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여자 3쿠션 세계선수권에 이어 주니어(22세 이하) 세계선수권도 제패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우승이고, 지난해 튀르키예에 내줬던 타이틀을 1년 만에 되찾아 왔다.
한국의 오명규(19·강원당구연맹)가 17일 밤 10시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2023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독일의 아미르 이브라이모프(15)를 37이닝 만에 35:33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9년에 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가 마지막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한국은 코로나 이후 재개된 지난해 대회 준결승에서 탈락하며 튀르키예의 부라크 하샤쉬(17)에게 타이틀을 내줬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출전한 오명규가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라와 한국의 역대 9번째 주니어 세계챔피언에 도전했고, 결승에서 치열한 승부 끝에 2점차 신승을 거두며 정상을 탈환했다. 2007년 김행직(전남)의 우승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제패를 시작한 한국은 김태관(크라운해태)과 조명우까지 총 3명이 주니어 세계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오명규는 한국의 역대 4번째 주니어 세계챔피언이다.
결승전은 35점제로 치러진 주니어 세계선수권 중 가장 적은 점수 차로 승패가 갈린 명승부였다. 오명규는 초반 난조를 보이며 10이닝까지 7:13으로 끌려갔다. 2008년생 최연소 출전자인 이브라이모프는 준결승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디펜딩 챔피언' 하샤쉬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고, 오명규를 상대로도 꾸준하게 점수를 내며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다가 오명규가 점차 안정을 찾게 된 11이닝부터 2-4-2 연속타로 15:17까지 쫓아가면서 승부의 반전이 시작됐다. 오명규는 15이닝에서 4점을 득점하며 19:17로 처음 역전에 성공했다. 곧바로 이브라이모프가 3점을 달아나 전반전은 19:20(16이닝)으로 1점 뒤진 가운데 마쳤다.
마지막 15점가량을 남겨두고 두 선수는 동점과 역전을 반복하며 막판까지 살얼음판 승부를 벌였다. 오명규는 도망갈 수 있는 기회에서 두 번의 스리뱅크 샷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며 기회를 놓쳤다. 33이닝에서 점수는 32:32 동점. 34이닝에서 오명규는 절묘한 밀어치기 역회전 샷을 성공하며 2점을 보태 34:33으로 챔피언십포인트에 도달했다.
우승까지 단 1점을 남겨둔 오명규는 두 차례 더 공방을 벌이다가 이브라이모프가 막판에 좋은 기회를 놓치자 37이닝에서 뒤돌리기로 챔피언십포인트를 득점하고 승리를 거뒀다. 오명규의 우승으로 튀르키예 앙카라에서는 3일 만에 다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한국은 지난 14일에 사상 최초로 여자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이신영(충남당구연맹)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서 15일에 시작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오명규와 함께 정예성(서울당구연맹)이 우승 탈환에 나서 모두 본선 8강까지 진출했다. 당초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두 선수의 맞대결을 기대했으나, 8강에서 운명이 엇갈려 오명규만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8강에서 오명규는 곤살로 산투스(포르투갈)를 36이닝 만에 35:29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고, 정예성은 다니엘 사인스 파르도(스페인)에게 22이닝 만에 20:35로 패해 아쉽게 준결승행이 좌절됐다. 준결승에서는 오명규가 파르도를 상대로 15이닝에서 끝내기 10점 하이런을 터트며 35:20으로 승리하고 결승에 올라왔다.
오명규는 준결승전 애버리지 2.333으로 하샤쉬가 16강전에서 작성한 대회 최고 애버리지 2.333과 동률을 기록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했던 하샤쉬는 지난해 우승 때보다 더 향상된 실력으로 매 경기 상대 선수를 압도했으나, 준결승에서 자신보다 2살 더 어린 이브라이모프에게 일격을 맞고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결승에 올라온 이브라이모프는 주니어 세계선수권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인 김행직의 15살(2007년)과 타이기록에 도전했다. 그러나 오명규에게 뒷심에서 밀리며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오명규는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성인 선수 못지않은 안정적인 기량으로 우승까지 차지하며 주니어 세계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 6일 시작된 이번 세계선수권에 국가대표 11명을 파견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해 2관왕을 달성했다. 가장 먼저 열린 남자부에서는 조명우가 공동 3위에 올랐고, 다음 여자부에서는 사상 최초로 이신영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하은(충북당구연맹)도 4강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신영의 여자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한국은 세계 최초로 남자부와 여자부, 팀선수권, 주니어부까지 3쿠션 종목 4개 부문을 모두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마지막에 열린 22세 이하 주니어부에서는 오명규가 한국의 15회(16년) 연속 4강 진출 기록과 함께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