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하라는 지시는 문체부 장관의 명령이지 어느 개인의 주장이 아니다.

보통 사건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 죄를 지은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성향을 띤다.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부탁하는 이들이 있고, 이와 반대로 자신의 죄에 대한 반성은커녕 거짓으로 항변하며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이들도 있다.

판례를 보면 법원은 이 두 가지 다른 성향의 피의자들에게 냉정하다 할 만큼 상반된 판결을 내린다.

대체로 전자의 경우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정도와 피해 구제에 대한 노력을 판결에 반영하여 감형하거나 선처해 주는 반면,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피해 구제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후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강한 처벌을 내리게 된다.

실제로 수억 원을 횡령했던 한 단체의 직원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횡령액을 전액 환수한 것이 참작되어 중형이 예상됐던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잠시 판단을 잘못하여 사람을 때릴 수도 있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댈 수도 있다.

그래서 범법 행위가 적발된 이후의 행동은 과연 그 사람의 행위가 실수인가, 아니면 고의인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되어 형량이 결정된다.

결국, 피의자의 항변은 자신이 받게 될 처분을 스스로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가 된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장영철)은 일부 임직원들의 쓸데없는 행동때문에 지금 이런 가혹한 '항변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구 대한당구연맹 법제상벌위원회(2016.03.03. 개최)에서 내린 결정에 대한 대가로 통합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을 비리단체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중징계 대상자들은 물론이고, 아무 잘못이 없는 직원들까지도 전부 급여 지원이 중단됐다.

당시 문체부는 “장관 명으로 내려간 중징계 지시를 어기고 경징계를 내린 것에 대한 결과다. 당구연맹이 비리단체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문서화된 결과를 6월 중에 가져오면 3/4분기 비리단체 지정을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문체부의 의견이 무슨 뜻인지는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지금 대한당구연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시작된 내막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명령으로 내려온 중징계 지시를 겁도 없이 어긴 '상황 파악하지 못한 항변의 대가'는 1) 2/3분기 지원금 4,500여만원 삭감 2) 3/4분기 지원금 4,500여만원 삭감 등의 엄청난 금전적 피해의 원인이 되었고, 최종적으로 3) 관리단체 지정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며 당구연맹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개인이 징계를 덜 받기 위해 꼼수만 부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기가 찼다.

안타깝게 흘러가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수차례 장영철 회장과 만났고 수십 번 통화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1차 이사회를 열어 중징계 대상자들의 재징계 의결을 주장하고 2차 이사회에서는 개인을 살리고자 단체를 망가뜨리지 말라며 구 연맹 집행부 임원들을 질타해 숱한 원망도 들었다.

친분이 있는 여러 사람의 원망을 들으면서까지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문체부에서 중징계 지시가 내려올 만큼 횡령과 부정회계를 저지른 범법이 적발된 것이 원인이고,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은 필자도 마찬가지인데 그날 이후 더욱 안타까운 이야기가 들렸다.

구 연맹 집행부의 임직원 몇 명이 주변 인물들에게 사실을 왜곡하여 필자나 <빌리어즈>가 마치 '당구를 망가뜨리는 주범인 것'처럼 몰아간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문체부 장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대가를 이미 치르고 있으면서도 이를 끝까지 숨기고 당구인들을 속이는 행동이 결국 단체를 망가뜨리는 것이지, 비리 대상자들에게 문체부 장관의 명령대로 정상적인 징계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종목을 망치게 하지 않는다.

구 연맹 집행부 임직원들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었다면 필자를 매도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비리단체를 벗어날 방안을 찾아서 행동에 옮기는 것이 단체를 위험에 처하게 만든 책임있는 사람들이 해야할 최소한의 도리다.

지난 6월 10일 열린 제2차 대한당구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구 연맹 집행부의 중징계 대상자들은 비교적 경한 수준의 중징계를 받았다.

회의에 참석한 구 연합회 측 추천 변호사 4명은 구 연맹 측에서 선임한 위원들과 무려 4시간에 걸친 격한 논쟁을 벌이며 당구연맹에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이날 결론이 나지 않거나 심히 우려스러운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중징계 대상자에게 적용한 규정이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이나, 중징계 대상자가 경징계로 다시 선회한 부분은 여전히 문체부의 최종 판단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고, 이러한 의결로 인해 당구연맹이 어떤 피해를 보게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에 나온 결과는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결과였고, 이제는 상급단체의 처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당구연맹 관계자들과 그 주변 당구인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다.

비리를 숨겨주는 것이 결코 징계 대상자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은 징계 대상자들은 물론, 대한당구연맹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매우 위험한 항변이라는 것이다.

구 연맹 집행부의 비리 혐의자를 전원 중징계 처분하라는 지시는 필자나 <빌리어즈>의 의견이 아닌 문체부 장관의 명령이다. 

이 지시를 어긴 혹독한 대가를 이미 당구연맹은 치르고 있고,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관련자 및 관계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