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은 당구계의 두 단체가 통합하여 새롭게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첫 정기대의원총회가 열린 날이었다. 앞으로 당구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1년간의 사업과 정책이 대외적으로 발표되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당구인의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고는 참으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통합된 법인단체로 시작하는 첫해의 사업이라고 보기에는 아무런 비전이나 이상(理想)도 없고 새로운 사업이라고는 전혀 없이, 종전의 구 대한당구연맹과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의 사업을 지속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당구인이 아닌 비당구인을 연맹의 회장으로 영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우리 당구인의 역량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을 해결하고 당구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여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국가 시책으로 하나가 된 현 시점의 당구계로서는 그 시너지 효과를 무엇보다 기대함으로써 ‘좋은 회장 영입’을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는 고사하고, 오히려 종전 당구인 회장이었던 고 김영재, 고 이상천 등이 해왔던 사업이나 의욕에조차 아예 미치지 못하는 그저 ‘관리형 회장’이 하는 수준에 그치는 정도의 연맹 사업을 보고는, “이럴 거면 왜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했나”라는 자조(自嘲) 섞인 탄식이 당구인들의 입에서 나올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8월 1일의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초대 회장 선거에는 남삼현 회장 말고도 외부 저명 인사로 김희용 동양물산기계 회장과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출사표를 던져 당구계의 앞날에 밝은 전망을 던져 주었다. 출마한 후보자들의 인물과 선거공약을 본 당구인들은 어느 한 사람만을 선택하기가 어려울 만큼 모두가 아까운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예상을 깨고 남삼현 회장이 선거인단의 많은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는데, 6개월이 지난 후 남삼현 회장 집행부의 첫해 사업을 보니 눈을 의심할 정도로 너무나 초라하고 실망스럽다. 과연 이것이 통합된 당구 단체의 첫 사업계획으로, 더욱이 외부에서 모셔온 비당구인 회장에게 당구인들이 원했던 사업계획이었던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런데 대의원총회에서 드러난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당구계에 몸 담은 적지 않은 세월을 돌아보면서 ‘위기에 처한 남삼현 회장과 당구연맹’이 지금이라도 올바른 판단을 하여 연맹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남 회장이 잘못 알고 있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한다. 그리고 남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 글을 꼭 읽어 보고 당구연맹의 정상화를 위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한번 판단해 보기 바란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 <사진 = 빌리어즈>

◆ 남 회장은 지원금이 삭감된 원인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이날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밝힌 남삼현 회장의 발언이나 대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들어보면, 예상했던 대로 남 회장이 당구연맹 회장으로서의 인식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당구연맹의 지원금이 전액 삭감된 것은 비리자들이 금전 비리를 저지른 것이 첫 번째 원인이고 , 연맹 집행부에서 상급단체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징계를 내린 것이 두 번째 원인이다. 그런데 남 회장은 총회에서 현 상황을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한 실망을 금치 못하는 발언을 했다. 

지금 무엇보다 큰 문제는 비리자들의 징계를 회피하여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금이 전액 중지된 상황에서 남 회장까지도 계속해서 상급 단체의 중징계 지시를 따르지 않아 비리 단체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 회장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할 사람이 없다”는 논리로 비리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급여를 연맹 공금에서 무단으로 주면서 자리나 보전해 주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인데, 그 이유를 엉뚱한 데서 찾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서 남 회장과 당구연맹에 지속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이 두 가지 상급단체의 지시사항이 비리단체로 전락한 지위를 회복하고 지원금을 다시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남 회장은 당당하게 대의원들에게 보고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의원들이 직원들 급여 문제를 지적하는데도 위의 두 가지 해결책을 이실직고하고 합당한 총회의 의결을 받기는커녕 남 회장은 마치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단체를 하루 빨리 정상화하겠다”는 답변으로 일축해 버렸다. 

상급단체의 두 가지 지시는, 비리 혐의자의 징계부과금 전액 환수 조치와 중징계 대상자인 직원들에 대한 합당한 징계다. 남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에 인사위원회를 열어서 직원들 징계를 오히려 ‘정직 1개월’로 축소했다.

이것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지난 4분기는 물론, 올해 1분기 지원금까지 삭감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두 가지 지시를 완수하지 않으면 단체 정상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대의원들이 총회에서 지적했듯이 악순환의 고리가 되는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대한체육회는 당구연맹에 강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남 회장이 취임 후에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이사회 의결도 없이 직원들의 급여로 대체해 주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남 회장은 비리자의 징계를 상급 단체의 지시대로 따르지 않고 차일피일하며 지원금 회복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연맹 자체의 재정에 큰 손실을 끼칠 뿐 아니라 연맹의 다른 사업 또는 선수들을 위해 지원되어야 할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결국 남 회장이 지원금 삭감의 원인을 외면하고 총회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연맹의 사업비 중 수억원이 금전비리에 연루된 직원들 주머니로 계속해서 들어가는 있을 수 없는 일까지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다. 
 

2017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보고하는 남삼현 회장 <사진 = 빌리어즈>

◆ 남 회장은 당구인들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다

위와 관련하여 남 회장의 당구인을 바라보는 인식에는 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남 회장은 비리자 징계 문제에 대한 대의원 한 명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변한다. 

“비리하고 관련되어서는 사실 정말 머리 아픕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리자 명단에 어떻게든 직·간접적으로 다 뒤얽혀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자신 있게 이야기했어요.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이 안 된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리고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여기에 계신 분들(대의원들을 포함한 관계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많은 선수들이 비리에 연관되도록 (조직구조가) 만들어져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남 회장이 지난 6개월 동안 당구인들의 내부를 보니 비리와 관계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선수들마저도 비리에 관련될 수밖에 없는 조직체계라는 것이다.

남 회장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가 바로 그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 회장은 개혁은커녕 본인 스스로도 문제라는 그 조직구조를 여전히 유지시키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지금 당구연맹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남삼현 회장 본인의 오판인데, 이를 두고 당구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은 당구인 전체를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남 회장은 자신이 당구계에 와서 회장직을 수행한 6개월간의 경험을 가지고 당구계 전체를 다 파악한 듯한 논리로 말해서는 안 된다. 남 회장이 접촉한 사람은 당구인들 중의 일부에 국한된 사람들이고, 그것도 자신의 회장 당선에 공헌한 사람들과 그들이 소개한 일부의 당구인에 불과하다.

그가 만나지 못 했거나 알지 못하는 ‘깨끗하고 청렴하고 능력 있는 당구인들’은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남 회장의 이런 편협한 당구인관은, 그가 당구계에 들어와서 접촉한 사람들이 모두 한결같이 비리에 연루된 자들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고백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접촉한 사람들만을 기준으로 그것이 마치 당구인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발언이며, 더욱이 남 회장은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선수들마저도 비리자일 개연성을 전제해 발언한 것으로 연맹 회장으로서 공개된 대의원총회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또한,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말은 너무나 궁색한 변명이다. 남 회장이 시야를 조금만 돌려 당구계 내에서 일할 유능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거나, 아니면 사무국 직원에 대한 징계를 상급단체의 지시대로 내리고 그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널리 공모를 해보라. 연맹의 사무 경험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지금처럼 구직난 시대에 사무국 처장과 과장의 급여와 대우를 보장한다면 체육행정의 석사, 박사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비리자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남삼현 회장의 한계 ②'에 계속>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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