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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기반인 코줌의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적어도 나와 같이 스포츠 칼럼을 쓰는 사람들은 직접 가볼 수 없는 3쿠션 현장을 생중계로 볼 수 있게 되어 무척 좋았다. 영상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기자는 물론, 당구선수, 아마추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폰서까지 인터넷을 통한 영상 보급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내가 코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6~7년 전이었다. 칼럼에 참고할 3쿠션 관련 영상을 찾는데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구글링을 해보고, 유튜브를 뒤져봐도 원하는 영상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당구와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이 참 어려웠다. 지금이야 웬만한 영상은 코줌에 가입하고 이용료를 결제하면 모두 볼 수 있지만, 그때는 3쿠션 영상을 인터넷에서 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비자 카드나 마스터 카드가 아무리 많아도 절대로 결제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아예 돈 주고 살 수 있는 영상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나 같은 스포츠를 주제로 칼럼을 쓰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현장에 다 쫓아다닐 수 없으니, 영상이라도 직접 보고 상황을 파악해서 칼럼을 써야 한다. 그러나 스누커 외에 3쿠션이나 포켓볼은 영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스누커는 유튜브를 통해 웬만한 경기가 다 무료로 공개된다). 칼럼니스트에게 영상 자료가 없다는 것은 칼럼을 못 쓴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영상이 없으면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단편적인 상황을 전달하는 기사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칼럼은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논평해야 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한국 당구선수가 세계를 제패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하더라도 ‘뉴스’ 외에는 전달할 것이 없다. 그러니 TV에 자막이 나가거나, 신문에 몇 줄 실리는 것이 전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자나 칼럼니스트들이 경기 관련 영상을 접하고 해당 종목을 이해하거나 때로는 감동까지 받는 일련의 과정, 즉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야 비로소 마케팅, 홍보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당구계는 인지하고 있을까. 이런 일종의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의 당구계가 처한 현실에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골프나 야구, 축구 같은 인기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의 몸값이 나날이 올라가는 가장 큰 이유는 실력과 인지도다. 실력은 땀과 재능의 복합적인 요소와 비례하는 것이지만, 인지도는 다르다.

스포츠 스타의 인지도는 미디어와 인터넷이 만든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실력 좋은 정치인도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지 않으면 인지도를 쌓기 어렵다.

그들이 인터넷이라는 기반에서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는 덜 유명했을 수도 있고, 아예 셀레브리티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터넷 영상 보급의 중요성을 보통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제는 스포츠 보급을 위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베컴만큼 잘 생긴 당구선수나 차유람 같은 당구요정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면 당구선수를 위하고 당구의 확장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홍보 수단은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담은 영상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코줌을 알고 처음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3쿠션 이야기를 언제든지, 얼마든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몇 년 뒤에는 아예 한국어 버전으로 한국 코줌 사이트가 생겼다. 아지피 대회를 신나게 관전하다가 최성원 선수의 역사에 남을 만한 명승부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는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스포츠에서 느꼈던 최고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가슴이 벅찼다. 그 뒤로 난 당구를 다시 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틈나는 대로 회사 옆 당구클럽을 찾아 동료 기자들과 3쿠션을 치곤 한다.

나와 같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코줌의 영상을 보고 가슴이 벅차거나 혹은 지나간 옛날의 향수를 떠올리며 당구장에 끊었던 발길을 다시 옮기기 시작한 이들 말이다.  

인터넷 기반을 이용하는 미디어는 확장성과 지속성이 가장 크고 넓은 매체다. 당구를 알리고 사용자를 확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인터넷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영상이 바탕이어야 한다.

앞으로 당구는 그 넓고 큰 플랫폼에서 영상을 보여주느냐, 안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인터넷을 통해 수억 명의 사람에게 노출이 가능한 A라는 종목과 가입자 1,000만명의 유료 시청자를 보유한 채널로 노출이 가능한 B라는 종목 중 스폰서는 과연 어느 종목을 선택할까.

이해하기 쉽게 같은 당구 종목을 비교해 보자. 3쿠션이나 포켓볼이 아니라 스누커에 스폰서가 붙는 이유가 있다. 유튜브나 유로스포츠를 통해 전 세계 72억 4,400만명에게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UMB가 되었든, 대한당구연맹이 되었든 간에 코줌을 활용하든 아니면 다른 매체를 활용하든 인터넷 플랫폼 위에 영상을 지속적으로 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라. 이것은 필연적인 투자다.

당구의 활성화를 위해 공적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단체가 엉뚱한 일에 예산 낭비하지 말고 그런 데에 써야 한다. 그래야 3쿠션이 더 확장되고 진화하게 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시대와 사용자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물론, 그에 따라 3쿠션 시장도 지금보다 몇십 배, 몇백 배 커지게 될 것이다.  
 

강동한(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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