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사제동행 당구 중점학교'를 시행하는 인천시교육청의 도성훈 교육감.  사진=인천시교육청 제공
전국 최초로 '사제동행 당구 중점학교'를 시행하는 인천시교육청의 도성훈 교육감.  사진=인천시교육청 제공

당구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는 데는 장장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93년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시작으로 법적인 제재를 하나둘 탈피하기 시작해 당구 문화의 요체였던 당구클럽이 지난 2017년 12월에 전면 금연 구역으로 설정되면서 마지막 과제였던 학교와 당구가 연결고리를 찾게 됐다.

그리고 2021년에 교육환경보호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개정됐고, 지난해 3월에 시행되면서 37년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이제는 당구의 학원 스포츠화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내는 것이 새로운 숙제였다. 교육환경보호법 시행 얼마 뒤 대한체육회에서 유청소년클럽리그로 당구 종목을 선정하면서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박보환)에서 '아이리그'를 운영하게 됐고, 이와 별개로 각 지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화두가 옮겨갔다.

각급 학교로 어떤 지원과 보급을 통해 새로운 당구 문화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점에, 인천교육청에서는 '사제동행 당구 중점학교'를 운영한다는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사제동행 당구 중점학교'는 당구와 교육을 연결하는 획기적인 사업이다. 인천에서 성공을 거두고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면 지난 37년 당구계의 노력이 마침내 값진 성과를 이룰 수 있다.

"당구로 학교 문화를 더 즐겁게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시작되는 이 사업에 대해 더 자세하게 듣고 알리기 위해 도성훈 인천교육감에게 직접 인터뷰를 요청했고, 도 교육감은 이에 흔쾌히 응해 관련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도성훈 인천교육감과 나눈 인터뷰의 전문이다.

당구는 지난 세월 많은 노력을 통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종목입니다. 당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당구는 법률적 제약이 따랐던 스포츠였습니다. 18세 미만 청소년의 당구장 출입이 금지됐고, 학교 근처에 당구클럽을 설치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구는 바둑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집중력과 인내, 끈기 등 정신적 건강을 돕기에 좋은 스포츠입니다.

최근에는 당구클럽에 가족이 함께 찾기도 합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접근성도 좋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학교에서 학생 당구 동아리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당구를 접목하고 있습니다.

 

당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당구클럽이 쾌적한 환경으로 바뀌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런 문화가 더 확대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가족들이나 학생들이 찾기에 보다 적합한 공간으로 계속 바뀌길 기대합니다.

학생들은 물론, 학보무 등 가족이 함께하는 당구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면 가족 간의 대화, 공감대 형성 등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도성훈 인천교육감.
도성훈 인천교육감.

'사제동행 당구 중점학교'를 시작하겠다고 하셨는데, '사제동행 당구 중점학교'란 무엇인가요? 또한 어떠한 교육철학에서 이러한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인천시교육청에서는 기초학력과 학습역량 강화를 역점과제로 선정하고, 다양한 역점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1인 1스포츠교육'입니다.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심리정서 및 신체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다양한 스포츠활동을 실천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인천에는 '바둑 중점학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당구 중점학교가 만들어진다면, '1인 1스포츠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신체건강과 심리정서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될 것입니다.

인천교육은 학생 중심 교육,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을 철학으로, 학생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마음껏 하며 살 수 있는 세상, 즉 '학생 성공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당구를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이 마음껏 학교에서 할 수 있고, 당구가 아니더라도, 아이들 모두가 저마다 가진 결대로 성장하며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구 중점학교'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이 인천당구연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어떤 내용의 협약이었나요?

우리 교육청은 지난 9월 18일 학교스포츠클럽 및 전문 당구 교육 활성화를 위해 인천당구연맹과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협약을 계기로 △ 학교스포츠클럽 및 당구교육 프로그램 활동 지원 △ 당구 발전을 위한 활기차고 건강한 환경 조성 △ 당구 유소년 꿈나무 체육 인재 발굴 및 지원을 위한 환경 조성 등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인천당구연맹과 협약, '사제동행 당구 중점학교' 운영 등을 통해 인천교육청의 지원 방안은 어떤 것인가요?

우리 교육청은 일반 학생과 학생 선수가 학교체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운동할 수 있도록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및 대회 개최, 선수 육성 및 종목 활성화를 위해 행정 및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 학생이 교육과정이나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스포츠를 경험하고, 관심 있는 학생이 학생선수가  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협약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해 학생들이 운동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학교스포츠클럽 및 전문 당구 교육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구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인천교육청과 인천당구연맹의 협력 방안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세 가지 업무협약을 진행하며 앞으로 학교스포츠클럽 및 당구 교육 프로그램 활동 지원을 위해, 학교 현장의 수요를 알아보고, 연맹과의 협력적 관계 속에서 당구 교육자료, 당구 교육 프로그램, 당구 강사 지원 및 교류 등에 관한 문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당구 발전을 위한 건강한 환경 조성을 위해, 교직원 당구 대회처럼 학생이나 교직원들이 당구를 건강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함께 노력해야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당구 유소년 꿈나무 체육 인재 발굴을 위해 당구에 관심이 있는 많은 학생들이 당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지원 사항이 있을 시 양 기관이 협력하여 학생을 돕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9월 18일 인천시교육청과 인천당구연맹의 업무협약식에서 환담을 나누는 도성훈 교육감과 김태석 인천당구연맹 회장.
지난 9월 18일 인천시교육청과 인천당구연맹의 업무협약식에서 환담을 나누는 도성훈 교육감과 김태석 인천당구연맹 회장.

지난해 열린 '제1회 교직원 당구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 대회가 인천 내 공공기관이 직원 대상으로 개최한 첫 번째 공식대회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도 계속 개최할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우리 교육청 교직원의 건강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교직원들의 몸과 마음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또한, 직장 문화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간 지쳤던 몸과 마음도 돌아보고, 몰랐던 직원들끼리 선호하는 스포츠로 함께하기 위해 당구 대회는 물론, 테니스 대회 등 다양한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직원들의 선호를 반영해 그에 맞는 대회들을 계속 확대할 것입니다. 직원들의 건강이 곧 인천교육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육청의 교직원 당구대회가 공공기관 직원 대상 당구 첫 번째 공식대회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육청은 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도전을 계속했습니다. 교직원 스포츠 활동 확대는 물론, 학생들의 스포츠 활동도 확대하고 있으며, 시민과 함께하는 읽기, 걷기, 쓰기, '읽․걷․쓰 시민문화운동'도 전개 중입니다. 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와 시민이 건강한 도시, 인천을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계속 실천해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에서 당구선수를 목표로 훈련하는 학생과 그 학부모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당구 훈련에 매일 최선을 다하는 학생선수 여러분을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앞으로는 학벌과 스펙이 아니라, 자기다움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기다움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청소년이 당구장에 간다고 하면, 불량한 아이로 취급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축구, 농구 등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건전한 운동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면 그게 성공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성공한 청소년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자기다움을 끝까지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도 격려와 지지를 드립니다. 학생이 당구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염려와 걱정의 마음도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아시안게임에서는 과거 오락실 게임이었던 스트리트파이터가 종목으로 나왔고, 해당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김관우 선수는 어머니에게 매일 같이 혼나고, 도망다니며 게임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금메달을 따는 날도 왔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사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그것을 계속하기면 하면 됩니다. 학생과 학부모님 모두를 지지합니다.


(사진=인천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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