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입법, 사법, 행정 등 삼권을 분립하여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이루고, 권력의 집중과 그로 인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기본 원리로 유지된다.

권한 행사의 주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 견제의 기능이 상실되어 ‘독재’는 법적 타당성을 갖게 되고, 민주주의 가치는 크게 훼손되게 된다.

이것은 최상위 법인 헌법에 명문화되어 대통령과 같은 최고 권력자도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파면을 당하는 법적 구조가 제도화되어 있기도 하다.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법률과 규정은 이러한 국가의 존립 기반의 바탕인 헌법의 틀을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있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어떤 조직도 헌법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체제로 규정될 수 없다. 통상적인 법인, 그리고 체육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런 조직들도 상호 견제를 통한 경영 안정성과 투명성을 재고하기 위해 이사회, 총회 등으로 권한이 분산되도록 규정화되어 있다.

이사회와 총회의 기능이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마비된 조직체계가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대표자 이사나 회장과 같은 최고 결정권자에게 말 그대로 ‘통치’를 받게 된다.

옛 시대처럼 권력자의 말에 의해 법이 만들어지고 그 법은 구성원 위에 군림하여 이로 인한 폐단이 전체를 병들게 한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애초에 차단하기 위해 헌법은 참정권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보장하여 사회 전체에 적용하고, 헌법을 통한 균형과 견제의 이른바 ‘자치’가 실현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도 '헌법에 준한 자치의 틀 안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당구연맹의 행정은 정보공개법, 대한체육회 규정 등에 따라 마땅히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고, 이사회와 총회는 제 기능을 하여 합리적 민주주의 체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런데 남삼현 집행부 취임 후 지난 6개월을 살펴 보았더니, 이런 헌법적 가치와 규정의 틀을 벗어나고 있었다.

지난 2월 21일 열린 ‘2017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매우 위험한 통치의 정황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구연맹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지난해 사업 보고를 받고 이를 평가하여 2017년도 예산 수립, 사업계획 결정 등을 의결한 이사회가 전혀 열리지 않았던 사실이 버젓이 문서로 보고되고 있다. <사진 = 빌리어즈>

대한당구연맹은 회장의 명령이 아닌, 
‘이사회 의결’만이 유일한 결정권을 갖는다

당구연맹에서 당구인들의 참정을 대의할 수 있는 기구는 이사회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은 단순히 ’권력자 회장’을 보위하는 직책이 아닌 당구계의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공익적 사업 목적 달성을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다.

따라서 이사에게는 전문성이 강조되고 막중한 의무와 책임이 부여된다. 생각보다 무거운 직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당구연맹은 바로 이 ‘이사회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다.

과거 구 대한당구연맹 시절에도 회장 측근들로 이사진을 구성하다 보니 전문성이 결여되었고, 심지어 당구에 아무 관심이 없는 인물들까지 이사로 임명하면서 아예 식물이사회로 운영되어 조직의 근간이 휘청거리는 문제가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각종 부정부패가 장기간 일어나 현재까지 1년 동안이나 ‘비리단체’에 지정되었고, 아직도 지원금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남삼현 집행부는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구 연맹에서 상임이사회라는 제한적 기구를 상설하여 회장, 사무국 직원, 전무이사 등 몇 사람이 당구연맹의 모든 행정을 주무르다가 조직 자체가 사유화되고 이를 통해 억대의 금전비리까지 저지른 것이 적발되어 처벌까지 받았다.

그런데 지난 8월 들어선 남삼현 집행부는 이러한 조직 체계 문제점을 해결하기는커녕 선거에 도움을 준 인물이나 당구와 체육계에 대해 잘 모르는 전문성 없는 측근 인사들을 이사에 앉혀 놓으면서 이사회 기능을 또 마비시키고 말았다. 

남삼현 집행부에서는 지난해 사업을 논의한 제대로 된 이사회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고, 구 당구연맹처럼 임원과 직원들 몇 사람이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형식적인 정기이사회 개최를 근거로 대의원총회에 보고했다.

그 과정에서는 이사회에서 징계와 비리단체 해결을 위한 논의도 전혀 하지 않았고, 중징계 대상자들을 오히려 정직 1개월로 감경 처분하여 2016년 4분기 지원금과 2017년 1분기 지원금이 삭감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 비리 혐의자들에게 억대의 급여를 중계권료로 지급한 것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당구연맹의 모든 결정은 정관에 의해 ‘이사회의 의결’로만 가능하다.

예산의 수립과 사업 진행, 집행 등 행정의 중요한 정책 결정은 회장의 명령이 아닌, 이사회의 의결로 해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 최상위 법인 헌법의 가치에 따른 규정으로, 어떤 경우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당구연맹에는 목적 사업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보호받는 권한인 ‘이사회의 의결’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회장의 판단과 명령만 있을 뿐, 이사회는 말 그대로 식물이사회가 되어 있다.

이것은 자치를 벗어나 통치로 귀결되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만약 국가의 예산 편성과 정책 수립이 당구연맹처럼 돌아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정책 결정과 집행의 권한은 권력자나 측근 몇 사람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

이런 지배구조는 헌법에서 규정한 ‘자치’가 아닌 비민주적인 ‘통치’로 귀결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위험한 통치’ 벼랑 끝에 서 있는 당구연맹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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