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한과 조재호 ⓒ Dirk Acx

역대 최고의 전력으로 꼽히는 쿠드롱과 멕스의 벨기에A팀은 한국A팀을 꺾고 대회 4연패를 차지했다. 허정한과 조재호의 한국A팀은 사상 첫 준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에디 멕스(세계 랭킹 1위)와 프레데릭 쿠드롱(세계 랭킹 3위)으로 구성된 벨기에A팀의 독주를 끝내 아무도 막지 못했다.

벨기에는 두 선수가 팀을 이뤄 출전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5전 14승 1무의 기록으로 3년 연속 챔피언에 올라 절대 패하지 않는 전설의 최강팀으로 불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벨기에A팀의 막강한 전력을 무너트린 팀은 아무도 없었다. 벨기에A팀은 예선전부터 월등한 팀워크를 발휘하며 5전 전승을 거둬 비어센에서 열린 마지막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 전설의 팀을 결승전에서 상대한 허정한, 조재호의 한국A팀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스카치-더블방식의 연장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아쉽게도 11:15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이틀 전 갑작스러운 동료 선수 김경률의 사망 소식에 비통한 마음으로 출국했던 조재호와 허정한은 심적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한국의 사상 첫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이뤄냈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선수들은 “김경률 선수를 위해 우승하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는데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경률 선수의 영전에 준우승 트로피를 바친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조국의 명예를 건 국가대항전 

4년 연속으로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벨기에를 최정상에 올려놓은 쿠드롱과 멕스는 ‘전통의 강호’ 벨기에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독일 비어센에서 열린 2015 세계3쿠션팀선수권대회는 19개 국가에서 두 명씩 구성된 23개 팀이 출전해 최고의 3쿠션 국가를 가리는 국가대항전이다.

세계3쿠션팀선수권대회는 국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하는 국가대항전의 성격상 선수들이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른 대회다. 지난 대회 챔피언인 벨기에와 준우승 국가인 독일이 각 두 팀을 출전시키고, 3쿠션 국가 세계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한국이 두 팀을 출전시켰다.

한국은 국내 랭킹 1위 허정한(경남당구연맹), 2위 조재호(서울시청), 3위 조치연(서울시당구연맹), 4위 김형곤(서울시당구연맹)이 A, B팀으로 나누어 출전했다.

한국A팀(허정한, 조재호)은 이집트, 페루와 함께 예선 D그룹에서 예선을 치렀고, 한국B팀(조치연, 김형곤)은 오스트리아와 스웨덴과 함께 H그룹에서 예선전을 치렀다.

2002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만년 준우승팀’으로 전락한 개최국 독일(마틴 혼, 크리스티앙 루돌프)은 B그룹에서 마르코 자네티의 이탈리아와 본선 진출권을 다퉜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벨기에A팀은 약체인 스위스, 포르투갈과 함께 A그룹에 속해 본선 진출이 수월해 보였다. 예선 그룹 중 네덜란드(딕 야스퍼스, 배리 반 비어스)와 프랑스(제레미 뷰리, 장 크리스토프 루), 벨기에B팀(에디 레펜스, 롤런드 포툼)이 속한 F그룹은 본선 토너먼트를 향한 험난한 승부를 예상케 했다.

대회 시작에 앞서 열린 개회식에서는 이번 대회 직전에 갑작스럽게 사망한 고 김경률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선수를 비롯하여 프레데릭 쿠드롱, 토브욘 블롬달, 다니엘 산체스, 에디 멕스 등의 모든 출전 선수와 관계자들은 대회 기간에 검은 추모 리본을 가슴에 달고 경기에 임하여 깊은 애도를 표했다. 

예선전 결과, 2전 전승을 거두며 전체 예선 성적 1, 2위로 본선에 오른 벨기에A팀(Avg. 2.105)과 한국A팀(Avg. 2.000)과 덴마크(3위, Avg. 1.523), 터키(4위, Avg. 1.415), 독일(5위, Avg. 1.240) 등이 본선에 진출했다.

처녀 출전한 조치연, 김형곤의 한국B팀은 1승 1무, 애버리지 1.540을 기록하며 예선 6위로 본선에 올랐다. 그밖에 죽음의 조를 통과한 네덜란드와 다니엘 산체스의 스페인이 2무를 기록하며 각각 7위와 8위에 올라 본선에 진출했다.

국가별 애버리지


벨기에 결승전 연장 끝에 한국 꺾고 대회 4연패

한국A팀은 8강전에서 한국B팀과 대결했다. 한국B팀은 첫 출전에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지만, 국제무대 경험 부족으로 한국A팀에게 0-2로 패했다. 벨기에 A팀은 8강에서 스페인과 대결했다.

에디 멕스가 다니엘 산체스와 40:40(27이닝)으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프레데릭 쿠드롱이 루벤 레가즈피를 40:20(15이닝, HR 16점)으로 꺾어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밖에 터키는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독일을 2-0으로 꺾었고, 네덜란드도 덴마크를 2-0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허정한이 딕 야스퍼스에게 하이런 14점을 맞으며 27:40으로 패했지만, 조재호가 배리 반 비어스를 40:32(20이닝, HR 9점)로 꺾어 연장전에 돌입했다.

스카치 더블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한국A팀은 15:10으로 네덜란드를 누르고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연장전 초반에 5:8로 뒤지던 한국A팀은 끈질기게 따라붙어 9:8 아슬아슬한 역전에 성공했다. 점수는 9:9로 동점을 이루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13:9로 먼저 앞서 나가 승기를 잡고 끝내 네덜란드의 추격을 따돌렸다. 15:10으로 승리한 한국A팀이 결승에 진출했다.

벨기에A팀도 터키를 맞아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쿠드롱이 윅셀을 40:12(12이닝, HR 6점)로 가볍게 이겨서 벨기에A팀이 쉽게 결승에 오르는 듯했지만, 타이푼 타스데미르가 멕스에게 40:25(16이닝, HR 8점)로 승리하여 승부를 연장전까지 몰고 갔다.

연장전에서는 벨기에A팀이 단 2이닝 만에 9:0으로 앞서 나가 승기를 잡았고 터키의 추격에도 따돌리고 15:7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3월 1일 현지시각 오후 2시에 열린 결승전에서는 2012년부터 이번 대회 결승전 직전까지 18승 1무의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던 쿠드롱과 이번 대회에서 쿠드롱과 마찬가지로 4전 전승을 거두고 있던 조재호가 대결을 벌였다.

이 대결에서 조재호는 쿠드롱을 압도하는 공격력으로 40:33(21이닝, HR 7점)으로 승리해 벨기에의 아성을 무너트리는 듯했다. 그러나 멕스와 대결한 허정한이 초반부터 컨디션 난조로 어려운 경기를 펼치다가 막판 스퍼트를 내보았지만, 아쉽게 32:40(25이닝)으로 패해 게임 스코어 1-1을 기록, 연장전에 돌입했다.

양 선수가 번갈아가며 타석에 들어서는 스카치 더블 방식의 연장전에서는 한국A팀이 첫 이닝에서 5득점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벨기에A팀은 다음 이닝에서 바로 7점, 6점을 연달아 올리며 5:13으로 단 두 점만을 남겨 놓았다.

벨기에A팀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한국A팀이 11:13까지 바짝 따라붙었지만, 아쉽게도 벨기에A팀이 남은 두 점을 마무리하며 11:15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이번 2015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의 트로피는 디펜딩 챔피언 벨기에(프레데릭 쿠드롱, 에디 멕스)의 차지가 되었고, 프레데릭 쿠드롱과 에디 멕스는 4년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전통의 강호’ 벨기에의 입지를 더욱 굳게 다졌다.

한국은 비록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김경률을 잃고 비애에 잠긴 한국 당구 팬들에게 위로가 되는 값진 경기를 보여주었다.

한국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2010년, 2013년에 공동 3위에 오른 바 있으며, 이번 대회 준우승은 한국 당구 역사상 첫 번째 준우승이다.

조재호는 이번 대회에서 5전 전승(Avg. 20127, HR 10점)을 거둬 개인 기록 1위를 차지했고, 결승에서 조재호에게 패한 쿠드롱은 2.506의 대회 최고 애버리지와 대회 최고 하이런 16점을 기록했다. 

국가별 애버리지 순위는 벨기에A팀이 1.968, 한국A팀이 1.867, 터키가 1.427, 네덜란드가 1.693을 기록했고, 한국B팀은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1.508의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하며 7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결과를 반영한 3쿠션 세계 국가 랭킹에서는 벨기에가 1위를 지켰고, 독일이 2위, 한국은 한 계단 상승한 3위, 터키가 4위, 스페인이 5위에 랭크되었다. 한편 랭킹 10위에 올라있는 일본은 노장 아라이 타츠오와 타나베 토쿠유키가 출전했지만, 독일B팀과 덴마크에 0-2로 전패하며 예선 탈락했다.

세계 3쿠션 국가 랭킹

스카치 더블 연장전 도입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는 지난 1981년 멕시코시티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당시 고바야시 노부아키와 코모리 준이치가 팀을 이룬 일본이 레이몽 클루망과 루도 딜리스가 출전한 벨기에를 꺾고 원년 챔피언에 올랐다.

4년 뒤인 1985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2회 대회에서도 일본은 같은 멤버로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이후 1987년에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열린 3회 대회에서는 2회 대회 준우승팀인 스웨덴(토브욘 블롬달, 레나르트 블롬달)이 우승을 차지했다.1990년부터는 독일 비어센에서 1년 주기로 매년 열렸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개최지인 비어센에서 다음 개최를 포기함에 따라 26년 만에 대회 개최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현재 UMB(세계캐롬당구연맹) 공식 스케줄에서 2016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는 완전히 빠져 있는 상태다. 대회를 개최할 다른 주최자(오거나이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대회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적용되었던 스카치 더블 경기 방식은 호평을 받았다. 종전에는 두 명의 선수가 1대1로 대결하여 1승 1패를 기록할 경우 총득점 - 애버리지 순으로 승부를 결정했다. 따라서 먼저 한 선수가 큰 점수 차로 승리하면 총득점을 계산하여 다른 선수가 경기를 끝까지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의 맥을 끊어 흥미를 떨어뜨리는 경기 방식이라는 의견에 따라 이번 대회부터는 1승 1패로 동률을 이룰 경우 연장전에 돌입하도록 룰을 바꿨다. 연장전은 포켓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카치 더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스카치 더블은 한 팀의 두 선수가 번갈아 가며 타석에 들어서는 방식으로 후구 포지셔닝까지 완벽하게 이뤄지는 팀워크를 보여줘야 다득점이 가능한 방식이다. 15점의 적은 점수를 치는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더해졌다. 스카치 더블 방식의 연장전은 이번 대회 본선 토너먼트에만 적용되었다.

터키와 독일의 8강전에서 크리스티앙 루돌프가 윅셀을 40:25로 꺾었지만, 마틴 혼이 타스데미르에게 39:40으로 아쉽게 패해 첫 번째 연장전이 벌어졌다. 연장전에서는 숨 막히는 접전이 벌어져 터키가 15:13으로 독일에 승리했다.

주요 경기인 준결승전과 결승전 모두 연장전에 돌입했다. 준결승전에서는 한국이 네덜란드에 15:10으로 승리했고, 벨기에는 터키를 15:7로 꺾었다. 결승전은 벨기에가 한국을 15:1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연장전에 대해 경기를 지켜보던 당구팬들은 “무척 흥미진진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심장이 떨려서 못 보겠다.”, “왜 이걸 이제야 시행하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스카치 더블 방식의 연장전에 대해 호평했다.

개인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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