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계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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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계획(2)
  • 김주석 편집장
  • 승인 2015.07.1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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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새로운 종목 '차이니즈 8볼' 보급에 나선 이유

('중국의 계획(1)'에 이어)

총상금 5억 원의 차이니즈 8볼 대회를 개최한 씽파이그룹의 간리안팡 회장

간리안팡 회장의 투자

베이징씽파이그룹의 간리안팡 회장은 중국 당구계는 물론 세계 당구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중국 소식통에 의하면 CBSA 부회장이면서 중국 공산당원으로 알려진 그는 당구와 골프 등 스포츠와 관련된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세계 스포츠계 인사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향후 중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OCA에서 지난해에 총회를 통과시킨 ‘개최국의 정식종목 채택권’ 조항에 의해 당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는데 간리안팡 회장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구의 유일한 프로로 알려진 ‘월드 스누커’ 역시 간리안팡의 씽파이가 손을 대기 시작한 이후에 글로벌 스포츠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월드스누커 제이슨 퍼거슨 회장도 인터뷰에서 “서방국가에 제한적으로 보급되었던 스누커가 씽파이와 함께한 이후 활로를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스누커의 세계화를 이룬 가장 큰 파트너는 씽파이와 간리안팡 회장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스테판 헨드리, 마크 윌리엄스, 딩준후이, 존 히긴스, 주드 트럼프 등의 씽파이 소속 선수들이 스누커 세계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모든 스누커 선수들이 씽파이와 계약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간리안팡 회장이 ‘차이니즈 8볼’의 세계화를 위해 나섰다는 이야기가 들렸을 때, 대뜸 생각 난 것이 바로 올림픽이었다. 개최국 재량권에 간리안팡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라면 이 대회의 목적이 스누커와 함께 차이니즈 8볼의 올림픽 입성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일 때도 참가국 수가 적은 캐롬 3쿠션의 존폐를 놓고 설왕설래 말이 많았다. 당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경우 참가국 수는 늘어나지만, 그것이 만약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면 자신들이 출전 선수조차 내보내지 않는 캐롬 3쿠션을 올림픽에 넣을 이유는 없다.

캐롬 3쿠션, 잉글리시빌리어드 등의 중국의 범위 밖의 종목은 제외하고, 이 ‘차이니즈 8볼’을 신생 종목으로 선정하여 금메달 2개를 배정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CBSA, 씽파이의 간리안팡 회장이 ‘차이니즈 8볼’에 대한 본격적인 보급과 투자를 시작한 것을 이해하고 이 대회를 들여다보면 왜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1회 세계차이니즈8볼선수권대회 여자부에 출전한 '독거미' 자넷 리

선수와 경기력 중심의 대회

이번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가 중국에 도착하면,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호텔까지 가서 또 거기서 경기장으로 움직이는 동선에 주최 측에서 선수에게 배정된 자원봉사자가 함께하며 선수의 상황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통역이 항상 선수들을 중심으로 움직여서 언어 소통에서 오는 불편함도 없다 보니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주최 측에서는 이 중요한 부분에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대회 운영자금을 엉뚱한 곳에 쓰지 않고 대회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꼭 써야 할 곳에 써서 그에 따른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다. 주최 측이 ‘선수와 최상의 경기력’이라는 두 가지 방향을 잃지 않아야 더욱 성공적인 대회를 기대할 수 있다. 

선수들이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대회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차이니즈 8볼 세계선수권대회는 첫 대회라는 의미도 있지만, 대회의 목적과 스폰서의 방향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모든 초점이 선수와 경기력에 맞춰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보통 대회에서 지면 다음 날 호텔에서 나와야 하는데 이번 ‘차이니즈 8볼 세계선수권대회’는 모든 선수가 마지막 날까지 방을 쓸 수 있도록 호텔이 예약되어 있었다.

따라서 탈락한 선수가 곧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 돌아가지 않고 남은 본선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마지막 결승전까지 대회장은 선수들로 가득했다.

이런 방식으로 스폰서와 선수, 주최자 모두 만족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이러한 사실이 퍼져나감으로 인해 ‘차이니즈 8볼’에 도전하기 위한 선수들이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니즈 8볼’의 성장과 캐롬의 위기

신흥 차이니즈 8볼 시장의 시너지 효과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최대 수혜를 가져다줄 것으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총상금 5억원과 대회 개최 비용 최대 10억원을 투자했다 하더라도 세계 당구 시장에 팔려나가는 ‘차이니즈 8볼 테이블’과 마니아층 형성으로 인한 시장 성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답이 나온다.

다분히 산업적인 측면에 국한돼서도 ‘이것은 되는 사업이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앞에서 말했던 스포츠적 목적 달성의 측면을 봐도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그럼 UMB에서 주최하는 대표적인 캐롬 이벤트인 ‘3쿠션 월드컵’과 이제 막 시작하는 ‘차이니즈 8볼’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씽파이와 간리안팡 같은 확실한 조력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UMB의 폐쇄적인 운영에서 오는 폐단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런 UMB와 같은 상황이라면 월드컵 개최를 위해 모인 지원금을 ‘차이니즈 8볼’처럼 선수와 경기력에 모두 투자하기 어렵게 된다. 상황이 이러면 당연히 스폰서도 잡기 어렵다. 먼저 UMB가 변하고 그들의 최대 이벤트인 월드컵이 변해야 그나마 씽파이와 간리안팡의 차이니즈 8볼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UMB가 선회하지 못하면 세계 최대 캐롬 강국인 한국은 선수 양성, 스포츠 3쿠션의 보급에 여전히 애를 먹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아직은 고 김경률 선수와 여러 당구인의 노력으로 우리에게 열렸던 세계 3쿠션 당구계가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을 때 그에 대한 보상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는 시스템, 명망 있는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이어진다면 ‘차이니즈 8볼’과 같은 신생 종목에 밀려 캐롬은 점점 더 쇠퇴하게 될 것이다.  

이번 ‘차이니즈 8볼 세계선수권대회’는 우리 현실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대회다. 기본적이고 매우 당연한 부분의 검토가 필요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중국이 ‘차이니즈 8볼’을 아예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면 한국의 캐롬은 더욱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한국 당구 아니 엄밀히 말해 한국 스포츠 당구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나친 3쿠션 중심화에 대한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대한당구연맹은 ‘차이니즈 8볼’이나 스누커, 포켓볼을 양성하든가, 아니면 캐롬 3쿠션을 그들보다 더 크고 화려한 종목으로 키워내든가.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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