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히긴스가 2012 상하이 마스터스 이후로 첫 랭킹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지난 2012년 상하이 마스터스 이후 극심하게 부진했던 존 히긴스가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랭킹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세계스누커선수권대회 우승만 4번이나 차지한 히긴스는 23년의 프로 기간 동안 월드 스누커를 대표하는 선수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2년간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상위 랭킹에서 점점 멀어졌던 그는 이번 시즌에서 아예 1, 2라운드를 통과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히긴스는 이번 대회에서 예전의 기량을 되찾은 듯한 완벽한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히긴스는 1992년 시작된 웰시 오픈에서 2000년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10년과 2011년에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1995년 처음으로 웰시 오픈 결승전에 진출했던 히긴스는 스티브 데이비스에게 3-9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고, 1998년에도 결승전에 진출했으나 폴 헌터에게 5-9로 패해 준우승에 머무른 바 있다.
지난 2월 16일부터 22일까지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 있는 모터포인트 아레나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세계 랭킹 36위에 불과한 벤 울라스톤이 결승까지 진출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울라스톤은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세계 랭킹이 10 계단이나 상승한 26위에 올라섰다.
결승전에서는 히긴스가 울라스톤을 9-3으로 따돌리고 사상 4번째 웰시 오픈 우승을 일궈냈다. 올해로 24년 동안 연속해서 개최되고 있는 웰시 오픈은 이번 대회 챔피언 히긴스가 4번의 우승 기록으로 최다 우승자가 되었고, 원년 챔피언인 스테판 헨드리(1992, 1997, 2003년 우승)와 2004년과 2005년, 그리고 2014년 우승을 차지했던 로니 오’설리번이 각각 3번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노련한 히긴스의 플레이가 빛난 결승전
강호 존 히긴스와 신예 벤 울라스톤이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9-3으로 히긴스의 승리. 히긴스는 세션1을 5-3으로 마친 뒤 파이널 세션2에서 4개의 프레임을 모두 승리하며 타이틀을 쟁취했다.
결승전 1프레임은 히긴스가 84점을 득점하며 120:4로 승리하고 2프레임은 51:71로 내줬지만, 3프레임과 4프레임을 쉽게 따내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울라스톤은 2프레임에 이어서 5프레임과 7프레임을 따내 프레임 스코어 4-3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8프레임에서 59점의 브레이크를 올리고도 72:59로 패해 세션1을 5-3으로 마쳤다. 그날 저녁에 속개된 세션2에서 히긴스는 29분 동안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경기를 리드한 끝에 남은 네 프레임에서 모두 승리했다.
10프레임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히긴스의 노련한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히긴스가 45:34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울라스톤이 레드볼 수비에 실패하자 히긴스는 멋진 뱅크샷으로 득점에 성공한 뒤 넣을 수 있는 컬러볼을 영리하게 수비했다.
레드볼이 보이지 않던 울라스톤은 장고 끝에 레드볼을 맞히기에만 급급했고, 오픈 상태에서 남은 공을 히긴스가 모두 퍼팅시켜 69:34로 10프레임을 승리했다. 프레임 스코어는 다시 7-3까지 벌어져 경험이 많지 않은 울라스톤은 추격의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
남은 두 프레임에서도 히긴스는 울라스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맹공을 펼쳐 88:9, 130:8로 마무리지었다. 결국 히긴스는 울라스톤을 꺾고 2015 웰시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낮은 자의 돌풍, 울라스톤, 브리셀, 윌슨
벤 울라스톤은 이번 웰시 오픈이 열린 일주일 동안 생애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64강에서 마크 데이비스(세계 랭킹 19위)를 4-1( 61:0, 59:0, 76:1, 0:122, 78:20)로 꺾은 후 32강에서는 마크 앨런(세계 랭킹 6위)을 4-3(12:77, 124:5, 1:68, 71:32, 76:0, 1:68, 73:0)으로 꺾었다.
16강에 진출한 울라스톤은 세계 랭킹 13위의 알리스터 카터를 4-2(65:68, 117:0, 135:0, 69:0, 14:73, 67:28)로 누르고 8강에 올라갔다. 8강전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태풍을 몰고 온 신예 두 선수가 맞붙었다. 울라스톤의 상대였던 개리 윌슨(세계 랭킹 64위)은 닐 로버트슨(세계 랭킹 4위)과 조 페리(세계 랭킹 14위)를 각각 16강전과 32강전에서 4-2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울라스톤은 2-2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던 5프레임부터 7프레임까지 연달아 승리하며 윌슨의 행진을 멈춰 세웠다. 울라스톤은 준결승전에서 마크 윌리엄스와 풀 프레임까지 가는 명승부를 벌였다. 윌리엄스를 상대로 초반부터 기선을 잡아나가기 시작한 울라스톤은 끈질긴 추격을 벌이는 윌리엄스를 한 프레임 차로 따돌리며 6-5(101:6, 57:45, 3:70, 75:1, 7:98, 61:79, 98:17, 85:0, 7:101, 58:77, 90:0)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전의 랭킹 대회에서 8강전을 넘어서 본 적이 없는 벤 울라스톤은 이번 대회에서 그의 스누커 경력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레스터 출신인 27세의 젊은 스누커 기대주 울라스톤은 마크 앨런, 알리 카터, 마크 데이비스, 마크 윌리엄스 같은 기라성 같은 톱 플레이어들을 제압했다.
지난 2011년 마이너 랭킹 토너먼트인 PTC(Players Tour Championship)에서 단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울라스톤은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그가 획득한 가장 큰 상금 30,000파운드(한화 약 5천만원)를 획득했다.
세계 랭킹 66위에 불과한 루카 브리셀도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이었다. 브리셀은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2위면서 1주일 전 저먼 마스터스 챔피언에 올랐던 마크 셀비를 4-3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8강전에서도 브리셀은 리키 월든(세계 랭킹 9위)마저 5-3으로 누르고 준결승전에 진출해 존 히긴스와 대결을 벌였다. 브리셀은 히긴스에게 1프레임 101점, 2프레임 137점 등 경기 초반에 연속 센추리 브레이크를 맞아 어렵게 경기를 끌려갔지만, 3프레임을 52:72, 4프레임을 0:98, 5프레임을 16:69 등으로 연속해서 따내며 2-3으로 전세를 완벽하게 역전시키기도 했다.
6프레임을 69:30, 7프레임을 76:11로 히긴스에게 빼앗긴 브리셀은 8프레임을 21:69로 승리하며 다시 프레임 스코어 4-4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히긴스가 135점 센추리 브레이크로 9프레임을 가져간 뒤 이어서 10프레임도 50점의 브레이크를 만들어내며 88:1로 승리하여 결국 브리셀은 6-4로 히긴스에게 패해 아쉽게 결승의 문턱에서 물러서야 했다.
29개월 만에 값진 우승을 차지한 히긴스
결승전에서 벤 울라스톤을 이긴 존 히긴스는 개인통산 네 번째 웰시 오픈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으며 자신의 26번째 랭킹 타이틀 기록을 추가했다. 히긴스는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일곱 경기에서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구나 스누커 역사상 최고의 기량을 가진 플레이어 중의 한 명으로 히긴스를 꼽지만, 지난 29개월 동안의 긴 슬럼프로 인해 하마터면 역사 속의 스누커 톱 플레이어로 사라질 뻔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와 동갑내기인 로니 오’설리번은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마크 셀비나 닐 로버트슨, 딩준후이 같은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의 토너먼트에서 트로피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히긴스는 세계 랭킹 16위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히긴스는 웰시 오픈에서 가장 많이 트로피를 들어올린 선수가 되었고, 톱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히긴스가 계속해서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을 보여준다면 오는 4월에 열릴 2015년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월드 챔피언십에서 4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히긴스는 영원한 라이벌 로니 오’설리번의 월드 챔피언십 5회 우승 기록에 도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뷰 [존 히긴스]
“나는 지난 2년 동안 나에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오늘의 우승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아쉽지만 벤 울라스톤은 오늘 시합이 잘 풀리지 않았다. 결정적인 프레임이었던 8프레임에서 내가 운으로 그린볼을 넣었을 때 만약 5-3이 아니라 4-4의 스코어였다면, 오늘밤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울라스톤은 이번 대회에서 대단한 승리를 거뒀다. 그는 일주일 동안 매우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결승전에서도 내가 마지막 공을 퍼팅시킬 때까지 내 큐를 꽁꽁 묶어놨다. 나는 그와의 경기 동안 단지 포커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그에게 어떤 쉬운 기회도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번 우승은 나에게 많은 자신감을 주었다. 내가 계속해서 톱 플레이어들과 함께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의심은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깊어졌다. 스스로도 이제 내 실력이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상위권에서 너무 멀어졌다고 생각했다.
나는 기본적인 것과 볼을 퍼팅 시키는 것 대신 테크닉 측면에서 다른 것을 연습했다. 그것이 쌓여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난 최대한 끌어모았다. 지난 몇 달 동안 더 좋아진 느낌을 받았고, 경기력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 정교하고 아름다운 큐를 만들어준 레이먼드 코헨에게 고마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몇 년간 그는 나의 예전 큐와 같은 무게, 길이, 하대의 두께 등을 갖춘 큐를 만들기 위해 애써줬다.”

인터뷰 [벤 울라스톤]
“나는 놀라운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솔직히 결승전은 실망스러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한 두 시간 내에 내가 획득한 상금을 현금으로 바꿀 생각을 하면 기분이 그리 나쁘지도 않다. 이번 결승전 경험이 나에게 좀 더 많은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길 바란다.
이번 주 동안 나는 훌륭한 스누커 선수들과 경기를 가졌고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 무엇보다도 이 상금은 나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결승전에서 8프레임은 중요했다. 히긴스가 그린볼을 운으로 넣기 전에 나는 큰 브레이크 점수로 그 프레임을 이겼어야만 했다. 나는 결승전 동안 몇 개의 공을 놓쳤고, 나에게 기회가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보였다.
내가 놓친 그 몇 개의 샷이 히긴스를 점점 멀어져가게 했다. 게다가 히긴스의 세이프티가 정말 훌륭했다. 많은 시간 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랭킹 토너먼트 TV 방송 스테이지까지 올라오지는 못했었지만, 나는 항상 이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믿어왔다. 그것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