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포켓볼 월드컵 대회에서 '4강 신화'에 재도전했던 한국 당구 국가대표 정영화(왼쪽), 유승우(오른쪽). 아쉽게도 한국은 16일 오후 열린 32강전에서 우승후보 잉글랜드에 2-7로 패했다. ⓒ Tai Chengzhe


[빌리어즈=안소영 기자] 남자 포켓볼 세계무대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세계 최강 잉글랜드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포켓볼 국가대항전 '2018 월드컵 오브 풀'에 출전한 한국 당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에 시작한 32강전에서 우승후보 중 하나인 잉글랜드와 대결했다.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어려운 위기를 뱅크 샷과 빈쿠션치기 등으로 극복하고 기회가 오면 차분하게 득점을 이어가는 등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잉글랜드에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두세 번의 실수가 나오면서 잉글랜드에 공격 기회를 넘겨주었고, 결국 균형이 깨졌다.

반면에 베테랑 임란 마지드(46)와 마크 그레이(45)가 호흡을 맞춘 잉글랜드는 포지셔닝이나 두께 실수가 있어도 대체로 운이 따르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갔다.

스카치 방식으로 치러진 '월드컵 오브 풀'은 어느 무엇보다도 두 선수 간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경기 초반에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두 번의 실수로 인해 점수를 빼앗기며 끌려갔다.

유승우(33·대전)가 뱅킹에서 이겨 먼저 공격 기회를 얻었던 한국은 정영화(47·서울시청)가 1볼 퍼팅 후 2볼 포지셔닝에 실패하면서 잉글랜드에 타석을 넘겨주었다.
 

잉글랜드의 임란 마지드와 마크 그레이. 유로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잉글랜드는 1세트를 마무리하고 승자브레이크 방식에 따라 2세트에도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마지드와 그레이의 찰떡 궁합은 2세트에서 빛을 발했다.

4볼과 8볼이 붙어 있는 어려운 포지셔닝을 마지드가 퍼팅에 성공하며 완벽하게 포지셔닝까지 뽑아주면서 득점해 2-0으로 리드를 이어갔다.

3세트에서는 한국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잉글랜드가 3세트 브레이크를 실패하면서 공격권이 넘어온 것.

유승우가 1볼 퍼팅에 성공하며 비교적 나쁘지 않게 포지셔닝까지 했지만, 정영화가 2볼 퍼팅에서 두께가 두꺼워 실패하면서 잉글랜드가 3세트도 가져갔다. (3-0)

4세트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4볼이 8볼과 근접해 공략이 쉽지 않으면서 잠시동안 공방전이 벌어졌지만, 마지드가 수비를 시도하다가 수구를 코너 포켓에 빠뜨리면서 한국은 프리볼을 얻었다.

그러나 4볼이 어려운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에 쉽게 득점을 얻지는 못했다. 정영화는 3볼을 퍼팅하면서 '4볼 캐롬'을 시도했지만 아깝게 빗나갔다.

4볼이 포지셔닝되지 않았지만, 유승우는 뱅크 샷을 시도해 4볼을 퍼팅했고 다음 타석에 들어선 정영화도 다음 공인 6볼을 멋진 뱅크 샷으로 성공시켜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유승우가 장거리 퍼팅으로 7볼을 성공한 다음 정영화 차례에서 안타까운 실수가 나왔다.

 

샷에 실패한 정영화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 Tai Chengzhe


정영화는 다소 브릿지가 불편해 보였지만, 8볼을 퍼팅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8볼을 강하게 쳐서 마지막 9볼을 포지셔닝하려다가 수구가 목적구 8볼에 약간 얇게 맞으면서 퍼팅에 실패했다.

결국 잉글랜드가 당구대 위에 남은 두 개의 공을 마무리하면서 4-0으로 크게 달아났다.

한국은 4세트를 빼앗긴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었다. 두 번의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면 세트 스코어 2-2가 될 수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실수 두 번으로 한국은 큰 점수 차로 끌려갔다.

기세가 오른 잉글랜드는 5세트에서도 어려운 포지셔닝을 완벽하게 풀어내며 차분하게 공격을 이어갔다.

브레이크에서 공 2개를 퍼팅시켰지만, 4볼과 6볼, 9볼 등 공 3개가 뭉쳐 있어서 수비 없이 공격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그런데 그레이가 3볼을 퍼팅하면서 '제거 1순위'였던 4볼을 완벽하게 포지셔닝 해서 타석을 넘겨주었다.

마지드도 5볼이 장거리 퍼팅이어서 쉽지만은 않았지만, 가볍게 퍼팅에 성공하며 스톱 샷으로 6볼을 포지셔닝했다.

결국 4볼-6볼-9볼이 한곳에 뭉쳐있던 최고의 장애물을 완벽한 샷으로 풀어내면서 잉글랜드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5-0)

잉글랜드가 승리까지 단 두 세트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한국은 6세트에서 겨우 한 점을 만회했다.

6세트 브레이크에서 공 3개를 넣은 잉글랜드는 2볼이 여유치 않자 수비를 시도했다.

2볼을 4볼 뒤에 숨겨 놓고 수구로 직접 공략하지 못하게 했지만, 다음 타석에서 정영화가 2쿠션으로 빈쿠션치기를 시도해 2볼을 맞혔다.

아깝게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수구와 2볼 사이를 5볼이 가로막았다. 마지드는 점프 샷으로 장애물을 뛰어넘어 2볼을 퍼팅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수구가 점프했다가 떨어지면서 장애물이었던 5볼을 건드리는 파울을 범했다.

프리볼을 얻은 한국이 쉽게 남은 6개 공을 마무리하며 첫 득점을 올렸다. (5-1)
 

한국은 경기 막판 두 세트를 만회하며 쫓아갔지만, 아쉽게도 결정적인 순간에 또 한 번 실수가 나오면서 2-7로 끝내 졌다 ⓒ Tai Chengzhe


7세트에서 브레이크를 잡은 한국은 정영화가 나섰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공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잉글랜드의 그레이가 어려운 1볼이 어렵자 수비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유승우가 1볼을 득점하면서 2볼 포지셔닝에 실패했고, 정영화가 2쿠션으로 빈쿠션치기를 또 한 번 시도해 2볼을 맞히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3볼-8볼이 붙어있는 포지셔닝이 관건이었지만, 마지드가 2볼 퍼팅 후 컴비네이션이 가능한 포지셔닝으로 완벽하게 뽑아내면서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레이가 3-8볼 컴비네이션을 성공하면서 포지셔닝에 실패해 마지드 타석에서 수구를 5볼 뒤로 숨기는 수비를 했다.

다음 한국의 유승우 타석에서 지금까지 이번 대회 통틀어 가장 멋진 샷이 나왔다. 유승우는 장애물을 피해 뒤쪽으로 빈쿠션치기를 시도했다.

수구는 2쿠션을 크게 돌아서 3볼과 그리고 옆에 있던 9볼에 연달아 접촉했다. 그런데 수구에 맞은 9볼이 그대로 코너 포켓으로 빨려들어갔고, 한국이 다시 1점을 만회했다. (5-2) 

8세트 브레이크에서 유승우가 공 2개를 퍼팅했다. 그러나 1볼이 보이지 않았고, 정영화는 뱅크 샷을 시도했지만 아깝게 빗나가 잉글랜드에게 기회를 넘겨주었다.

잉글랜드는 1볼을 퍼팅 후 2볼 포지셔닝이 다소 길었지만, 운이 좋게도 두께가 보이는 위치에 수구가 멈춰 서면서 공격을 이어가 한국의 추격을 따돌렸다. (6-2)

9세트에서 한국은 또 한 번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다 잡은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브레이크에서 그레이가 1볼을 퍼팅했고, 2볼을 마지드가 키스를 피해 포지셔닝하려다 너무 얇게 맞아 퍼팅에 실패했다.

한국은 2볼부터 8볼까지 7개 공을 모두 퍼팅했다. 그러나 먼저 유승우의 8볼 포지셔닝이 약간 힘이 부족해 수구가 덜 와서 멈추고 말았다.
 

멋진 컴비네이션 샷과 뱅크 샷을 선보이며 활약한 한국 유승우 ⓒ Tai Chengzhe


정영화 타석에서 9볼의 위치는 난해했다. 당구대 가운데 위치에 있는 9볼을 코너 포켓에 넣는 샷은 수구가 스크래치될 위험도 있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샷이다.

이런 샷이 9볼일 경우 실패할 확률이 무척 높다. 안타깝게도 정영화는 9볼을 놓쳤고, 그레이가 곧바로 9볼 퍼팅을 성공시키며 경기는 그대로 7-2로 마무리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3년 만에 출전한 포켓볼 국가대항전 '월드컵 오브 풀'에서 도전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지난 2011년 '4강 돌풍'을 일으키며 남자 포켓볼의 가능성을 열었던 한국은 다시 한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이번 대회를 마감하게 되었다.

 

◆ '2018 월드컵 오브 풀' 32강 경기결과

오스트리아 7-3 칠레

폴란드 7-4 쿠웨이트

네덜란드 7-5 태국

캐나다 3-7 스코틀랜드

독일 7-0 인도네시아

중국B 7-2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7-3 베트남

필리핀 7-3 뉴질랜드

대만 7-1 알바니아

그리스 7-0 홍콩

잉글랜드 7-2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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