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길 회장 중도 사임 후 "널리 공모하자"는 원로회 의견에도 불구하고 전격 영입 결정

<한국 당구 130년사 '이슈별 당구사 바로 알기'>는 한국에 당구가 전파된 이후 130년 동안 어떻게 당구 문화가 자리 잡았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스포츠가 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칼럼입니다. 빌리어즈가 30년간 취재한 기사와 수집된 자료, 당사자의 인터뷰에 근거하여 김기제 발행인이 집필하며 매주 토요일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대한당구연맹 제6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유병 회장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대한당구연맹 제5대 민영길 회장이 2006년 10월 말 대의원들과의 심각한 불화 갈등 끝에 회장직을 중도 사임하자 잔여 임기 2년을 맡을 회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해를 넘김으로써 당구계의 새해 화두는 신임 회장 영입이었다. 

연맹 회장 공석에 책임이 있는 대의원들이 나름으로 백방으로 '좋은 회장 모셔오기'에 나섰으나 성과를 보지 못하던 중 경기도당구연맹 하윤보 회장이 현역 도의원 한 사람을 유력한 후보로 추천, 몇몇 시도 대의원들과 교감을 이룬 끝에 공식으로 후보로 천거하기로 했다. 

대한당구연맹의 2007년도 정기대의원총회가 1월 25일 오후 2시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소회의실에서 개최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신임 회장 영입 문제' 안건이 상정되었다.

민영길 회장 중도 사임 후 회장 공석이 너무 오래 계속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데 뜻을 모은 대의원들은, 회장 후보자의 추천을 2월 7일까지 마감하고 2월 11일 대의원들의 검증을 거친 후 2월 14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하여 상정하는 결의를 했다. 

이 결의에 대하여 이미 특정 후보를 회장으로 결정해 놓고 요식행위로서 하는 절차에 불과하다는 대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앞으로 2주간도 남지 않은 기간에 후보를 물색하는 것도 어렵고 후보 검증을 3일간에 한다는 것은 졸속하다는 이유에서였다.

2월 7일의 후보 등록 마감까지 등록한 후보는 이유병 경기도의회 의원 한 사람뿐이었다. 예정대로 2월 14일 오후 3시 임시대의원총회가 올림픽파크텔 3층 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대의원 16명 중 12명이 참석한 이 날 대의원총회는 총회의 진행을 맡을 의장 지명을 두고 안건 처리에 부담을 느낀 대의원들이 서로 사양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다가 결국 전북대의원이 맡아 진행했다.

개회 벽두부터 회장 후보를 좀 더 널리 찾아보자며 유보론을 주장하는 대의원들이 절차상의 문제를 거론하자, 당일 결정을 주장하는 대의원 측에서 "형식상의 절차는 중요하지 않다. 대의원들의 뜻만 모이면 그것이 유효한 절차다"라는 논리를 내세움으로써 갑론을박이 계속되었다.

게다가 당구계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대한당구연맹의 수장을 결정하는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한당구원로회 측에서 김명석 회장을 비롯하여 김문장 원로(전 대한당구연맹 부회장), 박병문 원로(전 국가대표 감독)가 총회 자리에 나와, 졸속한 결정을 하지 말고 회장 후보를 좀 더 널리 공모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갖자고 제의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총회장은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2006년 10월 31일 대한당구연맹 제5차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민영길 회장이 사퇴한 뒤 3개월 만에 이유병 당시 경기도의원을 제6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그러나 20분간의 정회 끝에 회의는 속개되어 회장 후보를 추천한 경기도당구연맹 하윤보 회장이 회장 후보 이력을 낭독하고 '대의원에게 보내는 서한'을 대독하는 것으로 후보의 소견을 대신했다. 

이유병 회장 후보의 경력은 앞 해에 경기도의회 의원(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되었고, 국민생활체육 수원시축구연합회장, 경기도축구연합회 부회장, (사)녹색환경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당구는 150점 지점으로 평소 당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갑론을박 끝에 당일 회장 선출을 실시하느냐, 아니면 유보하느냐를 놓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9대3으로 당일 실시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유보론을 주장하는 대의원들은, 앞으로 2년간 연맹을 이끌어갈 회장을 한 번 만나보지도 않고 추천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어떻게 졸속하게 결정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당일 시행과 유보를 결정하는 9대3의 표결은 사실상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결국, 회장 공백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회장을 맡아 할 의욕을 가진 인사에게 한번 맡겨 보자는 논리가 우세하여 형식상 '만장일치'로 이유병 신임 회장 영입을 가결시켰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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