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총회장 문. 당구연맹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총회를 밀실에서 개최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밀실 총회'가 열리자 몇몇 당구인들은 당구연맹이 비리 적발 이후에 오히려 더 사조직화되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밀실 정기총회, "금전 비리 후속조치와 관련 있을 것으로 판단"
직원 인건비와 퇴직금 등 돌려막기식 지급 내용은 총회에 보고했나
성희롱 발언 전 직원 D씨에게 합의금 챙겨주며 퇴직 처리
'당구연맹 조직사유화' 비리 사태 이후 오히려 더 심각해져


지난 2월 8일 열린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 정기총회가 사전 공지도 없이 비공개로 개최되었다.

임시총회도 아니고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총회를 갑작스럽게 밀실에서 개최하면서 당구계 내부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정식 당구 관련 단체의 정기총회가 ‘밀실 총회’로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과거 국고의 지원을 받지 않았던 당구 단체도 정기총회를 밀실에서 열었던 일이 없다.

그런데 국가기관인 대한체육회 산하에서 국민의 세금인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수억 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총회장 문을 꽁꽁 걸어 잠가두고 정기총회를 개최해야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횡령 등 금전비리로 한동안 몸살을 크게 앓았던 당구연맹이 새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쇄신은커녕 오히려 점점 더 사유화되고 있다는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총회까지 밀실에서 개최한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판단해 보았다.

 

◆ 당구연맹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통제돼

총회가 밀실에서 열린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당구연맹 측 관계자는 없었다. 정기총회를 비공개로 개최하려면 사전에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공지하는 것이 합당한데, 누구도 이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빌리어즈>는 총회 날짜와 개최 장소, 참석 여부 등에 대해 전날 당구연맹에 사전 확인했지만, 당구연맹 직원은 다음날 총회장에 들어서는 기자를 밖으로 몰아냈다. 다른 언론사 기자도 이미 총회장 밖으로 쫓겨난 상태였다.

총회가 한참 열리던 중 총회장 문 앞에서 만난 당구연맹 박태호 부회장은 "왜 정기총회를 비공개로 하느냐"는 기자의 항의에 "그냥 그렇게 되었다"라고만 짧게 답변하고 황급히 총회장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걸어 잠갔다. 

소식을 전해 들은 당구인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 국고 지원단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총회를 마치고 나온 대의원 중 한 사람은 "왜 비공개로 총회를 개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참 이상한 집행부"라고 말했고, 다른 대의원도 "총회 개최 전에 기자들의 참관을 요구했는데, 분위기가 비공개 쪽으로 흘러갔다. 정확하게 왜 비공개를 한 것인지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며 자신의 정당한 주장을 묵살한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대의원들의 요구가 무시되고 언론사 기자들이 총회장 출입을 제지당하면서 당구연맹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는 통제되었다.

 

2016년 2월에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선터에서 비리가 적발된 당구연맹 관련 MBC 9시 뉴스 보도 장면. 문체부에서는 당구연맹 지원금을 1년 동안 삭감했지만, 금전비리에 연루된 임직원들은 징계 축소 후 여전히 당구연맹 사무처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9시 뉴스> 방송화면


◆ 비리직원들 삭감된 급여 '돌려막기식' 임의 지출

당구연맹 집행부가 상급단체와 언론의 지적, 여론의 비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예상되는 '밀실 총회'를 그것도 대의원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이유에 대해 복수의 당구 관계자들은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 적발된 '당구연맹 금전비리의 후속조치와 관련된 회계 보고'를 꼬집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는 당구연맹 비리가 적발된 지난 2016년 2분기 4월부터 당구연맹 지원금 전액을 지급 중단했다.

그런데 지원금 삭감은 지난해인 2017년 3분기까지 무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되었다. 그동안 체육단체 관행으로 보아도 상당히 오랜 기간 지원금 지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다른 단체들은 보통 한두 분기만 지급을 중단하면 알아서 자체적으로 징계를 한다. 당구연맹처럼 1년 4분기 동안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는 극히 드문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삭감된 지원금은 사무처 직원들 전원의 급여 전액이었다.

남삼현 회장이 2016년 8월 선거에서 당선되어 '통합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새 집행부를 구성했지만, 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무처 직원들을 중징계하지 않고 그대로 고용을 이어가면서 2017년 중반까지도 지원금이 회복되지 않았던 것.

남삼현 집행부가 '연맹 일'을 강조하며 계속해서 고용된 사무처 비리직원들의 급여는 중계권료와 마케팅권료 등 후원금에서 돌려막기식으로 지급되었다.

비리직원들 급여 지급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6년 4월 경이었다. 당시 기자는 당구연맹 통합을 위한 구 당구연합회(생활체육) 추천 임원으로 임시 집행부 이사에 임명되었다.

지원금에서 지급되던 직원들 급여가 전액 삭감되었지만, 중징계 대상자인 직원들이 여전히 공금에서 급여를 받아가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횡령과 회계 비리를 저지르면서 당구연맹에 재정적 손실을 야기한 직원들이 다시 또 공금을 이사회 보고와 의결도 없이 자기들 주머니로 챙겨가는 부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키를 쥐고 있던 문체부 체육정책과는 "당구연맹은 비리에 관련된 사무처 주요직원들의 중징계가 내려지지 않으면 지원금 회복을 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문제를 놓고 장영철 전 회장과 논의했지만, 비리 직원들이 이사회 개최를 방해하면서 처리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상급기관인 문체부 고위 관계자에게 비리 직원이 직접 청탁을 해서 경찰 고발을 면했다는 제보까지 들어왔다.

회장 선거를 앞두고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들을 결국 선거 후 신임 집행부로 넘기기로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남삼현 회장이 구성한 신임 집행부의 어깨는 무척 무거웠다. 동시에 규정에 나와 있는 대로 정상적인 징계를 내리면 당구연맹은 인적 쇄신을 통해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 회장 집행부는 비리직원은 규정대로 징계하지 않고 지원금은 계속 삭감되는 처지에 놓이면서 인건비는 다른 용도에 써야 할 후원금으로 변칙 지급하는 것을 선택했다.

2016년 9월 2일 통합된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새출발은 기대와 동시에 상급단체 지시인 비리자 징계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남 회장은 신임 이사진에 비리 혐의자 측근들을 대거 기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사무처 직원의 중징계도 내리지 않으면서 장기간 당구연맹 재정은 손실을 입게 되었고 최근 정기총회까지 밀실에서 개최하여 조직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밀실 총회 이후 몇몇 당구인들은 사무처 비리 직원의 급여, 성희롱 발언 퇴직자의 합의금,  등이 모두 당구연맹의 공적자금으로 지급되었기 때문에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 것 아니냐, 당구연맹이 더 사조직화되는 거 아니냐며 걱정스러워했다.

체육단체의 조직사유화는 수많은 비리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사유화를 막기 위한 장치들을 정관에 규정화하고 있다. 

당구연맹도 마찬가지다. 당구연맹 정관 제56조(경영공시)에 따라 이사회 및 총회 회의록, 예산집행내역, 임원의 업무추진비 집행 및 법인카드 사용 내역, 외부평가, 감사결과 등의 공시항목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사실상 밀실 총회는 국민의 알권리를 봉쇄하는 불법이다. 더군다나 여전히 국고의 지원을 받고 있는 당구연맹은 법적 지위 또한 법인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밀실에서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유화가 진행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

투명한 당구연맹이 될 수 있도록 남삼현 회장을 비롯한 대의원, 이사 등 당구연맹 관계자들의 자성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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