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전에서 5-14의 열세를 뒤집고 17-15로 역전승을 거둔 벨기에의 루카 브리셀(28). 사진=WST 제공
준결승전에서 5-14의 열세를 뒤집고 17-15로 역전승을 거둔 벨기에의 루카 브리셀(28). 사진=WST 제공

영국 프로스누커(WST) 월드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38년 만에 놀라운 반전 승부가 벌어졌다.

'벨기에 스누커 스타' 루카 브리셀(28)이 중국의 2002년생 다크호스 스지아후이(20)에게 17-15로 역전승을 거두고 생애 첫 월드챔피언십 결승 진출을 달성했다.

WST는 이번 경기를 "지난 85년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데니스 테일러가 스티브 데이비스에게 8프레임까지 내주고도 18-17로 역전승을 거둔 이후 월드챔피언십에서 나온 최고의 역전승"이라고 평가했다.

브리셀은 30일(한국시간)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2023 카주 월드스누커챔피언십' 준결승전 두 번째 세션에서 10-14의 열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스지아후이가 결승까지 단 세 프레임을 남겨둔 상황에서 시작한 세션2는 브리셀이 이길 확률이 희박한 경기였다.

그나마 세션1에서 브리셀은 5-14로 크게 뒤졌다가 막판에 다섯 프레임을 연속 승리하면서 10-14로 따라온 것이 다행이었다.

앞서 세션1은 19프레임까지 스지아후이의 압도적인 승리가 이어졌다. 스지아후이는 2프레임 125점 센추리브레이크를 시작으로 102점(3프레임), 97점(4프레임), 122점(11프레임), 89점(12프레임), 90점(17프레임), 132(18프레임), 97점(19프레임) 등 쉴 틈 없이 공격을 가했다.

그런데 20프레임부터 스지아후이는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세션1 마지막에 다섯 프레임을 내주면서 10-14로 추격을 허용했다.

세션2에서 브리셀은 첫 프레임부터 6번째 프레임까지 연승을 거두며 16-14로 마침내 전세를 뒤집었다.

브리셀은 세션1부터 합쳐서 20프레임부터 30프레임까지 11번을 연속으로 따냈다. 20프레임에서 108 센추리브레이크를 성공시킨 것을 시작으로 11연승을 거두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드라마를 완성했다.

승리까지 한 프레임을 남겨뒀던 브리셀은 31프레임을 내줬지만, 32프레임에서 61:40으로 승리하며 마침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대역전승을 거둔 브리셀은 '벨기에의 히스토리 메이커'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진=WST 제공
대역전승을 거둔 브리셀은 '벨기에의 히스토리 메이커'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진=WST 제공
스지아후이는 세션1 마지막 다섯 프레임과 세션2 여섯 프레임을 연속으로 내주며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사진=WST 제공
스지아후이는 세션1 마지막 다섯 프레임과 세션2 여섯 프레임을 연속으로 내주며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사진=WST 제공

브리셀은 이번 대회 전까지 월드챔피언십에 나와 다섯 경기를 모두 패했지만, 이번에는 마크 윌리엄스와 로니 오설리번 등 세계챔피언을 연달아 꺾고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준결승전 승리로 브리셀은 유럽 본토에서 월드챔피언십 결승에 오른 첫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현재까지 브리셀은 프로스누커 투어에서 3승을 올리고 있다. 만약 결승에서 승리할 경우 현재 랭킹 10위에서 2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프로스누커 최고의 트로피를 차지한 4번째 비영국인 우승자가 되게 된다.

이번 경기에 대해 브리셀은 "정말 대단했다. 5-14로 뒤지고 있을 때는 한 세션만 남겨두고도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어젯밤 마지막 다섯 프레임을 이긴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오늘 컨디션이 최고였고 운도 따라줬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벨기에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 나라가 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같다. 신문에 도배가 됐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라고 좋아했다.

또한, "결승전을 이기고 싶다. 마지막에 박빙이 아닌 이상 부담은 없다. 내 경기를 하고 내 플레이를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준결승에서 아쉽게 역전패한 스지아후이는 "실망스럽지만, 상대가 지난 두 세션 동안 거의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내 세이프티도 좋지 않았다. 내 플레이에는 몇 가지 결점이 있고 고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시즌에는 자신감을 갖고 어떤 선수라도 이길 수 있다고 믿으며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브리셀을 상대로 월드챔피언십 5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마크 셀비. 사진=WST 제공
브리셀을 상대로 월드챔피언십 5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마크 셀비. 사진=WST 제공

브리셀은 30일(한국시간) 밤 10시부터 5월 2일 오전 6시까지 4차례 세션으로 나누어 18선승제로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결승전 상대는 월드챔피언십 다섯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마크 셀비(잉글랜드). 셀비는 준결승에서 마크 앨런(잉글랜드)에게 17-15로 신승을 거뒀다.

두 선수는 지난해 말에 열렸던 잉글리시 오픈 결승전에서 대결해 셀비가 9-6으로 승리한 바 있고, 역대 전적에서도 브리셀이 3승 8패로 열세다. 이번에는 브리셀이 어떤 드라마를 만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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