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스누커 월드컵에서 중국의 15세, 17세 소년들이 챔피언에 올랐다.

스누커 사상 메인 이벤트 최연소 우승자 중국의 얀빙타오(좌)와 저우여룽. ⓒ TAI CHENGZHE

2011년 이후 4년 만에 ‘스누커 월드컵’이 개최되었다. 지난 6월 15일부터 21일까지 중국 우시에서 열린 이번 2015 스누커 월드컵은 총상금 800,000달러(한화 약 9억원), 우승상금 200,000달러(한화 약 2억2,500만원)가 걸렸다.

이번 대회에는 23개국(총 24개 팀)에서 스누커 국가대표 2명씩 한 팀을 이뤄 출전했다. 예선은 6개 팀씩 4개 조로 나뉘어 라운드 로빈 방식의 리그전으로 치러졌고 각 그룹 상위 2개 팀이 본선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979년 처음 시작된 스누커 월드컵은 1990년까지 매년 개최되다가 이후부터는 스폰서 부재로 개최되지 않았다. 1996년과 2011년에 한 차례씩 열렸던 스누커 월드컵은 올해 다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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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대 스누커 신예들의 놀라운 활약

올해 만 17세인 저우여룽과 만 15세 얀빙타오가 팀을 이뤄 출전한 중국B팀의 활약에 전 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우여룽과 얀빙타오는 예선 리그전에서 이번 월드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잉글랜드와 같은 D조에 속했다. 잉글랜드는 2014년 스누커 세계 챔피언 마크 셀비와 2015년 스누커 세계 챔피언 스튜어트 빙햄이 팀을 이뤘기 때문에 출전팀 중 가장 막강한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중국B팀은 16일 두 번째 경기에서 잉글랜드를 만났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중국B팀이 잉글랜드를 상대로 두 프레임을 승리했다.

중국B팀은 2-3으로 경기를 패했지만, 프레임 다득점과 득실차를 계산하여 순위를 정하는 예선전에서 강호 잉글랜드에게 2프레임을 획득했다는 것이 예선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성과 중의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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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태국과의 경기에서도 선전한 중국B팀은 3-2로 승리했다. 중국B팀은 그 밖에 북아일랜드에 4-1, 아랍에미리트에 5-0, 독일에 5-0 등으로 승리를 거둬 총점 19점으로 조 1위를 기록하며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본선 토너먼트에서도 중국B팀에 속한 10대들의 활약은 더 놀라웠다. 2011년 스누커 월드컵 챔피언인 중국A팀의 딩준후이와 샤오궈동이 존 히긴스, 스테판 맥과이어의 스코틀랜드에 1-4로 패배하여 탈락한 반면, 중국B팀의 어린 10대 선수들은 현 세계 랭킹 3위 닐 로버트슨이 건재한 호주를 상대로 4-2의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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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B팀은 준결승전에서도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마크 윌리엄스와 마이클 화이트의 웨일스가 중국B팀과 결승전 진출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퉜다.

1979년 스누커 월드컵 원년 챔피언인 웨일스는 1983년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하다가 올해 무려 32년 만에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프레임 스코어 3-3으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가운데 마지막 7프레임에서 저우여룽이 마크 윌리엄스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68:0으로 승리를 거둬 웨일스의 꿈을 좌절시켰다.

 

딩준후이(오른쪽) ⓒ TAI CHENGZHE

‘딩즈 키즈’ 저우여룽과 얀빙타오

딩준후이(28, 중국)의 성공 이후 그 길을 쫓았던 많은 ‘딩즈 키즈’ 중에 1998년 생인 저우여룽은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로 손꼽혔다.

저우여룽은 2013 IBSF 월드스누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2014/2015 시즌에 월드스누커 프로로 데뷔했다. 현재 세계 랭킹 75위에 올랐지만, 이번 스누커 월드컵 모든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은 정말 놀라웠다.  

저우여룽과 함께 출전한 얀빙타오는 더 어린 2000년 생으로 올해 만 15세에 불과하지만, 만 13세였던 2013/2014 시즌에 열린 아시안 ‘플레이어스 투어 챔피언십’ 이벤트에 중국 와일드카드로 처음 출전했던 얀빙타오는 2014년 11월에 열린 아마추어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에서 만 14세의 나이로 역사상 가장 어린 챔피언에 올랐다.

만 16세 생일이 지나야 프로 데뷔가 가능한 월드스누커 규정에 따라 얀빙타오는 2015/2016 시즌과 2016/2017 시즌의 월드스누커 프로 자격을 얻게 되었다.  

이런 중국의 화려한 10대들이 마지막 결승전에서도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었다.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경험이 많은 스코틀랜드의 존 히긴스와 스테판 맥과이어조차도 이들의 질주를 끝내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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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프레임에 나선 얀빙타오는 존 히긴스를 무려 100:0으로 따돌렸다. 히긴스는 단 한 번의 무리한 뱅크샷 시도했을 뿐이었지만, 얀빙타오는 기회를 더 이상 넘겨주지 않았다. 얀빙타오가 곧바로 센추리 브레이크 100점을 기록하며 프레임을 마무리했다.  

2프레임에 나선 저우여룽 역시 스테판 맥과이어를 51점 브레이크를 기록하며 100:6으로 요리했다. 3프레임 복식 경기에서도 중국B팀은 스코틀랜드를 69:41로 따돌리며 3-0으로 크게 앞서기 시작했다.

우승까지 마지막 한 프레임만 남은 중국B팀은 4프레임에서 얀빙타오가 스테판 맥과이어에게 18:67로 패했지만, 5프레임에서 저우여룽이 존 히긴스를 71:44로 꺾고 프레임 스코어 4-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불과 10대 중반의 어린 소년들이 쟁쟁한 월드스누커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 TAI CHENGZ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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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스누커가 15년 만에 얼마나 많은 성장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스누커의 무대가 어떤 변화를 그리게 될 것인지를 미리 보는 무대였다. 

무려 한화로 약 2억2,500만원의 우승상금을 획득한 이들은 월드스누커 역사상 메인 투어에서 우승한 가장 어린 선수로 기록되었다.

이번 월드컵 우승으로 저우여룽과 얀빙타오는 오는 11월에 잉글랜드 코번트리에서 열리는 ‘챔피언 오브 챔피언스’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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