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부르사 3쿠션 월드컵

‘2016 부르사 3쿠션 월드컵’의 리벤지 매치가 ‘2017 부르사 3쿠션 월드컵’의 결승전에서 똑같이 실현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쿠드롱이 완벽하게 딕 야스퍼스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2월 6일부터 12일까지 터키 부르사에서 열린 ‘2017 부르사 3쿠션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7년의 3쿠션 여정이 시작되었다.
2017년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터키를 시작으로 포르투갈, 프랑스, 이집트, 베트남, 한국 등에서 총 7번의 월드컵이 열릴 예정이다. 단, 올해부터 월드컵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먼저 세계 톱 랭커 12명에게 주던 시드가 14장으로 늘었다. 반면 5개의 와일드카드는 3개로 줄었고, 5,500유로(한화 약 665만원)의 우승상금이 8,000유로(한화 약 968만원)로 올랐다.
이로써 본선 32강 시드에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1위의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등 4대 천왕을 포함해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에디 멕스(벨기에),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그리스), 제러미 뷰리(프랑스), 사메 시덤(이집트), 롤랜드 포르욤(벨기에)과 터키의 무랏 나시 초클루, 타이푼 타스데미르가 포함되었으며, 한국에서는 김행직과 조재호가 시드로 본선에 올랐다.
또한, 후베르니 카타노(콜롬비아)와 세미 사이기너(터키), 카팍 칸(터키)이 와일드카드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최성원, 강동궁, 허정한, 이충복 등 시드에 포함되지 못한 한국의 톱랭커들도 예선전부터 출전해 우승 트로피를 향한 치열한 대결을 예고했다.

예선
8명의 한국 선수가 예선 첫 라운드인 PPPQ부터 출전한 가운데 김태관과 홍진표가 PQ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35명의 Q라운드 진출자 중 15명의 한국 선수가 포함된 가운데 절대적인 수적 우세를 보인 한국 선수가 시드 14자리와 와일드카드 3자리를 제외한 남은 본선 15자리 중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관심이 집중되었다.
먼저 B그룹의 허정한이 신정주와 터키의 하칸 인세카라를 꺾고 조1위로 본선에 안착했으며, F그룹의 최성원 역시 2승을 거두며 본선에 진출했다. 강동궁이 속한 G그룹에서는 장 폴 드 브루진(네덜란드)과 호세 후안 가르시아(콜롬비아), 강동궁이 각각 1승씩을 챙긴 가운데 애버리지 2.714의 강동궁이 조1위로 아슬아슬하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강동궁은 호세 후안 가르시아와의 대결에서 하이런 10점을 두 번이나 치며 35:25(7이닝)로 앞서 나가 일찌감치 승리를 점쳤으나 가르시아가 8이닝에 5점(35:30)을 친 후 10이닝에 남은 10점을 모두 몰아치며 36:40으로 경기를 끝내 3.6000의 애버리지에도 불구하고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H그룹에서는 조명우가 박광열과 마밍캄(베트남)을 꺾고 조1위로 본선에 올랐으며, 이충복, 김재근, 안지훈이 속한 I그룹에서는 안지훈이 김재근과 이충복을 모두 꺾고 2승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또한, K그룹의 조치연은 각각 1승씩을 거둔 강상구와 무랏 투줄(터키)을 아주 근소한 애버리지 차로 이기며 조1위를 사수해 본선에 올랐다.

예선 첫 라운드부터 출전해 공격적인 플레이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최종 예선 라운드까지 오른 정승일은 L그룹 3위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으며, 김형곤이 그를 대신해 L그룹 1위를 차지하며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비롤 야마즈(터키), 에디 레펜즈(벨기에), 뤼피 세넷(터키), 응웬꾸옥응웬(베트남), 코스탄티노스 코코리스(그리스) 등이 조1위로 본선에 진출했으며, 각 조 2위 중 상위 3명인 마밍캄, 호세 후안 가르시아, 이승진이 마지막으로 본선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본선 32강
시드를 포함해 총 10명의 한국 선수가 32강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최성원이 조명우를 40:25(24이닝)로 꺾고 16강에 올랐으며, 강동궁은 사메 시덤을 40:39(22이닝)로 1점 차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또한, 김형곤은 마르코 자네티를 40:37(24이닝)로, 안지훈은 타이푼 타스데미르를 40:31(31이닝)로, 조재호는 14이닝 만에 후베르니 카타노를 40:18로 꺾고 16강에 올랐고, 마지막으로 본선 32강 자리를 차지한 이승진은 무랏 나시 초클루를 40:30(20이닝)으로 꺾고 16강에 오르는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다니엘 산체스와 대결을 벌인 허정한은 37:39의 스코어에서 24이닝에 3점을 먼저 치며 40점 고지에 올랐으나 후구의 산체스가 남은 1점을 완성하며 40:40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결국 세 번의 승부치기 끝에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허정한은 초구에 실패하며 5:6으로 패해 16강 진출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가 조치연을 40:35(28이닝)로, 토브욘 블롬달이 에디 레펜스를 40:30(31이닝)으로, 프레데릭 쿠드롱이 비롤 야마즈를 40:38(23이닝)로, 에디 멕스가 세미 사이그너를 40:17(21이닝)로, 제러미 뷰리가 마밍캄을 40:18(22이닝)로, 응웬꾸옥응웬이 칸 카팍을 40:22(13이닝)로, 딕 야스퍼스가 코스탄티노스 코코리스를 40:14(14이닝)로 꺾고 각각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16강
터키 선수 중 홀로 16강 본선 자리를 지킨 뤼피 세넷을 딕 야스퍼스가 8이닝 만에 40:14로 제압하며 마지막 남은 터키의 불씨를 꺼버렸다. 야스퍼스는 15점, 9점, 7점 등 막강한 득점력을 과시하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프레데릭 쿠드롱은 같은 나라의 롤랜드 포르욤을 16이닝 만에 40:22로 꺾었으며, 강동궁 역시 김형곤을 40:29(31이닝)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한편, 조재호는 다니엘 산체스를 상대로 40:19(16이닝)의 완벽한 승리를 챙겼으며, 이승진은 16강의 유일한 베트남 선수인 응웬꾸옥응웬을 17이닝에 40:13으로 주저앉혔다.
최성원은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가 먼저 40:35로 경기를 마무리하자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은 5점을 모두 득점해 40:40으로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폴리크로노폴로스가 초구만 성공한채 1점을 내고 기회를 최성원에게 넘겼다.
하지만 최성원은 이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초구에 실패하며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폴리크로노폴로스에게 선물했다.
토브욘 블롬달은 안지훈을 14이닝에 40:25로 이겼으며, 제러미 뷰리는 강적 에디 멕스를 40:32(18이닝)로 꺾고 8강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

8강
8강전의 4경기 중 3경기에 강동궁, 조재호, 이승진 3명의 한국 선수가 진출해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강동궁이 블롬달을 무릎꿇림으로써 한국 톱 랭커의 위엄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내내 침착한 득점을 보인 강동궁은 22이닝에 40점(40:25)을 마무리했다. 후구의 블롬달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12점을 몰아쳐 40:37까지 따라붙었지만, 남은 3점을 마무리하지 못한 블롬달은 결국 4강 자리를 강동궁에게 내주고 말았다.
아쉽지만, 남은 4강전 2개의 자리는 한국의 것이 아니었다.
조재호와 맞붙은 제러미 뷰리는 단 3이닝 만에 20점을 치며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고, 이후 9이닝째에 마지막 득점을 완성해 40:7(애버리지 4.444)로 단숨에 준결승행을 결정지었다.
이승진은 월드컵 8강이라는 부담과 그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1위의 4대 천왕 딕 야스퍼스라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경기에 들어갔다.
우려했던 대로 부담감에 위축된 그는 좀처럼 자신의 기량을 꺼내지 못했다. 그 사이 야스퍼스는 차근차근 자신의 점수를 쌓아갔고 결국 40:25(24이닝)로 이승진을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와 대결을 벌인 프레데릭 쿠드롱은 40:35(29이닝)로 준결승에 올라 강동궁과의 대결을 예고했다.

준결승
벨기에, 한국, 프랑스, 네덜란드 4개의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자국의 명예를 걸고 결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앞에 섰다. 첫 준결승전 경기는 벨기에의 프레데릭 쿠드롱과 한국의 강동궁의 대결이었다.
먼저 하이런 10점을 치며 달려나가기 시작한 선수는 강동궁이었다. 하지만 쿠드롱도 이내 하이런 8점을 기록하며 꾸준히 점수를 모아갔다. 결국 경기 중반부 34:22로 쿠드롱이 경기를 리드해 가기 시작했고, 20이닝 만에 40:26으로 쿠드롱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딕 야스퍼스와 제러미 뷰리, 신중하기로 소문난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의외로 13이닝 만에 끝나고 말았다.
8강전을 조재호를 상대로 9이닝 만에 끝낸 뷰리를 의식한 듯 야스퍼스는 폭풍처럼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결국 뷰리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13이닝에 40:21로 시합을 마무리 지었다.
평소 딕 야스퍼스를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았던 제러미 뷰리는 이번 대결에서 딕 야스퍼스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경기 후 그의 SNS를 통해 야스퍼스의 완벽한 플레이와 그의 모든 샷에 찬사를 보냈다.

결승
이렇게 공동 3위가 강동궁과 제러미 뷰리로 결정 난 가운데 마지막 결승전 대결이 펼쳐졌다. 이는 지난 ‘2016 부르사 3쿠션 월드컵’의 리벤지 매치이기도 했다.
작년 대회에서는 딕 야스퍼스가 10점의 하이런을 치며 19이닝 만에 40:34로 프레데릭 쿠드롱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반면 쿠드롱은 좋은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패해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그리고 드디어 1년 만에 그때와 똑같이 두 선수가 결승전에서 또다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라이벌로 마주 섰다.
먼저 경기의 흐름을 잡은 쪽은 쿠드롱이었다. 초구에 12점을 날린 쿠드롱은 4이닝에도 10점을 치며 29:7(4이닝)로 경기를 장악해 나갔다.
야스퍼스가 5, 6이닝에 쿠드롱의 큐를 잡아두고 서둘러 7점을 더 올리며 추격에 나섰으나 7이닝 타석에 들어선 쿠드롱은 또다시 시원하게 11점을 몰아치며 단숨에 경기를 끝냈다.
쿠드롱의 완벽한 승리였다. 7이닝 만에 40:14로, 무려 5.714의 애버리지를 기록한 쿠드롱은 2016년 7월의 포르토 월드컵 우승 뒤 이어진 부진을 깨끗이 씻어내며 화려하게 2017년을 열었다.
이번 대회 우승 포인트 80점을 손에 넣은 쿠드롱은 야스퍼스의 뒤를 이어 세계 랭킹 2위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비록 준우승이지만 54점의 랭킹 포인트를 얻은 야스퍼스 역시 계속해서 랭킹 1위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