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은 정부의 체육단체 통합 이후 당구 종목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로 설립된 단체다.

2년 전 국민체육진흥법의 개정에 따라 당구는 기존 엘리트 단체인 대한당구연맹과 아마추어 단체인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가 하나의 조직체로 구성하게 되면서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라는 단체명으로 통합하여 새 출발을 했고, 지난 2016년 8월 1일 선거를 통해 남삼현 현 회장을 선거인단의 투표로 선출했다.

따라서 남삼현 회장은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초대 회장'이다.

그는 동시에 수년 동안 대한당구연맹 최대 후원사인 이트레이드증권의 대표이사를 지낸 어찌 보면 당구계 입장에서 보호하고 고마워해야 할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당구연맹 내부에서는 임기의 절반밖에 채우지 않은 회장에게 '자진사퇴'라는 초강수를 두어 쇄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사퇴를 할 것인지를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초대 회장'이자 최대 후원사 대표자 출신인 남삼현 회장을 임기 2년 만에 사퇴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 것인지 어쩌다가 이런 불행한 역사를 또 반복하게 된 것인지, 당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다.

물론 이러한 일이 벌어진 데에 대한 책임에서 남삼현 회장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지난 2년 동안 대한당구연맹에서 일어난 일은 초대 집행부 임원들에게 더 과중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초대 회장의 중도 사퇴는 최악의 선택이다.

당구인들은 초대 회장이자 최대 후원사 대표이사 출신인 남삼현 회장을 임기 2년 만에 사퇴시키려고 하는 한국 당구계를, 과연 외부에서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사상 초유의 국제분쟁으로 번진 'UMB-KBF 사태'는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고군분투하며 일단락되었다. 이 문제는 원칙적으로 지난 2016년 8월에 구성된 초대 집행부의 과오로 인해 발단된 사안이다. 따라서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한 초대 회장을 물러나게 할 일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처리하지 못한 집행부 임원들이 모두 책임져야 할 일이다. 사진은 지난 7월 15일 UMB 세계당구연맹 파룩 바르키 회장과 협의안에 서명하고 악수를 나누는 남삼현 회장. 빌리어즈 자료사진


UMB 중계권 문제, 남 회장 당선 이전부터 시작된 사건
초대 집행부 제 역할 못 하며 중계권 문제 키운 것

 

금융계 유력 인사이며 한양대 교수로 활동했던 남 회장의 경력은 대한당구연맹의 초대 회장으로 전혀 부족할 것이 없었다.

큰 기업을 운영하고 성장시킨 남 회장의 경험은, 당시 횡령 등의 금전 비리로 인해 주요 내부자들이 검찰에 고발을 당하고 모조리 중징계 대상자가 될 만큼 문제가 많았던 대한당구연맹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를 당구인들이 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당시 남 회장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하며 '초대 집행부'에 입각한 인물 중 대다수가 대한당구연맹 내부의 비리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모르거나, 또는 자기들만의 세력 구축을 위해 그 비리 혐의자들과 손을 잡은 이들이었기 때문에 초대 집행부가 쇄신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남 회장 측근에서 대한당구연맹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이를 해결하여 향후 정책과 연결시킬 수 있는 인물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 결과적으로 이런 사태를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굳이 남 회장의 실책을 따지자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쇄신하지 못하고 전리품처럼 집행부 임원 자리를 나누어 가져 당구연맹의 당시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능한 초대 집행부를 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대한당구연맹의 재정에 큰 보탬을 끌어내지 못한 부분이나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기가 절반이나 남아있는 남 회장을 현시점에서 자진사퇴시키겠다는 것은 매우 성급한 결정이다.

이것은 또 한 번 당구 역사의 퇴보를 걷게 하는 '악수 중의 악수'가 될 것이 자명하다.

지금까지 대한당구연맹의 내부를 보면, 남 회장이 지난 2년 동안 제 일을 할 수 없었던 데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문제는 남 회장보다 집행부다.

통합된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초대 집행부는 가장 먼저 남 회장 집행부 이전부터 진행된 'UMB 세계캐롬연맹의 중계권 규정 신설'에 관한 대응책을 세워야 했다.

그러나 이런 사항을 지적하고 해결할 만한 인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본지 김주석 편집장이 구리세계3쿠션당구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 미디어팀장을 맡아서 그에 관한 자세한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필자도 지난 2016년 9월호 권두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2016년 구리 당구월드컵 당시에 처음 제기되었던 이 중계권 문제는 남 회장을 겨눈 첫 번째 화살인 동시에 2년 만에 남 회장을 몰아세운 두 번째 화살이 되고 말았다.

UMB는 2016년 4월에 처음 중계권을 설정해 코줌과 연간 계약을 하면서 월드컵 대회의 중계권 규정을 UMB와 개최국에서 동시에 중계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반면에 대한당구연맹은 이미 빌리어즈TV와 월드컵 중계를 포함한 내용으로 다년간의 중계권 계약을 설정했다.

따라서 2016년 구리 월드컵 중계부터 UMB와 대한당구연맹의 권리가 정면충돌하게 되었고, UMB 계약사인 코줌과 대한당구연맹의 중계권 계약사 빌리어즈TV가 합의를 거쳐 월드컵대회를 중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당시 처음 촉발된 이 중계권 문제는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추후 논쟁이 커질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당구연맹 초대 집행부 임원들은 입각과 동시에 점령군인 양 행세하며 기존의 구리월드컵조직위원회 임장영 위원장을 비롯한 조직위원들을 모두 갈아치우기에 바빴다.

2016년 구리 월드컵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 남겨둔 상황에서 남 회장 당선 이전에 활동하던 조직위원회가 초대 집행부 주요 임원의 요구에 따라 쫓겨나다시피 사퇴했고, 아무것도 모르던 초대 집행부 임원진이 이를 대신 맡았다.

결과적으로, 대한당구연맹 임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권리를 지켜주어야 마땅한 연맹의 계약사 빌리어즈TV는 2016년 구리 월드컵 중계를 아예 하지 못했다.

대한당구연맹과 중계권 계약을 하며 연간 수억 원의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빌리어즈TV는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세계대회 중계권에서 배제되기까지 했다.

이러한 초대 집행부 임원들의 직무유기가 훗날 국제분쟁의 발단이 된 것이며, 그 뒤처리를 남 회장이 직접 나서서 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만들었다.

시기적으로도 가장 중요하고 어깨가 무거웠던 그때에, 당구계에서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인물이나 대한당구연맹의 일을 그저 풍문으로만 듣던 사람들까지 '등기이사'에 임명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중계권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임원들과 비리 혐의를 감추기에 바빴던 내부자의 침묵, 그리고 자신들의 세력이 만든 남 회장을 속칭 '바지 회장'으로 만들어서 이권을 챙기려고 했던 부도덕한 인물들의 욕망 등 이 모든 부조리가 총체적으로 합쳐지면서 빌리어즈TV는 물론 대한당구연맹까지도 큰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초대 집행부가 이사회는 개최도 하지 않고 총회까지 밀실에서 여는 등 어떤 대응도 하지 않으면서 허송세월하는 사이에, UMB는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초청대회 중계권 또한 자신들의 계약사에 의해 운용되도록 규정을 바꾸고 말았다.

최근까지 많은 논란이 되었던 'UMB와의 국제 분쟁'은 이렇게 발단된 사건이다.

만약, 남 회장이 2016년 8월에 이러한 대한당구연맹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인물이나 당구와 체육정책, 국제정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인물을 기용했더라면 이런 문제가 아예 일어나지 않았거나 최소한 분쟁을 피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비를 했을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랬더라면 남 회장은 지난 수개월 동안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지금 대한당구연맹의 문제는, 집행부 임원들과 사무처가 제때 일 처리를 하지 못해 생긴 일을 전면에 나서 뒤처리한 후원사의 대표이자 초대 회장인 남삼현 회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무능한 집행부 임원들과 비리로 얼룩진 내부자들에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업무상 과실에 해당할 만큼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른 집행부 임원과 내부자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남 회장에게 모든 굴레를 씌우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어떤 체육단체 회장이 분쟁을 직접 나서서 처리하는가. 그런 회장을 강제로 사퇴시키려는 체육단체가 과연 있을까.

남삼현 회장을 사퇴시키는 것은 남 회장에게만 치욕을 안겨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 당구인 모두의 불명예라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서 말했던 대로 남삼현 집행부의 실책은 엄밀히 말해 '초대 집행부의 무능'이다.

남 회장은 취임 이후 두 해가 가는 동안 집행부 임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생긴 결과를 올해 내내 처리하기 위해 고단하고 바쁘게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물론, 남 회장이 좀 더 귀를 열고 많은 이들을 포용했더라면 이렇게 대의원들이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당구계는 남 회장의 사퇴를 논할 것이 아니라, 남 회장이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협조해야 한다.

남 회장은 회장의 권한으로 대한당구연맹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적 쇄신을 하고, 능력 있는 당구계 내외부의 인물들을 편견 없이 대거 끌어들여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제2기 집행부를 완성해야 한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아선 남삼현 집행부의 재기를 위해 당구인 모두가 관심을 갖고 사심이 아닌 '대의를 위한 협력'을 해야 할 시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빌리어즈> 발행인  김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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