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기로 정평이난 구리 월드컵에서 클롬펜하우어는 여자 선수 최초로 본선에 올랐다.
지난 10월 구리에서 두 번째 열린 구리 세계 3쿠션 월드컵의 진기록 중 하나가 바로 여자 3쿠션 선수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었다. 사상 유례가 없었던 일로, 많은 사람들이 가능하긴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특히나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 선수들 사이에서 예선 통과도 힘들 정도로 치열한 월드컵으로 정평이 나 있고, 꾸준히 몇몇 여자 3쿠션 선수들이 예선전에 참가했지만 그 기록이 별로 희망적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 3쿠션 선수 세계 랭킹 1위의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가 보란 듯이 월드컵 본선에 남자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당당히 본선 32강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조 1위의 성적으로.
정말 축하한다. 여자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메인 토너먼트에서 32강 본선 진입에 성공했다. 그것도 조 1위, 전체 순위 9위로 최종 예선을 통과했다. 이전 대회의 최고 성적은 몇 위였나.
그리스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에서 최종 예선 38위를 했었다. 그동안 최종 예선전을 통과하기가 정말 힘들게 느껴졌다.
이번 대회에서 본선 진출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이 처음부터 있었나.
항상 높은 단계 진출을 기대하지만, 이번 대회라고 특별히 내가 32강이나 16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온 것은 아니다. 첫 예선 경기에서 강한 두 선수를 만나서 그들을 이기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들을 이기고 났더니 최종예선전에서는 두 배나 강한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정말 본선 진출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번 대회 중에 본선 진출도 이슈가 되었지만, 애버리지가 상당히 좋았다. 본인의 베스트 애버리지인가.
그렇다. PQ 라운드에서는 베트남 선수를 22이닝 만에 30점을 모두 쳐서 이겼고, Q 라운드에서는 일본의 다케시마 오 선수를 27이닝 만에 40점으로 이겼다. 이긴 것도 중요하지만, 이때 애버리지가 1.363, 1.481이었다. 내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했다.
역사에 남을 만한 훌륭한 성적을 거둔 지금 기분이 어떤가.
물론 굉장히 기쁘다. 여자로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했다는 것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다.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을 테니 말이다. 특히 경쟁이 심하고 대회 수준도 상당히 높은 한국 대회에서의 결과라 더 특별하고 행복하다.
본선 진출 전 큰 고비는 없었나.
Q 라운드 두 번째 게임에서 일본의 다케시마 오 선수와 붙었는데, 30-37로 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케시마 오 선수가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6점의 하이런을 기록한 내가 36-37까지 따라 잡았다. 다음 공격권을 손에 쥔 다케시마 오 선수가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어렵지 않은 공을 놓쳤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나는 마지막 기회일 거라고 생각했고, 40-37로 내가 역전승을 하고 말았다. 그 경기 승리로 본선 진출이 확정되었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던 경기라 아무도 내가 이길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결국 나는 해냈다.
그렇게 힘들게 오른 본선 32강이었는데, 아쉽게도 처음부터 매우 강력한 선수와 만났다. 만약 32강 상대가 토브욘 블롬달이 아니었다면, 16강 진출도 가능했을까.
하하, 글쎄, 물론 그랬을 수도 있다. 32강까지 올라왔으니 나머지 31명의 선수 중 누구를 만나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시합에 임했다. 하지만 블롬달이 게임을 정말 잘 풀어나갔다.
나 또한 매 이닝 어려운 포지션들이 주어졌지만, 최선을 다했다. 하이런 8점에 애버리지 1.666을 치고도 결국 12이닝 만에 지고 말았다. 32강에 오른 선수들은 이미 굉장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아마 누구라도 쉬운 게임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32강의 상대가 블롬달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몇 주 전에 블롬달과 연습 게임을 같이 했다. 시합에서는 그를 만날 기회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때 그가 언젠가 자기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시합에서 만약 만나게 된다면 나도 그를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었다.
나는 내가 본선에 올라서 그를 만날 그 순간이 빨리 오길 희망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순간이,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의 컨디션이 너무 좋더라.(웃음)
블롬달과는 계속해서 같이 연습도 하고 나름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막상 그와의 대진이 부담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블롬달과의 연습 게임과 실전에서의 대결과 어떤 차이가 있었나.
연습 게임 때는 잘하는 부분과 못 하는 부분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고 조언을 해주는데, 실전 시합에서는 자신의 게임에만 온전히 집중하기 때문에 상당히 다르다. 평소의 부드럽고 친절한 그를 기대하면 절대 안 된다.
앞으로 여자 선수들의 어떤 점을 보완하면 남자 선수들과 좀 더 나은 시합을 할 수 있을까.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옳은 방법으로 연습하는 게 더 중요하다. 가끔 선수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연습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나는 좋은 코치와 트레이너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많은 게임 경험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
내 경우 한 시즌에 공식적인 대회를 통한 시합만 100게임 이상을 치른다. 그리고 이뿐만 아니라 훌륭한 실력의 선수들과 연습 게임을 통해 교류를 갖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여자 선수들끼리의 경기는 실력 향상에 큰 의미가 없다. 나보다 높은 레벨의 선수들과 게임을 많이 할수록 자신의 실력이 한 단계 더 높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32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 하나를 꼽자면.
올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시차였는데, 막상 와서 보니 시차에 대한 불편을 못 느꼈고, 컨디션도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11월에 열리는 여자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그동안 굉장히 연습을 많이 했다. 그 덕분인지 이번 시합에서도 성적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쭉 이 좋은 컨디션과 분위기 이어가기 바란다.
고맙다.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좋은 기대감으로 다음 대회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그는 구리에서의 컨디션을 이어 구리 3쿠션 월드컵 이후 열린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