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1,000만 원의 우승상금이 걸린 혹독한 승부 스누커 슛 아웃
주어진 시간은 15초, 망설임 없이 엎드려 숨을 고르고 정확하게 조준하여 샷을 해야 한다. 10초가 지나면 남은 5초는 요란하게 버저가 울린다. 한 프레임의 제한시간은 10분. 두 번의 기회도 없다. 단 한 프레임으로 승부를 가르는 벼랑 끝 승부다.
게다가 15초도 짧은 시간인데, 경기 시작 후 5분이 지나면 그마저도 10초로 줄어든다. 샷을 하기 위한 준비 동작에 최소 5초를 사용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타석에 들어서서 5초 안에는 무조건 테이블에 엎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당구에서 이보다 더 긴박한 경기를 본 적이 없다.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떠나갈 듯 경기장에 울리고 선수들이 테이블 주변을 뛰어다니는 장면을 어디서 볼 수 있겠나.
스누커 슛 아웃은 6-레드도 아닌 정식 15-레드 스누커 룰이 적용된다. 15개의 레드볼이 놓인 테이블 위에서 10분 동안 누가 많은 점수를 올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그래서 선수들의 플레이는 매우 공격적이다.
상대방이 완벽하게 디펜스를 해도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타석에 들어서면 몇 초 뒤에 수구를 쳐서 목적구에 맞혀야 한다. 정적인 당구의 틀을 완전히 깬 경기다. 15초 안에 샷을 해서 10분 안에 상대방보다 많은 점수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앉아 있을 틈조차 없다.
그래서 선수석에는 의자가 애초에 없다.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서며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40초를 충분히 활용하는 전통적인 당구 경기 방식과는 모든 게 다르다.
바쁜 건 선수만이 아니다. 빠른 선수들의 샷을 정확하게 보면서 테이블 안팎의 상황을 모두 살펴야 하는 심판 역시 분주하다. 포켓에서 공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놓는 심판의 손과 선수의 다음 스트로크가 동시에 이뤄지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스누커 슛 아웃은 이벤트의 일종이다.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많이 넣느냐는 싸움이다. 정식 토너먼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금은 무려 130,000파운드(약 2억 1,000만 원)가 걸려 있다. 그중에서 32,000파운드(약 5,100만 원)는 우승자의 몫이다.
1990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렸던 스누커 슛 아웃은 2011년에 부활했다. 종전에 3전2승제로 치러졌던 결승전만 단판 승부로 바꾸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지금과 달리 ‘20초 & 15초’ 룰이 적용되었지만, 2013년부터 지금의 ‘15초 & 10초’ 룰로 바뀌어 경기가 치러졌다.

지난해 3월 열린 2015 벳웨이 스누커 슛 아웃 결승전은 사상 가장 아찔한 경기로 손꼽힌다. 세계 랭킹 16위의 마이클 화이트(웨일스, 23)는 결승전에서 샤오궈동(중국, 26)을 54:48로 꺾고 타이틀을 획득했다.
39:48로 지고 있던 화이트는 경기 종료시간 37초를 남기고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그리고 8초를 남기고 48:47로 따라잡은 화이트는 마지막에 7점짜리 블랙볼을 포켓에 넣으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10분짜리 짧은 승부로 당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있는 임팩트있는 한판 승부였다. 모든 것은 15초 안에 결정된다. 단 몇 초의 차이로 승부가 판가름날 지도 모르는 혹독한 대결, 그것이 바로 스누커 슛 아웃이다.
김탁 기자
thebilliards@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