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샷'을 치고 멋쩍어하는 배리 호킨스 <사진 = BBC 방송화면 캡처>

[빌리어즈=유은호 기자] 스포츠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

당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연습한 만큼 실력 발휘를 잘하고도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이기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당구에서 승운(乘運)은 의도하지 않은 득점, 즉 ’행운의 샷(Lucky Shot)’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행운의 샷은 경기 전체의 흐름을 끊거나, 연속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판세를 뒤집기도 한다.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다가 마지막 점수에서 행운의 샷으로 ‘소위 ‘큰 거 한방’을 맞게 되면 뛰는 선수나 보는 관중이나 모두 허탈하다.

선수 입장에서 그렇게 당한 패배는 기억이 오래가기도 한다.

페이스북 미디어 스누커 플라넷은 지난 5월에 열린 2017년 스누커 월드 챔피언십에서 나온 25가지 행운의 샷을 모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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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당구선수가 이런 행운의 샷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스누커 세계 랭킹 1위 마크 셀비(34∙잉글랜드)나 ‘스누커 황제’라 불리는 로니 오설리번(41∙잉글랜드)도 행운의 샷을 스스로 치기도 하고, 또 앉아서 상대방에게 당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선수들 반응은 여러 가지다.

대부분 행운의 샷을 친 선수는 스스로 멋쩍어한다. 전 세계 5억명 시청자 앞에서 행운의 샷을 쳤으니 그럴 법도 하다.

보통 행운의 샷을 치게 되면 상대방에게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을 매너라고 알고 있다.

LG U+컵 결승전에서 '행운의 샷'을 치고 90도로 인사하는 자네티 <사진 = 빌리어즈TV 방송화면 캡쳐>

얼마 전 끝난 LG U+컵 3쿠션 마스터스 결승전에서 우승자 마르코 자네티(55∙이탈리아)는 행운의 득점이 들어가자 앉아 있던 상대방 홍진표(31∙대전당구연맹)를 보고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운의 샷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꼭 미안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포켓볼이나 스누커에서는 공을 퍼팅시키면 안 되는 상황에서 행운의 득점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굳이 ‘행운’이라고 볼 수도 없다.

캐롬도 마찬가지로 의도하지 않은 득점으로 인해 포지셔닝이 엉망이 되거나 경기 흐름이 깨져서 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선수들은 “행운의 샷을 피할 수는 없다. 이것도 ‘경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승운’이 상대방에게 기울지 않도록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행운의 샷은 팽팽하던 긴장감이 고조된 경기장에서 다소 여유를 느끼게 하거나 관중들에게 웃음을 주는 볼거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승부의 결정타가 되기도 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해 어떤 결과를 만들 것인지는 선수의 몫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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