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B 배신설' 주장한 박 부회장의 'UMB-PBA 이메일' 입수 경위 의문

심지어 박 부회장이 공개한 이메일에도 "KBF와의 관계 정상화" 내용 나와

KBF 허위 주장 펼쳐 '국제적 망신'… 바르키 "한국, 왜 이런 식으로 일처리 하나" 불만 토로

박 부회장
지난 13일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임시총회에서 박태호 수석부회장이 배포한 2건의 문서. 빌리어즈 자료사진

◆ UMB-PBA 사이에 오간 이메일을 입수한 경위에 대한 의문점

8쪽짜리 보고서에는 UMB 바르키 회장과 PBA 측 브라보앤뉴 이희진 대표가 주고받은 이메일 5건과 UMB에서 대륙별 회장에게 보낸 이메일 1건 등 총 6건의 이메일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서 의문점은, 박태호 수석부회장이 UMB가 KBF의 뒤통수를 치고 몰래 PBA와 협상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는데, KBF는 UMB-PBA 사이에 오간 이메일을 어떻게 입수해서 보고서까지 만들었나 하는 점이다. 박 부회장의 ‘UMB 배신설’ 의사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는 내용은 16쪽짜리 보고서에 여러 차례 나온다.

보고서에는 ‘신뢰할 수 없는 UMB의 행동들’이라는 중간제목으로 “UMB가 위기의식을 느껴 KBF도 모르게 금년 2월 2일에는 PBA에 작년에 진행했던 협상을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라고 기술되어 있었고, “한국 시장에서 한국 사람끼리 싸움 붙여놓고 뒤에서 자기 살겠다고 분쟁 상대인 PBA에게 비밀리에 협상을 제안하고 있는 UMB의 행위를 모른 척하고 지켜보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라고도 적혀 있었다.

이처럼 박 부회장을 비롯한 KBF 집행부는 ‘UMB가 KBF 몰래 PBA에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총회에 보고했으나, 정작 UMB와 PBA가 당연히 비밀리에 주고받았어야 할 이들 사이의 이메일을 KBF가 이미 확보해 보고서까지 만들었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공개된 이메일은 매우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PBA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외비 이상의 보안문건으로 다루어야 할 문서였다. 따라서 KBF가 이메일 수발신의 당사자인 PBA로부터 UMB와 나눈 이메일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KBF에게 이메일을 공유할 수 있는 남은 수발신 당사자는 UMB뿐이었다.

KBF가 8쪽 보고서로 작성한 해당 이메일의 입수 경위는 며칠 후에 밝혀졌다. KBF에 이메일을 전달한 것은 예상대로 UMB였다. 박 부회장이 ‘UMB 배신설’을 주장한 임시총회 9일 뒤인 3월 22일에 UMB는 한국 내에서 논란이 일어나자 KBF 선수위원회 측에 “KBF의 주장과 반대로 UMB는 PBA와의 모든 협상에 KBF를 포함시켰다”라고 전달하면서 “UMB가 PBA와 주고받은 이메일은 KBF 남삼현 회장을 포함한 UMB 이사진 전체에게 공유되었다”라고 주장했다. UMB의 답변으로 KBF의 이메일 입수 경위 의문점은 풀렸고, 박 부회장이 주장한 ‘UMB 배신설’은 일차적으로 신빙성이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 UMB가 과연 KBF를 배제하고 PBA와 협상을 했을까

PBA와 나눈 이메일을 KBF에 공개한 것이 UMB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박 부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또한, 박 부회장이 스스로 공개한 보고서를 분석해 보니, UMB가 KBF를 배제하고 PBA에 협상을 제안했다는 박 부회장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6건의 이메일로 구성된 8쪽짜리 보고서를 보면, 2월 2일에 UMB가 PBA에 발신한 첫 번째 이메일부터 UMB는 ‘KBF를 포함한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해당 이메일에서 UMB 바르키 회장은 “지난 2019년 6월 벨기에에서의 미팅 이후로 진척이 없었던 우리의 대화를 이 문서를 통해 이어가려 한다. 양측의 바람과, 많은 언론과 미디어에서 표현되었던 많은 소망들을 고려하여, 우리는 양측에 유익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라며 PBA 측에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이어서 “기억하겠지만, 2019년 7월 포르투갈에서 코줌과 브라보앤뉴 간의 상호 협의와 관련된 개별 미팅이 진행되었고, 이 기간에 UMB-PBA는 최종 협의를 마무리하기 직전에 선결되어야 할 두 조항에 대해 아래와 같이 합의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UMB가 ‘선결되어야 할 조건’으로 내세워 합의했던 2가지 조항은 ▲ UMB 기존 국제대회 일정을 고려한 PBA 대회 수 조정 ▲ KBF와의 관계 정상화 등이었다. 이미 UMB는 지난해 7월 협상 때부터 회원국인 한국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PBA에 KBF와의 관계를 정상화할 것을 요구한 상태였다. UMB는 첫 이메일 마지막 부분에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이 협의를 통해 발전된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오는 3월 7일(토) 독일에서의 미팅을 당신 측이 수락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마무리를 했다. 박 부회장이 직접 공개한 첫 번째 이메일의 내용만 보아도 UMB는 KBF를 배제한 채 PBA와 협상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태호 수석부회장이 공개한 보고서 중에는 UMB가 PBA와 각 대륙연맹 회장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박태호 수석부회장이 공개한 보고서 중에는 UMB가 PBA와 각 대륙연맹 회장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UMB-PBA의 재협상은 10일 후인 2월 12일에 브라보앤뉴 이희진 대표가 UMB에 “독일에서 만나자는 귀하의 제안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3월 7일 회의를 하기 위한 시간 동안 의제를 정하고 합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양 당사자의 적절한 보안을 유지하고 연락을 계속하자”라고 답신을 보내면서 극적으로 대화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다음날 UMB는 곧바로 PBA에 이메일을 보내 “3월 6일에 먼저 만나서 합의점을 준비하고, 3월 7일에 마무리하는 것을 제안한다”라며 UMB 관점에서 본 4가지 안건을 제안했다. UMB가 재협상 테이블에서 먼저 제시한 4가지 안건은 ▲ UMB 조직의 위치 ▲ UMB와 브라보앤뉴의 관계 ▲ 시즌당 PBA 이벤트 개최 수 ▲ KBF와 PBA/브라보앤뉴의 관계 등이었다. UMB가 보낸 2번째 이메일에도 KBF와 PBA의 관계를 언급했고, UMB는 협상의 안건으로까지 이 문제를 제시했다.

또한, UMB는 같은 날인 2월 13일에 각 대륙 연맹 회장에게 동시에 이메일을 보내 “2020년 3월 6일과 7일에 독일에서 PBA를 만날 수 있도록 제안했다는 것을 공유하고, 회의 목적은 2019년 6월 벨기에에서 회의를 마친 후 남은 문제에 대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다. 우리는 PBA가 이 제안을 수락하게 되어 기쁘며, 누구든 이 회의에 참석이 가능하다”라고 전달했다.

UMB는 KBF는 물론, 각 대륙 연맹 회장단까지 PBA와의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처럼 UMB는 PBA에 보낸 3건의 이메일에서 모두 KBF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을 했고 협상 테이블에 참석까지 시켰다. 이에 대해 바르키 회장은 “PBA와 나눈 이메일은 KBF를 비롯한 다수의 UMB 임원들과 공유했다”라고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따라서 “UMB가 KBF 몰래 PBA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라는 박 부회장의 주장은 끝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 공적 단체의 허위 주장, 국제적인 위상까지 추락시켜

KBF가 스스로 배포한 보고서만 자세히 보아도 박태호 수석부회장과 KBF 집행부가 주장한 ‘UMB 배신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의 허위 주장이 한국 당구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쌓아올린 대외적인 신뢰도, 국제적인 위상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KBF는 한국 당구를 대표하는 공적 단체이기 때문에 이번 허위 주장 사태로 인해 이미 한국 당구계 전체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되었다. 최근 UMB 바르키 회장은 “도대체 한국에서 왜 이런 식으로 허위 주장을 하면서 일을 처리하고, 과연 누가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이는 것인지 궁금하다”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한국 당구를 대표해야 하는 KBF 집행부가 왜,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위험한 허위 주장을 펼치며 논란을 만들고 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는 PBA와의 협상에서 한쪽을 배제시킨 것은 UMB가 아니라 KBF라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KBF가 먼저 협상을 시작한 UMB를 따돌리고 단독으로 PBA와 27억 5000만원의 거액이 포함된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의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이 배포한 2건의 보고서에는 이런 심각한 주장에 대한 정황이 나오기도 한다. UMB는 2월 13일에 PBA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내용을 각 대륙연맹 회장에게 알린 이후 5일이 지난 2월 18일에 이희진 대표로부터 새로운 이메일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과 달리 이메일 내용이 꽤 길었다. 이희진 대표는 UMB가 협상에 임하는 진실성을 묻는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협상이 결렬되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의 답을 요구하던 이 대표는 마지막 질문에서 “위와 같이 내가 다시 과거 내용들을 언급하는 이유는, 협의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일관성과 진실성, 헌신적이며 투명함을 얻기 위함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UMB는 이틀 후인 2월 20일에 PBA로 마지막 이메일을 보내 이 대표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대화를 통해 차이점을 풀어나가면 건설적인 접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마무리를 했다.

8쪽짜리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2월 2일부터 13일까지는 대화를 시작하는 부분에 있어서 주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었고,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2월 18일 이메일부터 PBA 측이 과거를 짚어서 답변을 요구하고 ‘진실된 협상’이라는 조건을 내세우는 등 어떤 태세의 전환점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부분은 KBF가 PBA 측과 접촉을 시작한 시기다. 16쪽 보고서에는 ‘브라보앤뉴 협업까지의 과정’을 기술하면서 1월 24일에 PBA 자회사인 빌리어즈TV 류석 대표이사로부터 “양 조직이 상생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자”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보고되었다. 그리고 UMB와 PBA가 긍정적인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2월 2일부터 13일까지는 KBF가 PBA와 특별히 접촉했다는 보고가 없었다. 이후 KBF는 2월 15일에 이희진 대표로부터 “식사 한번 하자”라는 연락을 받았고, 남삼현 회장에게 보고한 뒤 “만나보라”라는 허락을 받은 것으로 보고서에 기술되어 있다.

KBF에서 누가 이 대표에게 메시지를 받았고 며칟날 누가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보고자인 박 부회장을 중심으로 기술된 것이기 때문에 그가 이 대표를 만난 가장 유력한 인물로 볼 수 있다. 이희진 대표와 KBF 측의 대화 내용은 보고서에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자리에서 KBF 측 인사는 KBF-PBA의 상생 방법을 문서로 달라고 이 대표에게 요구하면서 남 회장과 자리를 갖는게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양측의 상생 협상은 초단기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며칠 뒤인 2월 21일에 협상 조건 문서가 KBF에 전달되었고, 22일과 23일 협상안 조율, 24일 KBF 긴급 이사회 개최, 25일 상생협약식 등 협약을 위한 제안서 전달에서 협약식까지 불과 5일 만에 모든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 계속 -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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