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당구연맹 배동천 회장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강원도당구연맹은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산하 17개 시도연맹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양구군, 춘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끌어내며 굵직한 전국대회를 지속해서 개최하면서 어느덧 당구연맹의 전국대회 개최 사업을 도맡아 하다시피 하고 있다. 

강원도는 과거에는 지역적인 인프라가 부족했던 탓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비해 많은 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수년 전부터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한국 당구의 지형을 아예 바꿔 버렸다.

이러한 변화는 코미디언 배삼룡 씨의 조카로 알려진 배동천 회장이 강원도당구연맹의 수장을 맡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올해 칠순을 넘긴 배 회장은 평생 활기 넘치는 인생을 살아왔다. ‘배동천 스타일’대로 화끈하게 강원도가 변화하면서 불과 몇 년 만에 강원도는 한국 당구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배 회장의 성격 탓에 정작 크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배 회장에 의해 시작된 ‘강원도의 힘’이 한국 당구를 어떻게 바꿔 놓은 것인지 직접 배 회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강촌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강원도당구연맹 배동천 회장 <사진 = 빌리어즈>

- 최근 몇 년 동안 강원도가 달라지면서 한국 당구에 큰 힘이 생겼다. 강원도 당구의 변화가 생기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강원도는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순수하고 정열적인, 한국인의 가장 사랑받는 지역이다. 나는 강원도가 고향이어서 소중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강원도는 한국 사람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소중한 곳이다. 

당구는 강원도와 비슷하다. 국민 모두가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에서 당구는 강원도와 비슷한 점이 있다. 강원도 당구는 이러한 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것이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스포츠 당구와 전 국민이 추억하는 강원도, 서민들의 삶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와 닿는다.

당구는 130여 년 동안 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스포츠였다. 긴 세월 동안 당구장 안을 영화처럼 촬영한 필름을 돌려보면 서민들의 삶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게 될 것이다. 

강원도 역시 마찬가지다. 고유의 아름다운 자연은 서민들의 쉼터가 되었고 젊은이의 양지가 되어 한국의 역사 속에서 그대로 숨 쉬고 있다. 강원도와 당구는 이런 비슷한 점이 있다. 강원도의 당구가 힘을 갖는 원천이다.

- 회장님 취임 이후 강원도당구연맹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는데, 과연 ‘강원도 당구’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과거부터 당구에 대한 강원도의 관심은 적지 않았다. 당구와 강원도가 만나는 접점에서 양쪽 모두 많은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일회성에 그치는 당구대회 개최에 만족하면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양구군에서 열리는 ‘국토정중앙배’보다 더 큰 타이틀로 당구와 강원도를 끈끈하게 연결하고 싶었다. 

3~4개월에 한 번씩 대회가 열리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와 춘천 대회 등이 열리면서 이전보다 더 활발해졌고, 강원도체육회에서도 당구를 관심 있게 보면서 강원도당구연맹 소속 선수들이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 강원도 당구는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강원도에 보내준 전 국민의 사랑을 이번에는 당구를 매개로 환원하는 것이다. 

전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강원도와 전 국민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의 만남으로 단지 당구 발전이나 지역 사회의 발전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미 강원도당구연맹이 지자체와 함께 추진한 여러 사업들이 당구선수들에게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강원도 당구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움직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배동천 회장이 운영하는 '석촌수석갤러리' 입구. 간판은 배동천 회장의 친필 휘호. <사진 = 빌리어즈>

- 어떻게 강원도당구연맹 회장을 맡게 되었나.

고향에 내려와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몇 년 전에 후배들이 찾아와서 강원도당구연맹 회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고향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고, 또 내가 좋아하는 당구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회장직을 수락했다. 

- 강원도당구연맹 회장을 맡기 전에도 당구를 좋아했나.

그렇다. 내 연배에서 당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도 구력이 꽤 오래됐다. 서울에서 생활할 때도 시간이 날 때면 주로 당구를 쳤다. 

당시에 4구 애버리지 700점대 수준까지 쳤고 요즘도 자주 큐를 잡는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대대 3쿠션이 붐을 이룬 뒤로 넓어진 당구대에서 더 작아진 당구공을 놓고 개인 큐로 당구를 친다는 것이다. 

한국 당구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당구용품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당구의 제반 요소들이 발전하여 선수뿐만 아니라 마니아들의 수준도 꽤 높아져서 당구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다. 

- 당구는 어떤 스포츠라고 생각하나.

당구는 참 매력적인 스포츠다. 일반적으로 스포츠라고 하면 달리고 부딪치고 땀을 흘리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구는 이런 스포츠의 일반적인 정의를 바꿔 버린 종목이다. 

점잖은 슈트를 입고 땀을 흘릴 정도로 활동적이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승부는 어떤 종목보다도 더 치열하다. 진짜 남자의 스포츠는 당구라고 생각한다. 

- 당구의 스포츠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구가 대중화된 것이 19세기의 일이고 한국 당구 역사가 130년이나 되었지만, 국내에서 당구의 스포츠화 기간은 다른 종목에 비해 길지 않다. 

100m 달리기로 치면 이제 막 출발선상에서 스타트를 끊었다고 볼 수 있다. 당구는 출발선까지 오는 것이 어려웠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 종목이 되면서 일단 스타트는 꽤 순조로웠다. 

지금 당구는 스타트 후 30m 구간을 달리고 있다. 이 구간에서 어떤 주법으로 어떻게 호흡하며 달릴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이 초반에 페이스를 놓치면 중반, 후반에 이를 만회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과가 좋으려면 지금 30미터 구간에서 제대로 달려야 한다. 

강원도 당구는 지금 30m를 어떻게 달릴 것인지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당구가 30m 구간을 역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각 시도연맹은 지자체와 연결하여 대회를 유치하고 소속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당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실업팀을 만들어야 한다. 

강원도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성공적으로 해왔다. 양구, 춘천 등 강원도에서 열리는 대회는 매년 계속되고 있다. 강원도 소속 선수들도 여러 지원을 받으며 연습을 하고 있다. 

다른 16개 시도연맹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해야 하고, 대한당구연맹 집행부는 공적 재원을 각 시도연맹에 정당하게 분배하여 지역별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30m를 역주하는 단계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밸런스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단계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당구가 다음 단계에서 얼마나 더 역주할 수 있느냐 하는것인데 그것은 이러한 밸런스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달리기를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100%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을 50%만 낼 수도 있고 어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데미지를 받으면 그것을 커버할 대안이 부족하여 넘어질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을 가정할 때 지금 단계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끝까지 완주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

- 당구는 역주하고 있는데, 당구연맹은 비리단체로 표류하고 있다. 대의원으로서 이번 비리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발전이 있으면 그로 인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제도와 의식은 시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반면에, 기득권의 변화 속도는 이러한 요구에 반비례하여 최대한 늦게 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종목 단체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당구연맹의 부조리는 순차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낙관한다. 다만 당구연맹이 이미 오랜 기간 비리단체로 지정되어 있고 이것이 오래 가면 좋지 않다.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배 회장은 강원도당구연맹 회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한 공적을 인정받아 표창을 받기도 했다. <사진 = 빌리어즈>

- 다른 체육단체에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당구 종목 이전에 어떤 활동을 했었나.

90년대에 권투협회에서 강원도 회장을 맡았던 적이 있다. 수석을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오래전부터 수석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 작업실에 당구계 선후배들은 물론, 많은 협회 관계자들이 방문한다. 

이 작업실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는, 어떤 결정을 할 때 관계자들의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을 듣고 함께 논의하여 내가 가진 생각을 이해시키고, 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수렴하여 검토하면서 더 나은 방안과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 회장님은 이 작업실에서 주로 무엇을 하는가.

나는 평소 스케줄이 없으면 거의 이곳에 있다. 찾아오는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단체들의 현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원래 이 작업실은 나무를 깎아서 수석 받침대와 장식품 등을 만드는 작업실이다. 내가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이 작업실에서 나무를 깎아서 직접 작품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수석갤러리에 전시하거나 작업실에 오는 후배들에게 주로 선물하기도 한다. 

- 이것을 직접 만든 것인가. 손재주가 무척 좋다. 글을 잘 쓴다는 소문도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난 원래 기자 출신이다. 어려서 운동을 좋아해서 진로를 운동 쪽으로 정했다가 20대에 해병대를 전역하고서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는 기자에 매력을 느껴서 기자 생활을 했었다. 

이후에 삼촌(코미디언 고 배삼룡 씨)을 보필하기 위해 다시 운동을 하긴 했지만, 글 쓰는 일은 쉬지 않고 해왔다. 시인으로 등단하여 ‘소양강 나그네’라는 노래의 작사를 하기도 했다. 

- 지금까지 쓴 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

내 작품 중에 ‘찾아 가리라’라는 시는 내가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쓴 시다. 효도를 하지 못한 것은 자식으로서 평생 가슴 아픈 일인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간절함을 담아서 부모님이 내게 주신 사랑을 기억하기 위한 마음을 남긴 것이다. 이 시를 어머니 빈소 묘비에 적어 세워두었다. 

- 마지막으로 한국 당구의 미래를 위해 조언과 강원도당구연맹 회장으로서 각오 한마디 해달라.

당구연맹이 태동하고 지난 20년 동안 당구선수들과 당구인들은 열심히 달렸다. 그 결과로 당구는 전 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로 더욱 발전했다. 

당구가 스포츠로 더 큰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올해 말에 당구클럽이 전면 금연화되면 당구 문화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앞으로 당구가 어떤 위치에 서느냐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당구가 스스로 변화하여 밸런스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고, <빌리어즈>나 <빌리어즈TV> 등과 같은 당구 전문 언론을 통해 더욱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당구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당구가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강원도당구연맹은 앞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전 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 당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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