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F 집행부, 'PBA 상생협약' 총회 패싱 논란으로 내분 커져

남 회장 "집행부 고유의 권한이므로 대의원이 왈가왈부할 일 아냐"

대의원 "정관에 따라 총회는 연맹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건 다룰 수 있어"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 집행부가 PBA 프로당구협회(총재 김영수)와 상생협약을 체결한 이후 총회와 이사회의 권한 싸움으로 내분이 번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KBF 집행부가 지난 2월 25일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PBA와 비밀리에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대의원들이 집단 반발해 발단이 되었다.

KBF 집행부는 지난해 출범한 프로단체 PBA와 선수 이중등록 문제를 두고 1년 동안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얼마 전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선수 교차 출전을 골자로 한 6가지 조항의 협약을 PBA와 체결했고, 그 과정에서 총회를 패싱하고 협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총회 vs 이사회' 서로 권한을 주장하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상생협약 다음 날인 26일 오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일부 KBF 대의원들은 "집행부가 선수 이중등록 등 연맹의 체제를 바꿔야 하는 중요한 협약을 총회에 의견도 묻지 않고 체결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히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정관 제14조 2항에 따라 사업계획 및 예산에 관한 심의 의결은 이사회의 권한이다. 따라서 집행부 고유의 권한"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반면에 대의원들은 "총회는 연맹 최고 의결기구로, 정관 제7조 8항에 있는 '기타 중요한 사항'을 근거로 총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라고 맞섰다.

대의원들은 간담회를 열어 상생협약과 관련한 4개의 안건을 제시하며 남 회장에게 임시총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남 회장은 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다가 돌연 요청 안건 3개를 보고사항으로 돌리고 실업연맹과 관련된 1개 안건만 심의사항으로 정한 뒤 임시총회 개최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열린 2020년 제1차 임시총회에서는 대의원과 남삼현 회장이 총회와 이사회의 권한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임시총회에서 남삼현 회장은 "정관은 엄연히 이사회의 집행권과 총회의 감사권을 분리하고 있다"라며, "집행권에 해당하는 계약 등의 사안은 권한이 이사회에 있다. 상생협약은 총회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대의원들은 남 회장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며 "상생협약은 단순 계약이 아닌 연맹 체제를 변화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반드시 총회에서 의결해야 한다"라고 맞섰다.

이날 임시총회에서 대의원들과 남 회장이 심각한 의견대립을 보이는 가운데, KBF 사무처는 변호사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제시하며 ▲ 이사회와 총회 권한은 집행권과 감사권으로 엄격하게 분리 ▲ 정관상 '기타 중요사항'은 총회 권한 안에서만 적용 가능 ▲ 총회 안건 부의는 이사회 권한 ▲ 재적대의원 1/3 동의로 총회 개최하려면 '위법한 사실'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 ▲ 정관 변경은 총회가 최종 의결(단 이사회가 먼저 심의) 등의 내용으로 보고해 집행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결국, 대의원들은 "총회 권한을 지나치게 축소시킨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상급단체 유권해석을 받겠다"라고 반발했고, 임시총회가 이렇게 양측이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추후 다시 논의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2시간 만에 마쳤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총회와 이사회의 권한을 두고 집행부와 대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충돌은 점점 더해갔다.

지난 2월 25일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은 PBA 프로당구협회와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총회를 거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지난 2월 25일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은 PBA 프로당구협회와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총회를 거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본지는 총회 다음 날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에 연락을 취해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정관 해석에 대해 의견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회원종목단체를 관리하는 대한체육회 종목육성부 소속 복수의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정관 제7조에 규정한 대의원총회 권한과 제14조 이사회 권한이 분리되어 있다는 집행부의 주장에 대해 "이사회가 총회를 우선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총회와 이사회의 권한은 (집행권과 감사권으로)분리되어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총회와 이사회 모두 정관에 '기타 중요사항'이라는 문구를 넣어 연맹 안에서의 모든 사안을 제한없이 다룰 수 있게 했고, 통상적으로 중요사항은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가 다룬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문제가 된 마케팅, 방송권 계약은 정관상 사업계획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임시총회를 요구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이사회 의결은 총회가 위임해준 사안이 아니면 모두 총회에서 의결을 받아야 한다"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것은 앞서 남 회장과 사무처가 주장한 "사업계획은 이사회 고유 권한이다"라는 의견과 전면 배치되는 해석이다.

'총회 권한 안에서의 기타 중요사항'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해져 있지 않다. 총회의 안건은 제한되어 있지 않고, 필요시 어느 안건이든 다룰 수 있다. 총회 권한 안에서의 중요사항이라는 주장은 비약이 있다"라고 말하며 전혀 다른 해석을 했다.

'총회 안건은 이사회가 부의한다'라는 사무처 해석은 "정기총회는 이사회가 부의 안건을 결정하지만, 임시총회는 이사회와 아무 관계가 없고 발의한 재적대의원이 제시한다"라고 답했다.

'재적대의원 1/3 동의로 임시총회 개최시 위법한 사실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사무처의 해석도 "그런 규정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이사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정관 개정 절차에 대해서 "스포츠공정위원회 발의 - 이사회 심의 - 체육회 검토 - 총회 승인 - 문체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데, 중간에 이사회 심의 단계가 있다고 정관에 정확하게 명시된 총회의 정관 개정 권한이 이사회로 넘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재적대의원이 기타 중요사항을 근거로 안건 발의해서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에 종목육성부는 "임시총회는 대의원이 안건을 제시해 회장에게 요청하면 대부분 개최된다. 15일 이내에 회장이 개최하지 않아서 대한체육회가 종목 단체의 임시총회를 승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상 단체는 그런 경우가 없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단체에서 간혹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종목육성부 답변을 종합하면 집행부와 사무처가 지난 임시총회에서 대의원에게 보고한 정관 유권해석과는 크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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