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구연맹 장영철 회장에게 새해의 한국 당구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들어 보았다.

대한당구연맹 장영철 회장 ⓒ LEE WOO SUNG
지난해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와 구리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등으로 바쁜 한 해를 이끌어온 대한당구연맹 장영철 회장은 2014년을 한국 당구의 기반을 찾은 해로 평가한다. 그리고 2015년을 한국 당구가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의미 깊은 해로 시작하려 한다. 대한당구연맹 회장으로 4년의 시간 동안 한국 당구를 이끈 장영철 회장을 만나 그간의 소감과 함께 2015년의 계획, 그리고 지난해 당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프로화에 대한 의견도 물어 보았다.
 
대한당구연맹 회장을 맡은 지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체육인으로서 본 당구계의 모습은 어땠나.
지난 4년간 당구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당구가 스포츠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제들에 대해 당구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당구 종목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당구 경기장에서 선수와 관계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보람된 4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전국체전 정식종목과 도민체전 종목 채택, 한체대와 국민대의 당구 특기생 선발을 이끈 당구인들의 열정과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회장 임기 중에 당구 종목이 스포츠로 한단계 앞서 나가는 긍정적인 성과와 함께 당구계 사상 최악의 불황이라는 악재도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황이다 보니 그 여파로 서민들의 스포츠인 당구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 당구도 유례없는 불황이 계속되며 주변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당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많은 당구인이 있었기에 당구가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당구는 외부보다는 내부의 당구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조금 어렵더라도 힘을 합치면 올해에는 산업은 물론 스포츠로 당구가 더욱 큰 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2014년의 당구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도 치르고 구리 세계3쿠션월드컵도 무사히 치러냈다. 세월호 여파와 지방선거로 인해 전반기에는 사업에 제약이 많았고, 후반기에도 인천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 일정이 잡혀 있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각 시도연맹 대의원들과 대한당구연맹 임직원들이 노력하여 두 가지 국제대회와 서천, 논산 대회 등 국내 종합대회까지 무사히 잘 치렀다.
 
특히,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는 한국 당구가 새로운 기반을 쌓는 중요한 대회였다고 평가한다. 한국에서 최초로 당구 종목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렀으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최성원 선수가 챔피언에 올라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자가 되기도 했으니 더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는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로 치른 역사적인 대회였다. 회장이 직접 매일 대회장을 지키며 한국 선수를 응원하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평생 스포츠인으로 살아오면서 어떤 종목이든 간에 항상 현장에서 선수와 함께 호흡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개인적으로 당구는 더 애착이 깊다. 스포츠로 인정받고 중심에 서기 위해 음지에서 노력했던 많은 당구선수의 애환을 느끼고, 대단한 결실을 맺어주지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밤낮으로 훈련에 매진하는 당구선수들의 노고를 우리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그들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겠나. 이번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와 같이 역사적인 현장에서 우리 당구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대한당구연맹은 올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2015년에는 대한당구연맹이 조직을 더 강화하고 국가대표 및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한 확고한 틀을 잡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해마다 당구선수들이 국위 선양을 하고 있는데, 이런 당구선수들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대한당구연맹에서는 지속적인 실업팀 유치와 학교체육의 기반을 견고히 하기 위해 많은 사업들을 계획 중에 있으며 당구선수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당구선수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일들은 어떤 것이 있나.
실업팀 구성과 전국체전 정식종목 유지, 그리고 방송 사업, 언론 홍보 등이다. 당구는 매년 대한체육회장배, 대한당구연맹회장배 등의 대회를 개최하면서 스포츠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서울시청과 충남당구연맹, 수원시청, 부산시체육회 등 실업팀에 당구선수가 소속되어 있고, 더 많은 실업팀이 생겨나 당구선수가 소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학교체육 발전 방안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한국 당구는 유일하게 음지에서 도입된 스포츠다. 그리고 음지에서 시작되어 양지로 올라서기까지 130년이 걸렸다. 원로 당구인들은 당구선수라는 이유로 설움을 당하기도 했지만, 한일 교류전과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당구 관련 행사를 유치하면서 당구를 서서히 양지로 끌어올렸다.
학교체육이 시작은 되었지만,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당구부가 없어지는 학교가 생기고 있다. 한체대와 국민대에 특기생으로 선발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선수가 없으면 이것마저도 소용이 없게 될 것이다. 2015년에는 학교체육을 위해 아마추어 동호인을 확충하고 선수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각급 학교에도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현재 당구가 안고 있는 현안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당구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실업팀과 전국체전이다. 각 시도에 실업팀을 늘려야 선수들의 목표를 지원할 수가 있다. 이와 맞물려 있는 것이 바로 전국체전이다. 정부에서 전국체전 종목 축소 방침이 내려와 비올림픽 종목인 당구는 다시 한 번 평가를 받아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전국체전에 잔류해야 당구와 실업 문제, 그리고 프로 문제의 단계를 밟아갈 수 있다. 전국체전에 잔류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와 관련된 해프닝이 다소 당구계를 혼란스럽게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프로는 권력자 한두 사람의 힘을 이용하거나 몇몇 기업체의 돈에 의지한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구 인프라가 프로로 추진되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시장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거나, 확실한 명분이 서 있어야 한다. 아직도 당구는 스포츠냐, 아니면 오락이냐를 놓고 국민적 인식이 엇갈리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프로화를 추진하기 위한 종목 역량 강화 기반을 쌓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프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프로는 프로라는 말에 걸맞은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다른 올림픽 종목이 프로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수익성이다. 종목 인프라와 수익성이 보장되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때 프로화가 가능하다. 대기업 스폰서가 나서지 않고는 프로는 유지될 수가 없다. 대기업이 해당 종목의 프로 구단을 운영하면서 어떤 효과나 이득이 있는지를 따져 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대한당구연맹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당구의 프로연맹이 새롭게 출범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인 대한당구연맹이 당구선수 관리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호인 단체인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나 일부 민간 기업체에서 독자적으로 문광부의 승인을 얻어낼 수는 없다.
 
문광부에서 같은 성격의 유사단체를 허가하면 대한체육회에 소속된 당구선수를 다른 단체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당구연맹과 프로연맹은 사실상 한 단체가 되어야 한다. 프로는 결국 당구선수에 대한 권한을 국가에서 인정한 대한당구연맹에서 추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프로화하는 데 함께 도와주고 노력하겠다고 한다면 대한당구연맹은 언제든지 협력할 것이다.
   
그리고 프로를 위해서는 당구의 종목 역량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구 이미지를 개선하고 당구 인프라를 더욱 구축하고, 학교체육도 완성해야 한다. 학교체육이 원활하게 구성되고 기업체에서 당구를 온전하게 스포츠로 인식을 갖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프로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당구는 아직 과도기에 있는 종목이지만, 당구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시간은 좌우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엘리트와 아마추어가 뭉쳐 이미지를 개선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구인과 당구선수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올해는 대한민국 당구가 새롭게 출발하는 한 해로 만들었으면 한다. 선수들이 어려움 없이 계속해서 실력 향상에 매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당구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유지되고 더 많은 확정 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실업팀에 소속되는 선수가 많아질 수 있도록 연맹 차원의 실업화 추진을 지속할 것이며, 열심히 하는 선수가 혜택을 받고 많은 선수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는 한 해를 만들 것이다. 모든 당구인, 모든 당구 관련 단체, 모든 당구 업계의 종사자들이 뭉치면 당구 경기도 더욱 좋아질 것이고 한국 당구는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2015년 대한민국 당구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뜻을 모아 움직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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