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가 <월간 스포츠당구> 부정・비리 의혹과 관련하여 사무처장을 파면한 이후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보노라면 참으로 우려되는 마음을 금치 못한다.
지난 10월 16일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심의한 이사회가 사무처장을 파면 처분을 했는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엉뚱하게 박종화 회장에게 돌린 이사들과 일부 대의원들이 박 회장에 대한 불신임을 염두에 둔 집단 행동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그 진행 과정을 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박 회장이 회장 취임시 사무처에 제출하여 보관 중인 개인 신상정보가 유출되어 대의원들에게 일제히 회람됨으로써 박 회장의 제출 서류에 대한 진위 여부를 두고 이사들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박 회장에게 새로이 신상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제출을 요구한 서류를 보면 주민등록초본, 가족관계확인서, 혼인관계증명서, 고등학교졸업증명서, 출입국기록확인서, 범죄사실확인서 등으로 이 중 한두 가지 외에는 회장 취임과는 관련이 없는 개인 신상정보들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단체의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발표, 지난 2월 회장 추천을 받고 제출한 서류로 국민생활체육회의 회장 취임 승인을 받았고, 더욱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사무처에 보관 중인 서류를 누군가가 절취하여 개인정보를 공공연히 누설하였으므로 새로이 신상정보를 제공할 수 없고, 필요하다면 위임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열람하라고 공지하였다.
그러자 박 회장의 이 성명서에는 여러 개의 댓글이 달려 올라왔는데, 이번 사태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자에 대한 성토를 하는 정의감보다는 오히려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느낌이 드는 내용들이 더 많다. 더욱이 이러한 기류는 전국당구연합회 대의원들이 금시라도 대의원총회를 소집하여 박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이를 통과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낳게 한다.
박종화 회장은 기업가로서 그가 평소에 당구를 좋아해 당구인들을 여러 사람 알고 그런 인연으로 대한당구원로회 이흥식 회장의 추천으로 임영렬, 김용태 회장에 이어 지난 2월 전국당구연합회의 제6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그가 회장으로 취임하여 보니 조직체계가 비정상임을 알게 되었고, 거기에다 2014년 종합감사를 받은 결과 인사 및 복무관리 부적정, 지출절차 및 물품구매 부적정, 보수규정 불합리, 회계업무 부적정, 심판수당 지급기준 미흡 등으로 ‘기관주의’ 외에 해당 직원에 대해 ‘주의’, ‘개선’, ‘징계’의 처분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김용태 회장이 국회의원 겸직금지를 이유로 회장을 사퇴한 후 작년 8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사무처장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견책’이라는 미온적인 처벌을 보고함으로써 국민생활체육회로부터 1차 부진단체로 지정되고 클럽리그, 가족당구대회, 협회장배 등의 사업비가 삭감되어 국민생활체육회에서 퇴출되는 2차 관리단체 지정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떠맡은 박 회장은 단체의 조직을 쇄신하고 부조리를 척결함으로써 단체를 정상화시키려고 하였다. 박 회장은 3천만원의 후원금까지 헌납하면서 어려운 단체의 재정을 뒷받침하기도 하였다.
그런 중에 지난 8월에 단체의 회보로 발행되던 <월간 스포츠당구>가 13년여 동안 단체의 회계상 수입・지출에서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고, <월간 스포츠당구>가 사무처장에 의해 임의로 자진폐간됨으로써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을 통해 사무처장이 파면되기에 이르렀으며, 이 사건은 국민생활체육회의 감사와 사법당국에 고발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문제는 전국당구연합회 창립 이후 15년의 역사 중 일찍이 없었던 조직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대형사고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내년까지는 체육단체의 통합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회장으로 취임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큰 풍랑을 만난 박종화 회장으로서는 그의 명예를 걸고 조직을 정화하고 혁신함으로써 상부 기관으로부터 받은 단체의 불이익을 회복하려고 이 사건에 대처해 왔다.
그러나 박 회장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특정인을 옹호함으로써 기득권을 지키려는 일종의 집단 이기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큰 장벽을 만나 진퇴양란에 빠진 셈이다.
필자는 이번에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고, 2010년에 대한당구연맹 제6대 이유병 회장이 자진사퇴한 사건을 떠올리게 되었다. 경기도의회 의원 신분으로 회장으로 추대되었을 때는 당구인들 중 많은 사람들은 그보다 더 능력 있는 인물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 회장은 재임기간 중 연맹의 재정을 튼튼히 하고 지금까지도 구리 월드컵으로 계승되고 있는 수원 월드컵을 유치, 개최한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가 도의원 재진출에 실패하자 연맹 대의원・집행부 연석간담회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 자진사퇴를 결심하게 함으로써 끝내 강제 사퇴하게 되었다. 비당구인을 단체의 회장으로 모셔놓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대우를 해서 돌아서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만약 그러한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비당구인 어느 누구가 당구 단체를 맡아서 일해 보겠다고 하겠는가?
박종화 회장의 이번 사례가 앞의 경우와는 똑같지 않지만, 비당구인을 회장으로 추대해 놓고 단체를 위해 의욕적으로 일해 보겠다는 그를 공개적으로 성토함으로써 불신임으로까지 끌고 가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를 불신임할 뚜렷한 명분도 없이 단지 특정 세력을 옹호하기 위해 집단 이기주의로 비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일부 당구인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에 다름이 아니다.
아무쪼록 박종화 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한 초심을 살려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의 조직 안정과 단체의 명예회복을 위해 힘쓰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