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를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야 한다는 서명이 change.org를 통해 시작되었다.
지난달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는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가 열렸다. 1년 전 열렸던 소치의 악몽도 다 가신 듯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회장은 바쁘게 돌아갔다.
전국민적 분노도 1년 만에 사그라질 대로 사그라져 이제는 누구도 김연아와 소트니코바 이야기를 하면서 전처럼 분통을 터트리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ISU의 시스템 정화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청원이 이어졌지만, 그동안 전혀 바뀐 것이 없다. ISU는 소치올림픽 여자 금메달 판정 관련 제소조차 “전혀 논란거리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사며 개선을 토로했던 문제조차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면 팬들은 종목을 외면할 것이 자명하고, 종목은 고립될 것이 분명함에도 국제 스포츠계도 이런 ISU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ISU는 이번 4대륙피겨선수권대회에서 팬들의 플래카드 반입을 금지시켰다. 경기장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입구에 파란색 쓰레기통(?)을 비치하고 그곳에 플래카드를 넣으면 주최 측에서 검열 후에 반입 여부를 결정해준다는 것이었다.
명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김연아 사태에 대한 팬들의 불만을 사전에 차단시켜서 대회 진행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다분하여 비난이 과열됐다.
과연 ISU가 그럴 권리가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일부 불만을 가진 팬들은 “Sochi is not over”, “피겨는 강대국들의 장난감이 아니다”, “우리는 공정한 스포츠를 원한다”, “I know what you did last winter in sochi” 등의 플래카드를 반입시켰다.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이런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다고 가만히 있으면 영원히 당하게 된다. 작은 소리지만 하나둘씩 모이면 큰 파장을 일으킨다.
그 파장이 끝내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게 한다. 그렇게 세상은 달라진다.
우리는 흩어져 있는 작은 소리를 모으기 위해 서명운동을 한다. 김연아 사태 때도 그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순간에 서명운동을 통해 흩어져 있는 목소리를 모아 많은 사람의 생각을 증명하고 객관화하게 된다.
김연아 사태 때처럼 서명운동이 당장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명운동을 통해 인권문제가 다시 다뤄지는 경우나 새롭게 주목을 받아 큰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문제에 대해 개인이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사이트다.
김연아 사태 때는 한국인도 아닌 캐나다인 스테이시 라젝이 “21세기는 돈과 권력으로만 진행되는 것이냐?”는 내용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하여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돌려줄 것과 ISU의 심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에 대한 세계인들의 의견을 모았다.
순식간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지만 뻔뻔하게도 ISU는 전혀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비록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관철하지는 못했지만, ISU에 ‘우리가 당신들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 정도는 전달되었으리라 본다.
이렇듯 각 분야에서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정식종목 진입을 노리는 당구 종목의 서명운동도 ‘체인지’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인 히로카주 세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에 당구가 채택되어야 한다’는 주제로 100만 명의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1만여 명 정도 서명을 한 상태다. 아직 목표까지 1% 달성되었기 때문에 당구 동호인들의 더 큰 호응이 필요하다.
당구 동호인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한국이 가장 많다. 그렇다면 한국의 움직임에 따라 서명운동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된다면 현실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선수단체이기 때문에 선수들과 선수단체가 발 벗고 나서 서명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김연아 사태에서 보듯 서명운동 하나가 모든 것을 뒤바꾸는 힘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생각과 의견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어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2년에는 부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빌리어즈 매거진>과 당구 관련 단체의 전개하며 1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정식종목에서 제외되었던 당구 종목을 기적적으로 채택시킨 사례도 있다.
이미 당구와 경쟁하는 타 종목은 100만 명, 200만 명의 서명을 마쳤다고 한다. 하루빨리 서명운동에 동참해서 당구 종목이 가진 저력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 증명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세상을 못 바꿀지는 모르지만, 당구가 바뀌는 데에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