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본선 진출 최대 고비로 예상했던 이집트 넘어 본선행... 일본은 네덜란드에 져 탈락

한국의 본선 8강을 결정짓는 마지막 동점 샷에 성공한 최성원 <사진 = Dirk Acx/빌리어즈>

천당과 지옥을 여러 번 넘나든 한국이 ‘2017 세계3쿠션팀선수권대회’ 본선 8강 문턱을 힘겹게 넘었다. 

‘승부사’ 최성원은 운명이 달린 마지막 동점 샷을 성공하며 본선 8강 진출을 견인했다.

이집트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40:40으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첫 경기 애버리지(1.600)에서 이집트(1.250)에 앞서 본선행에 성공했다. 

지난 11일 오전 1시(한국시간)에 시작된 한국 대 이집트의 예선 두 번째 경기는 당구의 진수를 보여준 빅매치였다. 

‘승부사’ 최성원(부산시체육회)은 29번째 이닝에서 39:40으로 뒤진 가운데 후구 마지막 1점을 남기고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아지피 빌리어드 마스터스나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마다 드라마틱한 대역전승을 거둬 ‘승부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본선행 티켓이 그의 마지막 샷 하나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도 부담감이 매우 커 보였다. 

미세하게 떨리는 최성원의 팔이 자칫 득점 실패로 이어지게 되면 한국의 8강 진출은 그대로 좌절되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최성원답게 덤덤해 보였지만, 경기를 마친 최성원은 “내가 이 샷에서 실수해서 예선 탈락하면 한국 가서 어쩌나라는 생각에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성원은 위기의 순간, 승부에 강한 해결사였다. 수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제2적구에 맞아 40:40 극적인 무승부를 거뒀고, 짜릿한 8강행 본선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다. 

세계 랭킹 10위에 올라 있는 이집트의 사메 시덤 <사진 = 빌리어즈>

이번 경기에서 이집트는 초반부터 한국을 끈질기게 추격했다. 이집트는 경기 중반에 23:24로 뒤집더니 25이닝에서 다시 35:37로 앞서면서 승리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29이닝까지 38:39으로 한 점 앞선 이집트는 마지막 한 점도 깔끔하게 마무리하여 먼저 40점 고지에 올라서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상승세에 있는 이집트는 아무리 한국이 3쿠션 강자라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경기 전 이번 대회 첫 고비를 이집트와 벌이는 예선 경기로 예상했다.

이집트 국내 랭킹 부동의 1위인 사메 시덤은 2015년부터 UMB(세계캐롬당구연맹) 세계 랭킹 ’톱 12’에 올라 계속해서 10위권 이내에서 맴돌고 있다. 그만큼 꾸준한 성적을 올리는 강타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리아드 나디 역시 세계 랭킹 27위에 올라 있어서 랭킹만 놓고 보면 이집트가 10위, 27위로 오히려 최성원(18위), 김재근(39위)보다 앞서 있었다.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이집트 리아드 나디 <사진 = 빌리어즈>

3쿠션 세계 챔피언, 아지피 챔피언, 올해의 선수상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한국 선수들보다 큰 경기 경험이 적지만, 이집트 선수들이 경기가 거듭될수록 점점 기량이 가다듬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집트전의 고비는 선수들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벨기에, 네덜란드, 터키, 스페인 등의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승 후보 한국을 상대로 이만한 경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집트 경계’가 기우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경기를 마친 후 한국 선수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무승부는 예상 밖의 결과다.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이집트 선수들의 기량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팀선수권 최다 우승국(9회)인 스웨덴(토브욘 블롬달・미카엘 닐손)은 스페인(하비에르 팔라존・루벤 레가즈피)을 상대로 17이닝 만에 40:19(애버리지 2.352)로 승리해 본선에 진출했다.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애버리지 2.352를 기록한 스웨덴 <사진 = Dirk Acx/빌리어즈>

프레데릭 쿠드롱과 롤랜드 포르욤이 출전한 벨기에도 룩셈부르크를 40:18(30이닝, H.R. 6점)로 꺾고 본선에 진출했고, 터키(칸 카펙, 타스데미르 타이푼), 프랑스(제롬 바베용・세드릭 멜린첸코), 독일A(로니 린더만・마틴 혼), 네덜란드A(딕 야스퍼스・장 판에르프), 네덜란드B(레이몽 버그만・배리 반 비어스) 등도 본선 8강에 진출했다. 

'디펜딩 챔피언' 네덜란드A는 콜롬비아를 15이닝 만에 40:23으로 꺾어 예선전 최고 애버리지인 2.666을 기록했다.

예선전에서 39이닝/80점으로 2승을 거둔 네덜란드A는 유일하게 애버리지 2점 대(2.051)를 넘겼다.

첫 경기에서 오스트리아를 꺾고 오래간만에 본선 진출을 노렸던 일본(고바야시 히데아키, 사카이 노부야스)은 네덜란드B에 31:40으로 패해 탈락했다. 

8강전은 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와 오전 4시에 시작된다. 

 

예선전 최종 결과 <사진 = Dirk Acx/빌리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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