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는 스포츠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당구계 밖에서 당구를 인식하는 이미지는 다소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는 모양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당구 문화는 스포츠라기보다는 단순한 레저로 더 익숙해져 있다.

일을 마치고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당구만큼 좋은 꺼리도 없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당구와 맥주가 어우러진 ‘풀펍(Pool Pub)문화’가 서민들의 삶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나라마다 종목의 차이가 있지만, 그들을 모두 당구로 총칭하자면 당구와 서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현대식의 당구가 보급된 19세기 이후 무려 200년 넘는 세월 동안 당구가 그런 모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스포츠로 변화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100년 넘게 4구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당구가 다른 나라에 보급된 같은 맥락을 유지했다. 사회적으로 활동이 왕성한 남성 중심, 그들만의 놀이로 이어져 온 당구는 20세기 이후 스포츠화 시기를 맞았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중심으로 토너먼트가 열렸고, 당구선수로 불리는 이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일본을 통해 보급된 4구가 근간을 이뤘다. 반면, 유럽은 스누커와 포켓볼, 미국은 포켓볼 문화가 인기를 끌었다.

당구산업 역시 이를 바탕으로 급속한 성장을 거듭했다. 당구산업화의 기반이 여기에 있다 보니, 스포츠화되는 시기가 다소 늦어진 감도 없지 않다.

귀족의 스포츠로 태생이 알려진 당구가 서민들이 즐기는 레저로 보급되면서 지금 당구의 이미지가 쉽게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당구를 스포츠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한때 술렁이기도 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당구산업이 비교적 축소되는 좋지 않은 결과도 가져왔다. 하지만 당구는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스포츠로 성공적으로 진화했다.

그 이후에 지속적인 이미지 개선과 노력이 이어졌다면 정체된 지금의 시기가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구가 스포츠로 진화하는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는 어렵지만, 미래를 놓고 보면 당구는 어떤 방식으로든 진화해야 한다. 완전히 레저 파트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당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레저의 두 가지 장점을 살리는 방향을 찾는 것이 지금 당구가 가진 최대 과제다.

두 가지 정책을 놓고 당구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득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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