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서 우승한 김행직(전남)은 한국의 당구 종목 최초 세계선수권자다. 김행직의 나이는 불과 15세였고, 최연소 주니어 세계챔피언 기록과 함께 최다 우승(4회) 기록까지 세웠다. 그러나 세계캐롬연맹(UMB)가 지난 2019년부터 갑자기 김행직이 우승한 2007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빼고 대회 회차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본지에서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변이 없다가 올해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2007년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서 우승한 김행직(전남)은 한국의 당구 종목 최초 세계선수권자다. 김행직의 나이는 불과 15세였고, 최연소 주니어 세계챔피언 기록과 함께 최다 우승(4회) 기록까지 세웠다. 그러나 세계캐롬연맹(UMB)가 지난 2019년부터 갑자기 김행직이 우승한 2007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빼고 대회 회차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본지에서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변이 없다가 올해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는 지난 2001년에 처음 시작됐다. 성인부 남자 3쿠션 세계선수권이 1928년에 처음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73년이 지나서 한참 늦게 주니어 세계선수권이 시작됐다.

캐롬 종목은 19세기 말에 유럽을 중심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타 대륙으로 퍼지는 데는 시간이 꽤 필요했고, 이를 토대로 스포츠로서의 기반을 닦아 전 대륙 선수가 참가하는 진짜 세계선수권다운 대회가 개최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는 세계 당구계가 무수한 역사를 기록한 이후에야 2001년에 첫발을 떼었다.

1928년 시작된 세계선수권을 기반으로 3쿠션 당구월드컵을 육성하고, 수십 명의 세계챔피언과 세계 각국의 우수한 당구선수가 수십 년에 걸쳐 등장하고 나서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침내 시작됐다.

세계선수권은 1960년대에 와서 '당구 전설' 레이몽 클루망(벨기에)이 11년 동안 연속 우승한 1970년대까지 4대륙이 모두 참가하는 정상적인 대회로 성장했다. 이때의 세계선수권 성장을 기초로 BWA(당구월드컵협회)가 1985년에 출범하면서 이듬해부터 전 세계 선수들이 출전하는 시리즈 형태의 세계3쿠션당구대회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BWA는 클루망을 중심으로 조직돼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등 당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규모로 당구월드컵을 육성했다. 이때 세계선수권을 조직하는 세계캐롬연맹(UMB)은 당구월드컵을 주최하는 BWA와 한참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UMB가 주최하던 세계선수권이 개최되지 않으면서 BWA 당구월드컵 랭킹을 기준으로 매년 세계챔피언을 선정하기도 했다. 1988년부터 1993년까지 세계선수권은 개최되지 않고 그해 열린 당구월드컵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 한 명이 세계챔피언까지 차지하게 됐다.

1993년에 한국인 최초로 고 이상천 회장이 세계챔피언에 올랐던 것이 바로 이 케이스였다. 이후 BWA는 대회 개최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자금난을 겪으면서 1999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UMB가 세계선수권과 당구월드컵을 모두 유치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유럽 당구 전문 매체 '코줌'의 사이트에 기록된 카시도코스타스의 2001~2003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 기록.  사진=코줌 캡처 
2001년 첫 번째 주니어 세계선수권 순위. 카시도코스타스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한국의 박인수(에스와이)가 10위, 신승수가 12위에 올랐다.  사진=코줌 캡처

UMB는 이렇게 긴 역사를 가진 단체다. 정식 설립일은 1959년 6월 1일이지만, 1923년에 설립된 UIFAB(Union Internationale des Fédérations des Amateurs de Billard)가 전신이다. 1928년부터 세계선수권을 시작한 UIFAB 단체의 역사를 그대로 이어받은 단체가 현재의 UMB다.

주니어 세계선수권은 BWA가 사라진 다음 완전히 자리를 잡은 UMB가 직접 주최 및 주관한 대회다. 2001년에 초대 챔피언에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가 올랐고, 2002년까지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카시도코스타스는 17년 10개월의 나이로 당구 역사상 최초로 주니어 3쿠션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카시도코스타스의 돌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3년 열린 성인부 세계선수권에서 불과 19살에 결승에 진출, 세미 사이그너(휴온스)와 우승을 다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결승에서 져 준우승에 그쳤던 카시도코스타스는 2004년에 또 2년 연속 세계선수권 결승을 밟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대결했다.

두 번 모두 세계선수권을 제패하지 못했지만, 카시도코스타스가 19살과 20살의 나이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 당구계가 술렁거렸다. 2001년 첫 주니어 세계선수권부터 2004년까지 3쿠션 종목 세계선수권에서는 이처럼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국은 지난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모두 국가대표를 파견했다. 사진은 올해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 출전 선수들.  사진=아프리카TV 
한국은 지난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모두 국가대표를 파견했다. 사진은 올해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 출전 선수들.  사진=아프리카TV 

지금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제러미 뷰리(프랑스)는 1회 주니어 세계선수권 준우승자고, 클루망의 손자 피터 클루망(벨기에)도 그 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특히, 190cm의 장신에 얼굴도 잘생긴 카시도코스타스를 비롯한 여러 유망주의 출현은 유럽을 넘어서 주니어 세계선수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에 UMB를 비롯한 유럽의 매체들은 주니어 세계챔피언에 오른 카시도코스타스가 2년 연속 성인부 세계챔피언 결승에 진출한 것을 다양한 루트로 어필했다.

그 이야기는 한국에 있는 필자에게까지 전해져 기록에 남아 있다. 한국은 변방이었던 시절이어서 황득희(에스와이)가 세계선수권에 나가 본선에 한 차례 올라가긴 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던 때였다. 그래도 한국은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로 이미 방콕 아시안게임과 부산 아시안게임을 치른 대한당구연맹(KBF)에서 2001년과 2002년에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국가대표를 선발해 한국 선수를 출전시켰다.


- 다음 편에 계속 -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DB, 코줌 홈페이지, 아프리카TV 제공)


김도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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