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계 '왕좌의 게임', 그 결과와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쟁쟁한 후보자 4인의 출마와 그 결과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이 막을 내렸다. 

서로 다른 목적 달성을 위해 벌인 ‘왕좌의 게임’으로 인해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회장 선거에 무려 4명의 후보자가 난립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당구가 가진 인프라가 총동원되어 역사에 남을 만한 선거가 치러졌다. 출마한 후보자가 모두 쟁쟁한 인물들이다 보니 당구계는 물론, 체육계까지 들썩거렸다. 

기호 3번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부터 기호 4번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기호 1번 남삼현 전 이트레이드증권 대표이사 등 그동안 당구 종목 단체 회장으로 영입하고자 했던 최적의 인물들이 한꺼번에 입후보했다. 

내심 이 후보자들이 한 명씩 차례로 회장을 맡아주었으면 하는 욕심을 부리고 싶을 정도로 당구계의 입장에서는 후보자 모두가 아까운 인물들이었다. 

물론, 당구계에서 회장감으로 손에 꼽으라면 단연 첫손가락에 들어갈 대한당구원로회 이흥식 회장도 출마했다. 후보자들이 너무 막강하다 보니 101표 중 1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한평생을 당구와 함께 살면서 얼마간의 금전적 지원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노력과 헌신을 한 인물로 평가되기에 아쉬움이 크다.

한국관광공사 이참 전 사장도 한국에 방문하는 국가수반과 귀빈들 수행을 해야 하는 자리에 4년 넘게 있다 보니 인맥과 인지도 면에서 우세했다. 

이참 후보의 출마 소식을 들은 정치권의 한 유력 인사는 “이참 씨 같은 경우에는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 기업인들과는 다르다. 국회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참 씨가 회장이 되면 당구연맹은 단순 이익집단이 아닌,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된다. 당구 종목은 정치권이나 기업의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 <빌리어즈>의 기지를 갖고 있던 특정 세력이 응집하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101표 중 불과 12표를 얻는데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 형부로 알려진 동양물산기업 김희용 회장은 단순하게 기업 회장이 참여하는 이상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올림픽 종목인 펜싱의 국제연맹 부회장직을 사퇴하면서까지 대한당구연맹 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의지를 보였다. 

대한당구연맹이 재정 부족으로 2014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을 때, 선뜻 수천만 원을 지원하여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3쿠션선수권대회가 무사히 개최될 수 있도록 당구 종목에 큰 도움을 준 고마운 인물이 바로 김희용 후보다. 

서울당구연맹의 후원사 유치 실적을 볼 때, 김희용 후보가 회장이 된다는 것은 곧 당구연맹의 재정이 안정화되고 사업의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장영철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이 임원 중임제한 인사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서 가장 많은 구 연맹 측 표를 흡수했고, 따라서 회장 당선자로 가장 유력했던 김희용 후보는 뜻밖에도 34표를 얻는데 그쳐 낙선했다. 

남삼현 한양대 특임교수는 박태호 전 대한당구연맹 실무부회장의 추천으로 가장 마지막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남 후보의 출마 소식은 국민생활체육 전구당구연합회에서 횡령 혐의로 파면당한 B씨가 발행하는 <큐스포츠>라는 잡지에서 가장 먼저 출마 소식을 알렸고, B씨 측근 인사들이 선거운동에 개입하면서 논란이 있기도 했다. 

당구계가 지난 1년간 비리와 구태 세력으로 신음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B씨가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남삼현 후보의 당선은 다들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남삼현 후보는 101표 중 무려 45표를 얻어 회장에 당선됐다. 

남 후보자 진영에서는 경험이 많은 박태호 전 실무부회장과 B씨 등 당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거 막판 전략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것으로 파악된다. 
 

(좌측 위쪽부터) 기호 1번 남삼현, 2번 이흥식, 3번 이참, 4번 김희용.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기득권층 응집시킨 전략의 승리

남삼현 후보의 당선은 오랜 당구계 기득권층을 응집시킨 전략의 승리로 평가된다.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B씨가 남 후보의 출마에 관여하면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듯했지만, B씨의 사법처리가 늦어지고 반대로 B씨와 대립관계에 있던 박종화 전 대한당구연맹 수석부회장에게 갑작스럽게 직무정지가 되면서 지난 7월호 <큐스포츠>에 실린 B씨의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힘이 실리게 되었다. 

이런 B씨의 전략은 선거판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B씨는 <큐스포츠> 7월호에 B씨와 대립했던 <빌리어즈>의 편집장인 필자와 박종화 전 부회장, 이참 후보의 출마를 성사시켰던 임장영 구리3쿠션월드컵조직위원장이 마치 자리 욕심이나 내는 속물인 것처럼 매도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것은 박종화 전 부회장을 지지했던 기반이 통합 과정에서 구 연맹 측에 밀리면서 약해진 상황에서 나머지 세력조차 뭉치지 못하는 뜻밖의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B씨와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당구계에 영향력 있는 몇몇 인물들이 남 후보의 지지층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면서 오히려 약점이 상쇄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당구연맹 집행부에서 굵직한 활동을 했던 박태호 전 대한당구연맹 실무부회장도 남삼현 후보의 표 확보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실무부회장은 2006년 대한당구연맹 전무이사 시절에 당구연맹이 방송국으로부터 TV 중계권료를 처음으로 받게 한 인물이고 대한당구연맹이 대한체육회에 정가맹 단체로 승격될 당시의 실무 책임자였던 당구계에 몇 안 되는 지략가다. 

이러한 경험 많은 당구계 인물들이 뭉쳐서 비리 프레임에 걸려 있는 악재를 가라앉히고 지지층을 응집시킨 것은 물론, 선거 막판에 굵직한 몇 개 시도의 표까지 남삼현 후보에게 돌아서게 한 전략이 결정적인 승리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화려한 선거전

체육단체 회장 선거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치열했던 선거로 체육 역사에 남을 이번 대한당구연맹 회장 선거는 후보자가 직접 119명의 선거인을 만날 수 없는 규정과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선거인에게 후보자를 어필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과 SNS를 이용한 선거전이 벌어졌다. 

각 후보들은 선거운동이 시작됨과 동시에 선거공약을 담은 선거공보와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 메시지를 선거인들에게 전송했다. 

다른 선거처럼 공직선거법이나 위탁선거법을 완벽하게 따른 문자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후보자들은 자신의 공약을 날짜별로 세분화하여 선거인들에게 당구의 비전을 제시하고 회장으로서의 각오를 다지는 내용으로 선거법에 크게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개진했다. 

각 후보자들이 직접 선거운동에 참여하여 공약을 수정하고 동영상까지 제작하여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펼친 것은 전례 없던 일이었다. 

타 종목단체는 대부분 후보자 1명을 추대하거나, 많아야 2명 정도가 선거를 했다. 

그에 비해 쟁쟁한 후보자가 4명이나 경쟁을 한 당구연맹 회장 선거의 과정은 체육계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선거운동 끝 무렵에는 후보자들 모두 직접 선거인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기까지 했다. 

애초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후보자의 정견 발표 기회를 주어야 하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선거 당일 선거인들을 모이게 하여 후보자들이 직접 정견 발표를 하거나, 아니면 <빌리어즈TV>를 통해 후보자 정견 발표 선거 방송을 내보내는 안을 놓고 논의했다. 

선거 당일 선거인들을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빌리어즈TV>의 협조를 구해 후보자 정견 발표를 내보내려고 하였으나, <빌리어즈TV>가 선거 방송은 어렵다는 견해를 전달하여 아쉽게도 실현되지는 못했다.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왜 이런 치열한 ‘왕좌의 게임’이 벌어졌을까

치열했던 회장 자리 쟁탈전이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려면 지난 10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의 사무처장이었던 B씨가 협회지 광고료 횡령 혐의로 파면당하면서 B씨 측근 임원들은 박종화 당시 당구연합회장에 대한 궐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B씨 측근의 임원들은 박종화 당시 회장에 대한 학력위조, 도덕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며 박 전 회장을 탄핵시키기 위해 총회 개최를 요구하고 상급단체에 진정을 넣는가 하면, 박 전 회장에게 전치 3주의 폭행까지 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을 벌였다. 

그만큼 파면당한 B씨나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겠다는 꿈을 꿨던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회장의 권한’이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이 끝까지 버티면서 그들이 주장했던 대의원 1/2 재신임은 국민생활체육회 종목육성부에서 “1년이 안 된 회장에게 1/2 재신임은 불가능하며 정관에 따라 2/3 불신임을 정기총회 안건으로 올려서 처리하라”고 지시하면서 일단락됐다. 

박 전 회장의 가족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폭로하고 전 사무처장 B씨와 대의원 C씨가 박 전 회장을 팔로 가격하거나 폭행을 가하는 등 폭력을 행사하거나 파렴치한 방법으로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시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B씨와 측근이 시도했던 ‘회장 쟁탈전’은 끝내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후보자등록 며칠 전, 갑작스럽게 출마한 남삼현 당선자

구 대한당구연맹과 구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가 3월 22일 극적으로 통합된 이후에는 당시 장영철 대한당구연맹 회장과 오래전부터 측근들에게 출마 의사를 밝힌 이흥식 원로회장, 그리고 5월 중순 출마가 결정된 이참 전 사장 등의 3파전이 예상되었다. 

시도연맹이 아직 통합 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유리하다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으나, 이 3자 구도에서는 이참 전 사장이 가장 유력해 보였다. 

이후 구 대한당구연맹 측이 단연 생활체육보다 많은 대의원 수를 확보하면서 생활체육 기반으로 출마한 이참 전 사장과 전문체육 기반인 장영철 전 회장의 승부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장영철 회장이 7월 초에 있었던 임원 중임제한 인사심의에서 탈락하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면서 ‘이참 대 이흥식’의 양자 대결이 전개되는 듯했다. 

8월 1일 선거에 한 달이 채 남지 않을 때까지 후보자로 나서겠다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물밑에서 B씨와 측근들이 후보자 영입에 나선다는 소문이 들렸으나, 과연 횡령 혐의로 파면까지 당한 B씨를 기반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지난 7월 5일에 이참 전 사장이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다음 날, 서울당구연맹 유진희 부회장이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에게 출마 승낙을 받게 되었다. 

며칠 뒤에 김희용 씨의 출마가 공식화되면서 선거 정국이 격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9일 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지고 이사회의 승인된 일정에 따라 선거 절차에 들어간 며칠 뒤, 갑작스럽게 B씨의 공표로 남삼현 한양대 특임교수의 출마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갯속 선거 정국은 뚜껑을 열기 전까지 누구도 낙관하지 못하는 긴박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대한당구연맹 회장선거 투표함.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예상 밖 9표 차이, 결과 뒤집은 ‘마지막 한 수’

이번 선거는 지역별 지지세가 뚜렷했다. 119명의 선거인 중 예상보다 훨씬 많은 101명이나 투표를 했고, 지역별로 선거인들이 함께 올라와서 투표를 한꺼번에 하고 나갔다. 

후보자의 면면과 공약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기보다 선후배 관계나 친분 관계 등 그동안 당구계에서 얽혔던 관계가 표심을 좌우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총 13개 시도 중 남삼현 당선자의 45표는 지역별로 7개 시도 정도가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9표 차이가 난 김희용 후보는 4개 시도, 10여 표를 얻는 데 그친 이참과 이흥식 후보는 1개 시도 등이 지지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중앙심판 17명의 표심이 변수로 작용했을 수도 있고 한 후보자가 지역별로 몰표를 받는 경우도 거의 드물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희용 후보가 남삼현 당선자에게 9표나 적게 받았다는 것이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줄곧 미스테리한 일로 남아 있다. 

김희용 후보는 구 대한당구연맹 측 중앙심판 선거인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선거인이 많은 시도에서 표를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동양기계가 전라북도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서 다수의 표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1개 시도의 평균 표를 8표라고 보면 6개 시도 이상에서 2/3만 표를 확보해도 충분히 당선이 가능했다. 

김희용 후보는 선거 막판에 파악된 선거 상황에서 대략 6개 시도와 표가 적은 1개 시도에서 우세한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남삼현 후보는 4개 시도와 표가 적은 1개 시도가 확실하게 지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뒤집혔다. 이런 뒤집힌 결과가 나오자 대체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남삼현 후보 측에 경험이 많은 전략가들이 선거 막판 결과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마지막 한 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박태호 실무부회장과 B씨 등 남삼현 후보를 지원했던 전략가들은 과연 어디에 수를 두었을까.
 

회장 쟁탈전 승리한 남삼현 집행부에 주어진 숙제

선거에서 승리한 남삼현 당선자 진영은 박태호 전 실무부회장을 중심으로 새 집행부 구성에 나섰다. 

대한체육회에서 종목 단체에 내려준 인준 마감일은 8월 12일이다. 신임 전무이사로는 충남당구연맹 회장, 대한당구연맹 전 감사를 역임한 권교용 씨가 내정됐다. 

그 밖에 박태호 전 실무부회장의 측근 인사와 B씨 측근, 전 대한당구연맹 임원들 중 일부가 새 집행부에 포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됐던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회장 쟁탈전의 연장 선상에서 치러져 당구계의 실력자들이 모두 나섰던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회장 선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후보자를 내세웠던 진영마다, 또 진영 내에서도 개인별 성향에 따라 지지하는 회장이 당선된 이후의 목적이 다 달랐다. 

누군가는 중징계를 복권하거나 축소하려고 회장을 내세웠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순수하게 당구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을 순탄하게 가기 위함이었을 것이며, 다른 누군가는 당구계에 벌어지는 조직 사유화를 해소하고 비리를 척결하여 당구인들이 주인인 당구계를 만들기 위해 선거전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출마한 4명의 후보자 모두 앞서 말한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물들이다. 

그러나 남삼현 당선자와 새 집행부는 개인의 사적 이익보다 공적 이익, 당구계와 대한당구연맹, 당구인 모두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구는 종목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분명한 성과를 얻게 되었다.

“도대체 당구가 뭔데?”라는 말을 들을 만큼 선거의 시작과 끝이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그것은 당구 종목이 가진 역량을 대내외적으로 확인시키는 기회가 되었다. 

당구인 모두가 참여하여 좋은 회장을 선출하기 위해 애쓴 만큼, 회장 자리를 차지해 어떤 개인의 목적 달성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새 집행부를 전락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8월 1일 대한당구연맹 회장선거 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용지.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스포츠당구> 본안 소송 취하는 집행부의 배임행위

지난 1년 동안 치열하게 벌어졌던 ‘왕좌의 게임, 대한당구연맹 회장 쟁탈전’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새 회장과 집행부가 떠안은 ‘비리단체’를 탈피해야 하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종목 단체의 권리를 되찾아오라며 대한체육회의 지시로 법원에 제출한 B씨와 <스포츠당구>의 본안 소송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남삼현 집행부 임원들이 다시 징계 대상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리지 않거나 본안 소송을 취하할 경우 대한당구연맹은 상급단체 지시를 다시 어긴 것이고 이런 결정 이후에는 당구연맹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엄밀히 따지면 지금 계속해서 문화체육관광부 지시를 어기고 당구연맹에 금전적 손해를 끼친 것이나, 본안 소송을 취하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은 형법상 배임에 해당한다. 

이것은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남삼현 집행부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징계 대상자들을 지시대로 처리하면 당장 업무에 공백이 생기게 되고, 처리하지 않으면 6개월이나 삭감된 급여에 대한 부담을 남삼현 회장이 짊어져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사무국 직원들 5명의 급여는 매월 약 2천여만 원으로 예상된다. 중계권료나 연맹 후원금을 임의로 중징계 대상자인 직원에게 급여로 주게 되면 그것조차 자칫 횡령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 
 

남삼현 당선자.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양날의 검’ 쥐게 된 당선자의 운명

문체부의 지시사항을 두 번이나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가 더욱 가혹해질 가능성도 있다. 

필자가 지난 5월 임시 집행부 이사회에서 주장했던 대로 이 문제는 반드시 임시 집행부에서 처리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그랬더라면 새 회장과 함께 새로운 출발 선상에 있는 대한당구연맹은 비리단체도 아니었을 것이고, 수천만원의 직원들 급여가 회장에게 부담이 되거나 연맹 재원의 손실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4분기에도 중징계를 내리지 못해 직원 급여가 삭감되면 체육계 역사상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비리단체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구는 좋은 이미지를 얻었고 그 이미지를 어떻게 이어가서 당구 종목과 대한당구연맹의 발전으로 만들 수 있겠냐는 즐거운 고민을 해야 할 시기에 남삼현 당선자와 새 집행부가 상급단체 지시를 따를지 아니면 다시 따르지 않을 것인지를 놓고 새 집행부 임원에 내정된 이들이 고민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삼현 새 집행부는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조만간 내려야 한다. 덮어주고 책임질 것인지, 아니면 상급단체의 지시를 따를 것인지 말이다. 

문체부까지 나서서 징계하라는 판국에 3분기 급여 삭감은 지난 임시 집행부가 둘로 갈려 상급단체 지시 이행을 방해했던 구 연맹 측 이사들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일이고, 남삼현 집행부에서도 이를 놓고 또 갈라지고 표류하면 훗날 그에 대한 책임은 새 집행부의 결정권자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거 이전부터 대한당구연맹 회장 쟁탈전에서 승리한 당선자가 ‘양날의 검’을 쥐게 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아무리 이번 선거에서 쟁쟁한 후보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2, 3분기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는 사상 초유의 징벌적 조처를 한 문체부조차 누를 수 있을 만큼 절대 권력을 가진 후보는 없었다.

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MBC와 같은 주요 언론까지 주목하고 있는 세금을 건드린 횡령 비리를 덮어주면 스스로에게도 불명예가 되기 때문에 결코 할 수도 없고 도덕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치열한 회장 쟁탈전 이후 그 과정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삼현 당선자를 비롯한 집행부가 부디 당구인 모두를 당구의 주인으로 만드는 현명한 회장, 깨끗하고 일 잘하는 집행부로 당구 역사에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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