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청주직지 3쿠션 월드컵은 168번째 개최되는 대회다. 사진은 청주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한 김행직 <사진 = 빌리어즈>

3쿠션 월드컵(3Cushion World Cup)은 1986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1985년 12월 29일 독일의 바트 재킹엔에서 '3쿠션의 전설' 레이몽 클루망과 베르너 바이어 회장 등이 주축으로 BWA(Billiard World Cup Association)를 창립하면서 처음 '월드컵'이라는 명칭의 3쿠션 세계대회가 시작되었다. 

여러 도시를 투어하는 형태로 매년 개최되어 연간 적으면 4번, 많게는 최대 10번(1998년)까지 대회가 열렸다.

월드컵은 32년 동안 한 해 평균 5.43번꼴로 열렸고, 이번에 충북 청주에서 개최된 '2017 청주직지 3쿠션 월드컵'은 168번째 대회다. 

그동안 월드컵에서는 초대 챔피언 클루망을 포함해 총 40명의 챔피언이 배출되었다. 

91년 베를린 월드컵에서 클루망을 꺾고 처음 우승했던 당시 미국 국적의 고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은 역대 10번째 월드컵 챔피언이다. 

베르너 바이어 BWA 회장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

그로부터 20년 뒤 1번의 준우승과 5번의 4강 끝에 2010년 2월 21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마침내 한국 당구선수 최초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고 김경률은 30번째 월드컵 챔피언이었다.

그리고 지난 7월 열린 '2017 포르토 월드컵'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김행직(25∙전남당구연맹)은 40번째 3쿠션 월드컵 챔피언으로 기록되었다.

 

블롬달은 2연승 7번과 3연승 3번 등 무려 43번의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 빌리어즈>

32년 동안 유일하게 사대천왕만 세운 기록
사대천왕 중에서도 블롬달 압도적으로 많아

3쿠션 월드컵 32년 역사 속에서 '3쿠션 사대천왕' 외에는 누구도 세우지 못한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소위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 말고는 아무도 달성한 선수가 없다. 

4인방 외에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그 기록은 바로 월드컵에서 잇달아 우승하는 '연승(連勝)'이다.

월드 챔피언십 21번 우승, 11연패의 불멸의 기록을 세워 '당구의 전설'로 불리는 클루망도 월드컵에서 한 번도 연속 우승을 하지 못했다.

얼마 전 LG U+컵 우승으로 당구 팬들로부터 "이제 '5대 천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에디 멕스(벨기에)∙세미 사이그너(터키), 그리고 '사대천왕'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고 이상천 전 회장까지 누구도 월드컵 연속 우승을 한 적이 없다.

사대천왕 4명은 2연승을 최소 한 번씩은 세웠고, 블롬달과 야스퍼스는 3연승도 기록했다. 

그들 중에서도 블롬달의 연승 기록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는 2연승 7번과 3연승 3번을 달성했다.

블롬달은 2007년에 전무후무한 월드컵 6연승 기록도 세울 뻔했다.

2006년 12월 이스탄불 월드컵부터 2007년 슬루이스낄, 마니사 월드컵 등에서 3연승을 달성하고, 한 대회 걸러 포르토와 후르가다에서 다시 2연승했다.

2007 코르푸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블롬달은 쿠드롱에게 1-3으로 패해 3위에 머물렀다. 

블롬달은 89년부터 90년까지 열린 월드컵에서 무려 7번 연속 4강 이상 입상하는 기록도 세웠다. 

그 밖에 야스퍼스가 2연승과 3연승을 각각 한 번씩 기록했고, 산체스는 2연승 1번, 쿠드롱도 2연승 1번의 기록을 갖고 있다. 
 

고 이상천은 월드컵 3회 연속 입상 등 여러 차례 연승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연승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다.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세계 최강자들 상대로 10경기 이상 이기는 것 어렵기 때문
연속 입상하는 것조차 어려워... 이상천 3회 연속 입상하기도

출중한 실력을 가진 많은 세계 3쿠션 선수들이 지금까지 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32강전부터 결승까지 다섯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두 번 연속 우승을 하려면 최소한 경기 10번을 모두 이겨야 하는데,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10전 전승을 거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문마다 버티고 있는 4대 천왕을 전부 피하는 것도 어렵고, 설령 피했다고 하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인 다른 선수들을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연속 우승이 아닌 월드컵에 연속해서 입상을 한 선수조차 32년 전체 월드컵 개최 기간을 따져봐도 손에 꼽힐 정도다.

91년 서울 월드컵에서 이상천과 대결하는 자네티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사이그너나 멕스, 자네티, 카시도코스타스, 타스데미르 등 몇몇 톱클래스 선수만이 연속 입상 경험이 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이상천과 김경률, 최성원 등 3명만 월드컵에서 연속으로 입상했다. 

이상천은 92년 팔마 월드컵 준우승을 시작으로 93년 우스터흐트 3위, 이어서 터키 이스탄불 월드컵을 우승하며 연속 3회 입상했다.

이 기록으로 이상천은 동양인으로는 처음 월드컵 시즌 챔피언(93년)에 올라 미국과 한국 등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91년 벨기에 겐트에서 월드컵 첫 준우승을 했던 이상천은 다음 대회인 베를린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99년에는 라스베이거스(우승)와 베를린(3위)에서 2회 연속 입상했다.

그러나 이런 이상천도 월드컵 연속 우승은 기록하지 못했다.

최성원은 우승은 아니지만 2013년 후르가다 월드컵(3위)과 2014년 이스탄불 월드컵(준우승)에서 연속 입상한 적이 있다. 

김경률도 2008년에 슬루이스낄과 포르토에서 연달아 3위에 올랐다. 
 

김행직은 직전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다음 대회에서 4강에 연속 입상한 한국 최초의 선수다 <사진 = 빌리어즈>

김행직, 우승 이후 4강 진출한 한국 첫 번째 선수
사대천왕 외에 누구도 세우지 못한 새 역사에 도전 

김행직은 '2017 청주직지 3쿠션 월드컵' 본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로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지난 7월에 열렸던 '2017 포르토 3쿠션 월드컵'에서 생애 첫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김행직이 84일 만에 다시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김행직은 김경률과 최성원에 이어 월드컵에서 연속 입상한 세 번째 한국 선수다. 

직전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다음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선수로는 이상천 이후 최초다.

김행직이 청주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승리하면 사대천왕을 외에 아무도 세우지 못한 '월드컵 연승'에 도전하게 된다.

지난 2015년 터키의 타이푼 타스데미르는 구리 월드컵 결승전에서 산체스에게 발목을 잡혀 연승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청주 월드컵 준결승에서 김행직과 재대결하는 터키의 뤼피 제넷 <사진 = 빌리어즈>

10월 1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김행직이 또 한 번 뤼피 제넷을 꺾고 결승에 오르면 딕 야스퍼스-무랏 나시 초클루 경기의 승자와 역사적인 대결을 벌이게 된다.

김행직과 제넷은 지난 7월 포르토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대결해 김행직이 23이닝 만에 40:36으로 승리했다. 

김행직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니어 챔피언십 3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청주 월드컵에서 김행직이 또 한 번 세계 당구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우길 기대한다. 

30여 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는 '사대천왕의 아성과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는 김행직'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