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여러 방송사에서 시작하고 있다.
당구도 이제는 버라이어티 시대가 왔다. 기존의 당구 방송은 대회 위주의 중계방송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빌리어즈TV에서의 레슨 프로그램은 당구 전문 방송으로서 당연한 시도이고 콘텐츠다. 하지만 쇼 오락적인 면이 부족해 그동안 많은 아쉬움을 남겨왔다.
당구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왜 없을까 라는 의문을 품은 지 몇 해, 드디어 진짜가 나타났다.
KBS N SPORTS에서 <우리동네 예체능>의 포맷을 따와 당구와 접목시켜 <죽방전설>을 탄생시켰다. 연예인 당구 고수팀과 아마추어 고수팀의 진짜 재미있는 대결이 펼쳐진다.

KBS N SPORTS, <죽방전설>
진정한 전설을 찾아라!
재미 ★★★★
KBS N SPORTS에서 드디어 당구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동안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해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들이 소개되기는 했으나 한 종목이 단일 예능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연예인 당구 고수와 전설처럼 내려오는 각 지역의 아마추어 당구 고수들이 대결을 펼친다는 콘셉트의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바로 <죽방전설>이다.
‘죽방’이란 내기 당구를 말하는 은어로 당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이다. 파릇파릇한 스무 살 시절, 선배들을 따라 당구장에 갔다가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 누군가 득점에 성공할 때마다 당구대 쿠션 모서리에 천 원짜리 지폐가 꽂혔다.
이게 뭔지 묻지는 않았지만 ‘내기를 하는구나’라고 직감했다. 졸업 후 당구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면서 그게 바로 직방, 즉방, 혹은 죽방이라 불리는 당구 내기라는 걸 알았다.
죽방은 당구만의 독특한 내기 문화다. 내기를 권장할 수는 없지만, 스포츠와 내기는 때론 악어와 악어새처럼 한 쌍을 이룬다.
승마와 사이클은 경마와 경륜이라는 합법적인 도박이 가능하고, 하물며 동네에서 탁구나 배드민턴을 쳐도 진 사람이 음료수를 사는 게 당연하다.
스포츠와 내기를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승부욕 때문이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나뉘는 구조이니 승자가 되기 위한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법이다.
당구를 배우기 시작하는 초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언이 하나 있다. ‘실력은 게임비에 비례한다.’
당구 실력은 거저 늘지 않는다. 게임비를 내는 만큼 느는 게 당구 실력이라는 당구 선배들의 주옥 같은 조언이다. 이는 ‘패자는 카운터로’라는 명언과도 연결된다. 이렇듯 당구는 게임비 내기, 음료수 내기, 짜장면 내기 등 각종 내기와 상생 관계에 있다.
항간에 <죽방전설>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그런데 이만큼 당구와 잘 어울리는 아이템과 제목이 있을까?
물론 정도는 필요하다. ‘내기’를 위한 당구가 아닌 ‘당구’를 위한 내기라면 애교로 봐줄수도 있지 않을까? 상금을 ‘죽방’이라는 표현을 빌렸을 뿐이다. <죽방전설>은 당구 버라이어티 쇼다. 굳이 버라이어티를 다큐로 받을 필요는 없다.
또 한 가지, 하필 도박으로 물의를 빚고 자숙 기간을 갖고 있던 이수근의 복귀 프로그램이 <죽방전설>이라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이수근이야말로 <죽방전설>에 잘 어울리는 MC다.
첫 녹화에 자신의 개인 큐를 가지고 나올 정도로 당구를 좋아하고, 또 검증된 실력을 갖춘 연예인이다. 연예인팀에는 매주 한 명씩 추가되는 당구 고수 게스트 외에도 아마추어 고수팀에 쉽게 밀리지 않을 실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다큐마저 예능으로 만들 입담을 가진 타고난 개그맨이자 MC인 이수근이 있기에 <죽방전설>은 연예인과 아마추어와의 그저 그런 당구대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버라이어티 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수근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조용한 당구 대회장의 유일한 활력소는 캐스터와 해설자의 입담이다. 당구 전문가의 해설보다 차라리 당구를 잘 아는 방송인이 해설을 맡았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배꼽 잡는 당구해설까지 덧붙여진다면 진정 최고의 당구 버라이어티 쇼라 두 손 번쩍 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죽방전설>은 이렇듯 제목과 진행자라는 두 가지 이슈로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스포츠로서의 당구를 건전하지 못한 내기 당구로 비하했다고 비난하고,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MC로 기용해 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죽방전설>은 최근 방영된 그 어느 당구 프로그램보다 재미있고, 유쾌하다. 최고의 포켓볼 선수인 차유람이 프로그램의 의도에 진정성을 실어주고, 이수근과 장동혁이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죽방(상금)’은 있는데, 아직까지 ‘전설’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1, 2회만 방영된 첫발을 겨우 뗀 프로그램이기에 앞으로 어떤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지만, 진정한 ‘전설’이라 불릴 만한 실력자들이 등장해야 시청자들이 리모컨을 내려놓고 프로그램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자고로 스포츠란 손에 땀을 쥐는 맛이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이고, TV로 시청하는 나보다는 잘해야 보고 싶은 법이니까. <죽방전설>에서 재미와 더불어 진짜 명승부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SPORTS, <월요당구>
당구는 월요일에만 즐기나요?
재미 ★☆
지난 4월부터 MBC SPORTS에서도 당구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MBC SPORTS의 <월요당구>는 한국의 유명 아마추어 남녀 6인과 일본을 대표하는 남녀 선수 6인이 펼치는 남녀 3쿠션 한일전이다.
제목부터 월요일에는 <월요당구>라고 세뇌하듯 강한 출발을 보였는데, 최근 <죽방전설>에 발목을 잡혔다. 하필 <죽방전설>의 방영일이 월요일이다.
아쉬운 것은 예정된 16회 동안 다양한 당구 콘텐츠를 보여줄 줄 알았던 <월요당구>가 한일 남녀 3쿠션 대회로 16회를 다 채우게 되며, 그냥 평범한 아마추어 당구대회 중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월요당구>가 꾸준히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아무튼 현재까지 1, 2, 3차 대회 중 1차 남녀 스카치 대회 9세트 경기 중 일본팀이 5세트를 먼저 이기며 1차 대회의 승리를 먼저 가지고 가 한국 대 일본 0-1의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빌리어즈TV, <한주희의 큐타임즈>
가볍고 유쾌한 당구 전문 뉴스
재미 ★★☆
어렵고 무거운 뉴스는 가라! 당구 여신으로 주목받은 한주희가 당구 뉴스 진행자로 변신했다.
지겹고 따분하기만 했던 뉴스를 그녀만의 톡톡 튀는 매력으로 가볍게 전해 들을 수 있다는 콘셉트의 방송인데, 화요일 격주 방영이라 일명 본방사수, 방영 시간을 맞춰서 보기 쉽지 않다.
모처럼 약속 없는 화요일 밤이라 부랴부랴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옮기면 안 하는 주다. 당구여신 한주희가 전해주는 당구 소식이라 보는 재미는 있지만, 전문 방송인이 아니라 깔끔하지 못한 시선 처리나 서툰 진행은 애교로 넘어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