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아시아선수권자로 월드컵 시드를 처음 받은 김행직이 첫 도전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확정 지은 딕 야스퍼스가 자신의 큐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이집트 룩소르에서 개최된 두 번째 월드컵이 열렸다.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진행된 이번 월드컵의 주인공은 딕 야스퍼스였다.

하지만 우승자 야스퍼스가 아닌 준우승자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현존하는 4대 천왕인 딕 야스퍼스와 토브욘 블롬달, 다니엘 산체스와 나란히 두 번째로 높은 시상대에 오른 한국의 새로운 루키, 김행직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 랭킹 1위의 최성원을 비롯해 구리 월드컵 챔피언 강동궁과 조재호, 허정한, 이충복, 황형범, 서현민, 김형곤, 김행직, 조치연, 김재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이충복, 허정한, 황형범, 서현민이 예선전을 통과해 32강에 올랐으며, 시드를 얻지 못한 제레미 뷰리와 무랏 나시 초클루, 뤼트피 체넷 등이 예선전부터 경기를 벌여 이들과 함께 32강에 올랐다.

32강 서른두 개의 자리 중 9개의 자리를 한국 선수들이 차지한 가운데 32강 경기가 시작되었다.

예선전을 치르며 테이블 적응을 끝낸 서현민이었지만 세계 랭킹 1위의 최성원과의 경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이닝 만에 40:28로 최성원이 서현민을 꺾으며 무난히 16강에 안착했다.

한편 장 폴 드 브루인과 25이닝 40:40 동점을 이룬 허정한은 승부치기에서 2점을 득점하며 4점을 득점한 드 브루인에게 아쉽게 16강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김행직과 만난 강동궁은 무서운 기세로 몰아붙이는 김행직을 막아내지 못했다. 4이닝 만에 21점을 친 김행직은 하이런 11점을 쳐내며 5.250의 애버리지를 기록했다. 마지막 14이닝에서 경기를 마무리하며 40:14로 강동궁을 이기고 16강전에 진출했다.

조재호는 아드난 윅셀과의 경기에서 패해 탈락했고, 블롬달은 조치연을 40:13으로, 황형범은 이충복을 33이닝까지 가는 치열한 싸움을 벌인 끝에 40:35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이로써 16강 진출자는 최성원, 장 폴 드 부르인, 김행직, 제레미 뷰리, 롤랜드 포툼, 아드난 윅셀,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 토브욘 블롬달, 프레데릭 쿠드록, 황형범, 딕 야스퍼스, 무랏 나시 초클루, 타이푼 타스데미르, 다니엘 산체스, 뤼트피 체넷, 에디 멕스로 결정되었다. 

16강전에서는 허정한을 승부치기 끝에 꺾고 올라온 드 브루인에 대한 최성원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최성원은 일방적으로 게임을 끌고가며 드 브루인에게 조금도 틈을 주지 않았다. 결국 최성원은 29이닝 만에 40:23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여유 있게 8강에 올랐다.

김행직은 지난 32강전 경기에서 강동궁을 몰아붙였던 것처럼 제레미 뷰리마저 맹렬한 기세로 몰아붙였다. 김행직은 22이닝째에 40:29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16강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 주었던 황형범은 프레데릭 쿠드롱을 상대로 시종일관 리드를 유지하며 40:34로 쿠드롱을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토브욘 블롬달은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를 40:36으로, 롤랜드 포툼은 아드난 윅셀을 40:34, 딕 야스퍼스는 무랏 나시 초클루를 40:14, 다니엘 산체스는 타이푼 타스데미르를 40:38, 뤼트피 체넷은 에디 멕스를 40:39로 각각 꺾고 8강에 진출했다.  

8강전
8강에서 김행직과 맞붙은 최성원은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룩소르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이며 8강까지 단숨에 오른 김행직이 9이닝 후 브레이크 타임까지 21점을 치는 동안 김행직의 기세에 눌린 최성원은 단 2점만을 득점한 채 전반전 경기를 마쳤다.

후반으로 들어서자 최성원은 차츰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김행직이 6점을 득점하는 사이 19점을 득점하며 27:21로 따라 잡고 본격적인 추격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행직이 이내 7점을 성공하며 34:21로 다시 점수 차를 벌려 빠른 걸음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21이닝에 40점을 마무리하며 40:30으로 세계 랭킹 1위의 최성원을 따돌리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프레데릭 쿠드롱을 누르고 8강에 오른 황형범은 딕 야스퍼스와 대결을 벌이며 다시 한 번 파란을 예고했다. 하지만 룩소르의 최종 우승자인 딕 야스퍼스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24이닝째에 40:19로 황형범을 이긴 야스퍼스가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편 롤랜드 포툼을 40:22로 이긴 블롬달은 준결승에서 김행직과 대결하게 되었으며, 다니엘 산체스는 뤼트피 세네트를 40:36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라 결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딕 야스퍼스와의 마지막 대결을 준비했다.  

준결승전
강동궁, 제레미 뷰리, 그리고 최성원마저 이기고 준결승전에 진출한 김행직은 그의 우상이자 팀 동료였으며, 또한 스승이었던 토브욘 블롬달도 압도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첫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김행직은 블롬달과의 경기를 앞두고 차분히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긴장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경기 초반 두 선수는 10이닝까지 11:7로 탐색전을 벌이며 천천히 경기를 펼쳐갔다. 하지만 11이닝째에 김행직이 9점을 단숨에 쳐내며 20:7로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섰고, 휴식 후 중반부에서는 블롬달을 더욱 압도하는 경기를 펼쳤다.

김행직은 22:9, 30:19, 34:21로 리드를 유치한 채 서서히 게임을 마무리짓고 있었다. 김행직의 빈틈없는 샷이 득점으로 이어질 때마다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그에게 보냈다. 21이닝에 들어선 김행직은 남은 6점을 모두 득점하고 40:24로 생애 첫 월드컵 결승전 진출에 성공하였다.  

다니엘 산체스와 딕 야스퍼스의 두 번째 준결승 경기에서는 두 선수 모두 공격적인 플레이로 빠르게 점수를 올리기 시작하여 6이닝에 17:17 동점을 이루었다. 하지만 다음 7이닝에서 야스퍼스가 하이런 12점을 치며 29:17로 앞서 나가 균형을 단숨에 깨트렸다.

브레이크 타임 이후 오히려 연달아 실수를 범한 산체스는 쉽사리 점수를 얻지 못했고, 결국 14이닝째에 타석에 들어선 야스퍼스는 마무리 3점을 올리며 다니엘 산체스를 40:21로 누르고 결승에 올라 김행직과 대결하게 되었다.  

김행직과 딕 야스퍼스의 결승전 뱅킹

결승전
김행직은 룩소르 월드컵 내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딕 야스퍼스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일찍이 세계 4대 천왕이라 불린 그의 진가가 결승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준결승전에서 다니엘 산체스를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점수로 이긴 야스퍼스는 그 기운을 그대로 이어 이번에는 김행직을 초반부터 압박하기 시작했다.

초구로 5점을 친 야스퍼스는 공타 없이 이닝마다 점수를 쌓아갔다. 4이닝에서는 8점, 7이닝에서는 7점을 치며 점수를 26:6으로 단숨에 벌려놓았다.

반면 야스퍼스의 절묘한 수비를 효과적으로 풀지 못한 김행직은 브레이크 타임 전까지 5이닝을 공타로 날리고 말았다. 월드컵 결승전이라는 중압감과 더불어 야스퍼스의 신기 어린 경기력에 압도된 김행직은 브레이크 타임 내내 자리를 지키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후 김행직이 8점을 득점하며 스퍼트를 내보았으나, 이것이 그의 마지막 샷이 되고 말았다. 김행직 다음 타석에 들어선 야스퍼스는 8이닝에서 남은 14점을 모두 득점하며 순식간에 경기를 끝내버렸다.

40:14로 승리한 야스퍼스는 지난해 9월 열린 포르토 3쿠션 월드컵에 이어 다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게 되었다.  

김행직은 비록 우승컵은 아니지만 월드컵 시상식의 두 번째로 높은 단 위에 처음으로, 그것도 딕 야스퍼스와 토브욘 블롬달, 그리고 다니엘 산체스와 함께 올라서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올해 초 2015 아시아3쿠션선수권대회 우승으로 1년 동안 월드컵 시드를 보장받은 김행직의 첫 월드컵 성적인 만큼 앞으로 ‘톱 랭킹 12’ 안에 들어서기 위한 김행직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사진제공=코줌코리아>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