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장기 계약은 손실

방송권 계약금 중 일부로 치러진 빌리어즈TV배 코리아오픈

대한당구연맹 방송권이 반드시 필요한 빌리어즈TV와 장기 계약을 하는 것보다 매년 갱신을 하며 방송권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 받는 것이 더 이득이다.

이번 방송권 계약 이전까지 빌리어즈TV는 대한당구연맹 컨텐츠를 공급받기가 쉽지 않았다. 과거 빌리어즈TV 이전에 있었던 한국당구방송(KBNTV)이 대한당구연맹과 방송권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던 점이 패착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빌리어즈TV는 투자 대비 최대 효과가 입증된 대한당구연맹 방송권을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도 등 시도당구연맹의 도움을 받아 컨텐츠를 생산했던 빌리어즈TV는 올해 어떻게든 대한당구연맹의 방송권을 잡아 양질의 컨텐츠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SBS스포츠에서 당구 전문방송인 빌리어즈TV로 방송권이 넘어가면 대한당구연맹에는 득과 실이 모두 존재하지만,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에 빌리어즈TV는 어렵지 않게 방송권을 따낼 수 있었다.

그런데 타 방송사와는 매년 갱신하던 방송권 계약을 왜 빌리어즈TV와는 3년이나 장기 계약을 한 것일까? 3년 장기 계약이 대한당구연맹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스럽다.  

광고료와 수신료를 기반으로 하는 방송사업자들에게 시청률은 돈이다. 당구 컨텐츠는 2만여 개로 추산되는 전국 당구클럽에서 온종일 틀어대고, 당구는 동호인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종목이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가 관심 갖는 효율적인 방송 컨텐츠다.

바로 이점 때문에 최근 공중파와 종편 등 많은 유력 방송사업자들까지 당구 컨텐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식상하지 않는 컨텐츠를 공급하고 시청률에 비례하여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업자들이 당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빌리어즈TV 입장에서는 대한당구연맹 방송권의 독점을 다년간 따내는 것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었다.

반대로 대한당구연맹은 당구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방송사업자들의 경쟁 속에서 매년 중계권료를 상향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년 이상의 다년 계약은 대한당구연맹에 득이 될 게 없다. SBS스포츠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상황에서는 중계권료 인상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대한당구연맹 입장에서도 때마침 빌리어즈TV라는 호재가 생겼고 이를 바탕으로 중계권료 인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상호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계약을 유지하고 내년에는 올해 성장을 기반으로 재계약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빌리어즈TV와의 계약이 1년 단발이었다면 대한당구연맹은 내년부터 타 방송사와 입찰을 통해 중계권료에 대한 가치를 재설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시청률이 보장된 당구 컨텐츠에 대한 방송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재 상황에서 일종의 FA 특수를 노릴 수도 있었다. 

이렇게 방송권에 대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가 1년마다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3년간 중계권료를 자진 동결시키면서 빌리어즈TV에 다년 계약의 권리를 준 것은 지나치게 빌리어즈TV를 생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구 전문방송을 키워준다는 명분은 좋지만, 이런 방식의 계약은 대한당구연맹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게 된다. 대한당구연맹 집행부라면 대한당구연맹의 이익을 우선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1년 단위로 서서히 조율하면서도 조건만 적절하게 맞는다면 당구전문 방송에 대한 혜택을 얼마든지 줄 수도 있지 않을까.

3년 계약이 아니었다면 빌리어즈TV에서 2억5,000만원이라는 돈을 선뜻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를 볼 때 당구 전문 방송이 대한당구연맹과 손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빌리어즈TV 입장은 내년 체육단체 통합 이후 어떤 집행부가 들어설지 모르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대한당구연맹 방송권을 따내야만 했다. 그리고 대한당구연맹은 입찰을 통해 계약금을 충분히 상향시킬 수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계약법상 규정된 입찰도 거치지 않고 빌리어즈TV와 3년간 7억5,000만원에 방송권을 계약한 것을 무작정 잘했다고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한당구연맹이 방송권에서 계약금 2억5,000만원을 설정한 것과 계약서상 상호 간의 유리한 조항을 조율한 것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으나, 3년간 중계권료를 동결시킨 것은 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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