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떤 스포츠 종목도 변하지 않는 룰이란 없다. 급변하는 정세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포츠 경기에서의 시대적 요구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다룰 칼럼 내용 중에 변하지 않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지금 적용되고 있는 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과 주관적인 견해가 다소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필자 주>
 

이닝의 시작 선언은 주심의 신호에 따라 이루어진다. 사진은 이닝의 시작 선언을 하는 주심. 빌리어즈 자료사진


◆ 이닝의 시작 시간은 어떻게 정해질까

각 이닝의 시작 시간은 주심이 결정하게 되어 있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이닝의 시작 시간은 주심에 의해 선언되고, 선수는 주어진 공격 기회를 시작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선수의 공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당구의 기본적인 규칙이다.

물론, 다분히 주심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지만, 공정성을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주심의 입장에서 두 선수 모두를 배려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양심에 어긋난 판정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닝의 시작 선언은 언제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당구대 위의 모든 공이 정지하게 되면 시간이 시작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닝이 시작되는 순간의 결정은 주심이 하는 것이지만, 별다른 상황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당구대 위의 공이 모두 정지했을 때 타이머가 시작된다.

그러나 경기 중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여기서 핵심은 주심이 양 선수가 공정하고 편안한 조건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이닝의 시작 시간을 융통성 있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심이 이닝 시작을 선언하고 부심이 입력을 하게 되면, 제한 시간을 알리는 타이머가 전광판에 표시된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 ‘타임파울’ 선언… 심판은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타이머가 0초가 되는 것과 동시에 주심은 타임파울을 선언하게 된다. 즉, 화면에 1초가 표시될 때 타임파울을 선언해야 0초와 동시에 적용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타임파울 선언은 쉽지 않고 그만큼 긴장이 많이 된다. 필자도 오래전에 처음 타임파울을 선언할 때 긴장을 엄청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이닝의 시작 시간 선언이 떳떳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된다. 가령 당구대 위의 모든 공이 멈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이머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서 있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심판 경험이 많지 않았을 때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라고 할 수 있다. 매번 타이머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직 습관이 되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에 범하는 실수다.

또한,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과한 업무에 따른 집중력 저하가 이런 실수를 불러오게 된다.
 

주심의 신호에 따라 부심이 점수판 타이머를 리셋하고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두 번째로는, 주심과 부심 모두 집중력이 떨어져서 타이머를 일시정지시키는 시점이 늦어지거나 선수의 요구에 즉각 반응하지 못하여 선수의 공격 시간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심판에게 엄청난 위기가 오게 된다. 심판은 찰나의 순간에 타임파울을 선언해야 하는데, 주춤거리며 ’선언’을 하지 못하면 경기 진행에 잠시 차질이 생기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의 양심과 관중 또는 선수에게 떳떳하지 못한 타임파울을 선언하여 어느 한 선수에게 불리하게 경기 흐름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심판의 위기는 땀 흘려 연습해 온 선수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경기 후에 심판도 책임 추궁과 비판, 스스로 갖는 죄책감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심판이나 선수나 또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이나 보고 듣고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고 해서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심판도 판정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더 신중하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심판의 몫이다.

그렇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습관이 될 때까지 연습하고 훈련하고 그만큼의 경험을 쌓는 방법밖에 없다.

심판이 “나 때문에 저 선수가 피해를 보았다”라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심판도 선수 못지않은 피눈물 나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필자의 칼럼은 경기 중에 발생하는 심판 판정에 대한 오해를 줄여보기 위해 당구 룰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심판으로서 적절한 상황 판단과 판정, 또 적절한 행동 양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될 예정이다.

필자의 경험이 아직 많이 부족하고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지만, 이 또한 당구 경기가 공정하고 선수들이 충분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노력이라고 이해해주기 바란다.
 

 

필자 류지원

현 대한당구연맹 공인심판
현 대한당구연맹 여자 3쿠션 당구선수
경기지도자 2급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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