을 대거 기용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고, 당구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들을 대거 기용하여 과연 일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들게 했다.

외부 인사를 등용하여 당구 종목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이사회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사진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이날 대의원총회에 보고된 이사회 개최 횟수와 날짜를 보면 이러한 의심은 더욱 커진다. 


남삼현 집행부 이사회는 지난 6개월 동안
어떤 사업도 의결하지 않았다

남 회장이 총회에서 이사 선임권을 위임받은 한 달 뒤인 9월 2일에 첫 번째 이사회가 열린 것으로 총회에 보고되었다.

참석 인원은 아예 보고되지 않았고 총회와 이사회 운영 규정 제정, 위원회 설치 운영 규정 제정, 위원회 구성의 건 등을 의결했다고만 보고됐다.

그런데 그날 이후 2017년 2월 정기이사회 전까지 5개월이 넘도록 이사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위임되지 못하는 이사회 고유의 권한이 행사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남삼현 회장은 당구연맹 회장에 취임 후 지난 6개월 동안 ‘자치가 아닌 통치’를 한 것이다.

규정을 위반하면서 위임받을 수 없는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른 것이다.

2017 정기대의원총회에 보고된 사업결과와 예산 편성은 정관상 이사회에서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총회에 보고되어야 하는데, 이사회는 당구연맹의 어떤 사업도 결산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 

구리 월드컵, LG 유플러스 초청대회, 전국체전, 문체부장관기, 대한체육회장배, 전국종별학생당구대회 등 숱한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이사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사회에 사업 결과를 아예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산 보고를 받지 않고 이사회가 어떻게 예산을 편성하고 다음 해의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정상적인 단체라면 분기별로 이사회가 개최되어 그간 진행된 사업을 보고받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편성이 확정되는 매년 11~12월경에는 이 결과를 사업계획에 반영하여 예산 편성 이사회를 개최해야 한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관련된 이사회는 결코 서면 결의할 수 없고, 상임이사회에 위임할 수도 없다.

전체 이사회를 개최하여 과반만 참석해도 논의와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분기별로 이사회를 개최하여 사업 결산 보고를 하는 것과 연말에 예산 편성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은 기업인 출신으로 서울의 모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특임교수다.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과거에는 당구인들이 규정을 잘 몰라서 이렇게 주먹구구식 행정을 해왔다고 하더라도, 기업을 운영하고 대학 강단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는 남삼현 회장이 기업 제도의 가장 기초적인 이사회 의결권을 무시하고 아예 이사회를 개최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기업인 출신 교수인 남 회장, 이사회 역할 몰랐나

게다가 당구연맹은 사기업이 아닌 국고의 보조를 받는 체육단체이고, 현재는 사단법인이다. 

사기업도 법인의 경우 엄격한 상법의 적용을 받아 이사회의 의결 없이 자금 집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상법상의 주식회사는 이사회의 의결 없이 어떤 자금도 사용할 수 없다.

심지어 몇 년 전 법원은 개인회사로 볼 수 있는 1인주주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절차를 지키지 않고 회사 자금을 사용한 것을 횡령으로 판단해 실형을 선고한 판례가 있다.

그런데 당구연맹과 같이 준 국가기관에 해당하는 단체가 이사회의 의결도 없이 공금을 회장의 지시로 사용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사회 개최의 권한은 남삼현 회장에게 있다.

만약 남 회장이 개최하지 않으면 재적 이사 과반의 동의로도 개최할 수 있다.

당구연맹이 비리단체가 되어 전 직원의 급여 지급이 중단된 상황인데, 남삼현 회장과 당구연맹 이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하고 이사회는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지난해 당구연맹은 이사회 의결도 없이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예산을 집행했고, 이사회에 의한 ‘자치’가 아닌 회장에 의한 사실상의 ‘통치’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끝내 억대의 재정 손실 가져온
‘통치’의 결과

결국 이사회 개최를 전혀 하지 않고 위임될 수 없는 ‘이사회 의결권’을 마음대로 휘두른 남삼현 회장의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인해 2016년 4분기는 물론, 2017년 1분기 지원금까지 전부 삭감됐다.

이로 인한 손실액은 억대에 달한다.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비리 혐의자들의 급여로 지출된 중계권료까지 합치면 당구연맹은 수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헌법에서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자치’를 하지 않고 이사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회장을 비롯한 한두 명의 임원이 권한을 행사하여 ‘통치’를 하고 있는 남삼현 집행부에서 이런 식의 규정 위반과 실정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당구는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남삼현 회장은 당구에 별 관심도 없고 자격이 없는 이사들을 모두 해임하고 정식 공모를 통해 새로운 임원을 선임하거나 대의원총회에 임원 선임 권한을 반납하여 정상적인 이사회가 운영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당구연맹은 대한체육회가 제시한 두 가지 지시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남삼현 회장은 지금까지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구연맹이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당구연맹의 1분기 지원금이 다시 삭감된 이유로, 상급단체 지시사항 불이행을 들었다.

올해부터 종목단체의 예산권을 집행하게 된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문체부와 마찬가지로 2분기 심사 이전에 두 가지 사항을 처리하여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두 가지는, 비리 혐의자에게 귀속됐던 부정 수급액의 전액 환수와 중징계 대상자인 사무국 직원들의 징계를 규정대로 하라는 것이다.

당구연맹과 남삼현 회장이 법과 규정을 계속해서 지키지 않으면서 편법 운영, 자의적 운영을 하면 그 피해는 모두 당구계와 당구인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루빨리 이사회를 재정비하여 당구연맹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회장의 직무를 법과 규정 안에서 다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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