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형범이 2015 포르토 3C 월드컵에서 준우승에 오르며 톱 랭커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황형범(부산시당구연맹)이 월드컵 준우승을 이뤄냈다. 비록 노련한 제왕 블롬달에게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험난한 토너먼트에서 어린 사자 황형범은 끝까지 빛이 났다.
황형범은 고 김경률, 최성원 등과 같은 세계 챔피언이 인정한 한국 최고의 유망주. 그가 마침내 세계 챔피언을 향한 첫걸음을 떼었다.

지난 4월 룩소르 3C 월드컵에 이어 드디어 올해의 두 번째 3C 월드컵이 7월에서야 포르투갈의 포르토에서 열렸다.
세계 랭킹 1위의 블롬달을 앞세워 지난 룩소르 3C 월드컵의 주인공 딕 야스퍼스와 에디 멕스, 프레데릭 쿠드롱, 마르코 자네티, 다니엘 산체스, 롤란드 포툼, 타이푼 타스데미르 같은 세계 톱 랭커들이 시드로 대회에 출전했으며, 한국은 최성원, 조재호, 강동궁, 조치연이 시드와 와일드카드로, 그리고 김형곤, 김재근, 황형범, 서현민, 이충복, 허정한, 안지훈, 조명우, 이홍승 등이 대회에 출전했다.
예선전
예선전 PPQ라운드에서 애버리지 1.428로 조 1위를 차지한 조명우는 아쉽게도 PQ라운드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Q라운드 후 이충복(3위), 김재근(7위), 황형범(10위), 허정한(11위)이 32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시드를 받지 못한 제러미 뷰리와 에디 레펜즈, 루벤 레가즈피, 트란치탄, 아드난 윅셀 등이 32강에 올라 시드자들과의 본격적인 대결을 준비했다.

32강전
가장 먼저 16강에 오른 선수는 토브욘 블롬달이었다. 시드에서 밀려난 제레미 뷰리가 Q라운드를 거쳐 본선에 올랐지만, 첫 상대로 만난 블롬달에게 29:40으로 패했다.
반면에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진출한 포르투갈의 라이 마뉴엘 코스타는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을 확실히 챙기고 10점의 하이런까지 기록하며 강동궁을 40:35로 꺾고 16강에 안착했다.
허정한은 프레데릭 쿠드롱을 40:27로 꺾었으며, 이충복은 후안 페드로 페레이라를 40:21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베트남의 응웬꾸옥응웬에게 마지막에 꼬리를 잡힌 딕 야스퍼스는 40:40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고, 승부치기로 겨우 2점만 따낸 상태에서 응웬꾸옥응웬이 초구에 실패하는 바람에 운좋게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32강전 베스트 플레이어는 바로 다니엘 산체스였다. 터키의 아드난 윅셀을 12이닝 만에 40:15의 스코어로 꺾은 다니엘 산체스는 애버리지 3.333을 기록했다.
그 건너편 테이블에서는 김재근과 에디 멕스가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김재근은 4:20으로 8이닝까지 지고 있다가 차근차근 점수를 모았고, 하이런 8점을 성공하며 게임을 뒤집었다. 놀란 에디 멕스가 마음을 진정할 새도 없이 나머지 4점을 성공한 김재근은 마침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톱 랭커 시드자 조재호와 ACBC 와일드카드를 받은 조치연이 32강에서 맞붙었다. 경기는 초구에 5점을 득점한 조재호가 리드해 나갔고, 조치연은 경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연이어 실수를 범했다. 경기는 40:25로 조재호의 승리로 끝났다.
예선 마지막 라운드 10위로 32강에 오른 황형범은 타이푼 타스데미르와 불꽃 튀는 접전을 벌였다. 쫓고 쫓기던 승부는 40:40으로 끝나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승부치기에서 2점을 득점한 타스데미르는 눈물을 삼키며 4점을 득점한 황형범에게 16강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반면 우승 후보였던 최성원은 베트남의 두옹안부에게 22:40으로 뜻밖의 패배를 당해 16강 진출이 좌절되었다.

16강전
16강전에서 이충복과 만난 허정한은 누구보다 이충복의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3이닝 만에 하이런 14점을 성공시킨 후 7이닝에 다시 11점을 성공, 37:14로 이충복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한참을 앞서 나갔다. 이어서 8이닝에 마지막 3점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또 다른 16강 경기에서는 황형범과 조재호가 맞붙었다.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이어가던 두 선수 중 황형범이 먼저 40점에 도달했다. 후구에 나선 조재호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남은 6점 중 2점만 성공시킨 조재호는 아깝게 황형범에게 8강 진출권을 내줘야 했다.
한국의 마지막 16강 진출자 김재근은 루벤 레가즈피에 맞서 39이닝까지 접전을 벌였으나, 마지막 3점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37:40으로 패하고 말았다.


8강전, 준결승전
8강전 결과, 4강에는 4대 천왕이라 불리는 블롬달과 산체스, 야스퍼스가 세 자리를 꿰차고 올라 자신들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황형범이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신중한 황형범이 경기를 리드해 나가다가 32이닝에 두옹안부에게 33:37로 역전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황형범은 33이닝에 남은 7점을 모조리 획득하며 40:37로 마침내 준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오랜만에 블롬달과 야스퍼스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이 당구팬들에게는 즐거움이었지만, 결승으로 가느냐, 고지를 바로 앞에 두고 실패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두 선수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시합이었다.
초구를 잡은 블롬달은 2이닝에 7점, 3이닝에 8점을 득점하며 4이닝 만에 20:1로 크게 앞서 나갔다. 연거푸 실수를 범한 야스퍼스는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지만, 이미 상승세에 오른 블롬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스퍼스는 4월 룩소르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 번 챔피언에 도전했으나, 경기는 40:25 블롬달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종전 월드컵 최고 성적이 공동3위였던 황형범은 그 누구보다 결승 진출이 절실했다.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또 같은 자리에 머무를 것인가를 결정짓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더군다나 산체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황형범이 초구에 6점을 득점하며 8이닝에 20:10으로 훌쩍 앞서 나갔지만, 산체스는 난구들을 풀어내며 13이닝째에 8점을 득점, 21:23으로 경기를 뒤집어 버렸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황형범의 손을 들어주었다. 16이닝에서 키스로 맞은 행운의 공은 13점의 하이런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40:33으로 황형범을 결승전까지 안내했다.

결승전
왕좌에 오르려면 제왕을 꺾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법. 하지만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 무대에 선 황형범은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황형범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블롬달도 헤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브레이크 타임 이후 경험이 많은 블롬달은 확실히 황형범을 공략할 방법을 파악한 듯했다. 12:23으로 앞서가던 블롬달은 12:28, 13:33으로 점수 차를 점점 벌렸고, 결국 18이닝에 7점을 모두 몰아치며 13:40으로 2015 포르토 3쿠션 월드컵 챔피언에 올랐다.
비록 준우승에 그치긴 했지만, 황형범으로서도 놀라운 발전이었다. 기량만으로 보면 세계 톱 랭커들과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지만, 아쉽게도 경험과 노련함에서 그들을 모두 뛰어넘지는 못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월드컵 준우승, 우승의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 황형범의 준우승은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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