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안소영 기자] 규모로 따져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항상 스케일이 큰 중국에서는 당구대회가 열려도 남다르다.

개막식에 입장하는 선수들을 태운 차량이 시내를 한 바퀴 돌아서 개막식장에 입장하는 '카퍼레이드 선수입장'부터 수십명이 호흡을 맞추는 공연까지 역대급 당구대회가 열렸다.

지난 3월 19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장시성 상라오시 위산현에서 열린 '2018 CBSA 위산 제4회 차이나풀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지금까지 열린 그 어떤 당구대회보다도 크고 화려한 개막식 행사를 진행해 화제가 되었다.

여타 종합경기대회 개회식을 방불케 하는 공연과 이벤트로 개막식에 참석한 많은 당구 팬들에게 큰 볼거리를 제공했다.

중국에서 이렇게 대형 개막식까지 진행하며 사상 초유의 당구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바로, 중국이 종주국인 당구 종목 '차이나풀(China Pool)'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카퍼레이드를 하는 차이나풀 월드 챔피언십 출전 선수들. CBSA 하이라이트 영상 갈무리
개회식이 진행되는 운동장에 들어서는 카퍼레이드 차량. CBSA 하이라이트 영상 갈무리
수십 명의 사람들이 호흡을 맞춰 브레이크샷을 연출하는 공연. CBSA 하이라이트 영상 갈무리


차이나풀은 포켓 8볼과 스누커를 융합한 신흥 당구 종목으로 중국은 지난 2015년부터 연간 수십억을 투자해 전 세계의 톱클래스 당구선수들을 중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몇년 전 중국당구협회(CBSA) 관계자는 "중국은 추후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과 같은 국제종합경기대회에 중국의 메달 수를 확보하기 위해 차이나풀 종목에 연간 거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매년 남자부 우승상금 60만위안(한화 약 1억원), 여자부 40만위안(약 7000만원)을 걸고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최고의 당구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중국은 매년 차이나풀 월드 챔피언십을 개최했고, 첫 대회부터 스누커 세계 챔피언 마크 셀비(잉글랜드)를 비롯한 프로 스누커 선수들과 포켓볼 세계 최강자들이 출전해 차이나풀 당구대에서 경기를 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중계되면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한국에도 포켓볼 세계 챔피언 김가영(인천체육회)을 통해 차이나풀 당구대가 들어왔다.

물론 그 이전에 중국에서 월드 챔피언십 뿐만 아니라 마스터스와 매월 전국대회를 차이나풀 종목으로 개최하면서 화교 등 중국 출신 당구 동호인들을 통해 국내에 보급된 바 있다.

가장 큰 차이나풀 대회인 월드 챔피언십은 개인전임에도 불구하고 참가비가 500달러(한화 약 53만원)나 하지만, 많은 한국의 포켓볼 선수들이 꾸준하게 출전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수 없이 다녀본 전 세계의 당구대회보다 성대하게 치러지기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라고 선수들은 설명했다.

또한, "참가비가 아깝지 않을 만큼 숙박 및 교통, 통역 등의 지원이 선수 중심으로 이뤄져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주최 측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라고 대회에 출전한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열리는 당구대회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직접 관계되는 조도 유지를 위해 많은 설치비를 감수하고 최상의 조명을 설치하고 있다. CBSA 하이라이트 영상 갈무리


중국의 차이나풀 당구대회는 이처럼 양과 질을 모두 충족한 세계당구대회가 나아가야 할 표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켓볼과 스누커 등의 종목에서 세계 최강 선수들을 보유하고, 차이나풀 당구대회를 매주 전국에서 개최하고 있는 중국이 대회가 4번 열리는 동안 강세를 보였다.

차이나풀이 보급된지 얼마 안 된 한국은 점차 기량이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대회에서 김가영은 여자부 3위에 올랐고, '포켓볼 유망주' 이우진(강원)도 32강에 진출하는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당구대회들도 중국처럼 후원자, 선수, 당구 팬 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양질의 당구대회로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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