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떤 스포츠 종목도 변하지 않는 룰이란 없다. 급변하는 정세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포츠 경기에서의 시대적 요구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다룰 칼럼 내용 중에 변하지 않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지금 적용되고 있는 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과 주관적인 견해가 다소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필자 주>


필자는 한때 과한 콜 액션으로 비판과 칭찬을 동시에 받았던 적이 있다. 물론 매 순간 과한 액션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필자도 선수로 활동을 하고 있고, 같은 선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경기 흐름상 결정적 순간의 득실점은 그 경기의 승패까지도 뒤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긴박감이 심판을 보던 필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에 때때로 다소 과한 콜 액션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 당시 필자가 주목받기 위해서 일부러 연출된 액션이 결코 아니었음을 밝힌다.

심판을 보면서도 현장에서 그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들과 같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나오는 액션이었다.

스포츠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도 표현한다. 당구 경기에서의 드라마와 같은 감동은 결정적 순간의 득점 또는 그런 상황에서 난구를 풀어내어 경기의 양상이 뒤바뀌는 것과 비슷한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판은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함께 그 감동을 관중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어떤 상황에서의 득점 순간은 '함께'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심판은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함께 그 감동을 관중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어떤 상황에서의 득점 순간은 ‘함께’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


돌아보면 이러한 반응 섞인 액션을 긍정적으로 생각한 당구 팬들에게는 필자에 대한 이미지를 '심판 류지원'으로 각인시킨 이유가 되었고, 반대로 이런 액션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당구 팬들에게는 선수보다 주목받고 싶어 하는 심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긴박한 상황을 표현하는 심판의 콜 액션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심판들은 필자와 같이 상황에 따라 콜 액션을 크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심판이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지속해서 과한 액션을 하게 되면 경기의 감동을 오히려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심판은 경기의 감동을 관중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심판의 분명한 액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적절히 표현되는 약간의 과한 액션은 관중이 함께 경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드라마적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 큰 시합은 보통 체육관에서 치러져 왔다. 이것은 곧, 관중들은 득실점에 대한 분명한 시각적 정보 없이 관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심판 교육을 할 때 늘 강의하는 내용 중 하나가 "심판은 늘 양 선수 모두에게 공평한 판정을 해야 하며 경기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하고, 규정집에도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 '상식선'에서의 적절한 판정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함께 관중에 대한 배려와 컨트롤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라고 교육하고 있다.

그러므로 멀리서 관전하는 관중들을 위해 심판은 득점과 실점에 대한 액션을 분명히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플레이하고 있는 경기장까지 찾아와 '직접 관전'을 하는 관중들의 관심과 기대에 대해 심판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심판이 경기 진행 중에 관중의 관심에 위축되거나 득실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거나 또는 지나치게 많은 이닝과 시간을 소요한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콜 액션은 자칫 흐지부지될 수 있다.

그것은 관중의 불편함과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드라마틱한 감동도 끌어내기 어렵고, 심판에 대한 비판 또한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순간에 나오는 심판의 콜 액션은 단순히 개인이 관심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당구를 보다 더 재미있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능숙한 콜 액션을 통해 선수와 관중 모두를 배려하는 심판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심판은 대한민국 당구 발전을 위해 작은 모래알을 쌓고 있는 많은 사람 중 하나다. 당구를 더욱 즐겁게 관중들이 즐길 수 있도록 심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 이 칼럼의 내용은 (사)대한당구연맹 심판위원회 공식 입장과 관계없는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필자 류지원

현 (사)대한당구연맹 공인심판
현 (사)대한당구연맹 여자 3쿠션 당구선수
경기지도자 2급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 류지원 공인심판에게 당구 규칙에 대해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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