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시작됐던 한국 3쿠션 선수들의 세계 도전이 이신영(충남)의 여자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17년 전 시작됐던 한국 3쿠션 선수들의 세계 도전이 이신영(충남)의 여자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한국이 세계 최초로 3쿠션 세계선수권 4개 부문을 모두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당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캐롬 종목의 종주 대륙인 유럽에서도 세계선수권 4개 부문을 모두 우승한 국가는 아무도 없고, 이번에 한국이 3개 부문 동률이었던 네덜란드와 일본을 제치고 가장 먼저 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남아 있던 여자 3쿠션 세계선수권을 지난 14일 밤 10시에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제11회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이신영(충남)이 우승하면서 완성된 세계 유일의 기록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인프라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 주니어 선수를 육성해 왔고, 이러한 노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다. 4개 부문 세계선수권의 그랜드슬램은 지난 2007년부터 17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남자 세계선수권 최성원(휴온스)과 여자 세계선수권 이신영, 팀선수권 최성원·김재근(크라운해태)·강동궁(SK렌터카), 주니어 세계선수권 김행직(전남)·김태관(크라운해태)·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 등이 바로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3쿠션 종목 세계선수권은 남자와 여자 세계선수권과 팀선수권, U22 주니어선수권 등 4개 부문이 1년 주기로 개최된다. 남자 세계선수권은 1928년에 처음 시작해 올해 75번째 대회를 치렀고, 여자 세계선수권은 1999년과 2002년에 처음 '월드 챌린지컵 레이디스'라는 명칭으로 시작해 2004년부터 정식 세계선수권으로 대회명을 바꿔 열렸다.

팀선수권은 1981년부터 올해까지 35차례 대회가 개최됐고, 22세 이하 주니어선수권은 2001년부터 총 14번 대회가 개최됐다. 한국이 3쿠션 종목에서 가장 먼저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것은 주니어 김행직이다.

김행직은 2007년 스페인에서 열린 '제3회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서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3쿠션 종목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이어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

김행직의 뒤를 이어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선수는 최성원이다. 지난 2014년 서울에서 열린 제67회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최성원이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을 20이닝 만에 40:37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3쿠션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듬해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최성원은 2년 뒤 3쿠션 국가대항전인 '세계3쿠션팀선수권'에서 김재근(크라운해태)과 함께 세계 최강 벨기에를 꺾고 팀선수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서 2018년에는 최성원과 강동궁(SK렌터카)이 오스트리아 돌풍을 잠재우며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2017년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의 김재근과 최성원.
2017년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의 김재근과 최성원.
2012년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행직과 공동 3위 김준태.
2012년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행직과 공동 3위 김준태.

그사이에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는 2015년에 김태관, 2016년에 조명우가 우승했고, 조명우는 2018년과 2019년에 2년 연속을 마지막으로 주니어를 졸업했다.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김행직이 4개, 최성원과 조명우가 3개씩 땄고, 김재근과 강동궁, 김태관이 한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과 남자 세계선수권, 팀선수권까지 3개 부문 정상을 차지한 한국은 마지막 여자 세계선수권 우승이 관건이었다. 세 차례나 결승에 도전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쳐 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 2014년에 여자 계선수권 4강에서는 이신영이 고배를 마셨고, 2016년과 2017년에는 이미래(하이원리조트)가 2년 연속 결승에 올랐으나, 히다 오리에(SK렌터카)와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4개 부문 세계선수권 제패에 한국은 여자 세계선수권을 남겨두고 아쉽게 고개를 떨궜다. 그사이에 LPBA로 주력 선수들까지 빠져나가면서 기록 달성이 어려워 보였다. 한국처럼 3개 부문을 우승한 네덜란드는 2008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글렌 호프만이 준우승에 그치면서 아깝게 그랜드슬램을 놓쳤다.

네덜란드는 주니어 선수 발굴에 난항을 겪으면서 4개 부문 우승이 사실상 어려웠다. 일본도 일찌감치 남자와 여자 선수권, 팀선수권을 우승했지만,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유럽처럼 장기간 3쿠션 선수 육성을 하지 못한 일본도 큐를 잡는 어린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네덜란드와 비슷한 처지였다.

2018년 팀선수권을 우승한 강동궁-최성원.
2018년 팀선수권을 우승한 강동궁-최성원.

2개 부문 우승국인 벨기에는 주니어와 여자 선수가 없고, 튀르키예 역시 주니어와 여자 세계선수권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스페인은 남자와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우승했지만, 팀선수권은 준우승에 그쳤고 여자 선수권은 기약이 없었다.

그리스는 주니어와 남자 세계선수권을 우승했고, 여자와 팀선수권 우승이 요원했다. 이 국가들은 대체로 대체로 뛰어난 한두 명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주니어와 여자 선수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오랜 시간 투자로 남자와 여자, 주니어, 팀까지 모두 육성해왔던 한국이 유일하게 전 부문 우승의 가능성이 있었다. 여자 세계선수권이 고비였지만, 이번에 이신영이 마지막 퍼즐을 맞추면서 사상 최초로 3쿠션 전 부문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는 대기록을 완성하게 됐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파이브앤식스 , 터치빌리어드매거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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