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탁 기자] 2017년에는 한국 당구 역사 130년 만에 큰 변화가 생긴다. 한국 당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클럽화 된 당구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클럽의 변화는 곧 당구문화의 변화를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2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당구장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이러한 당구문화의 바탕을 제공하는 당구장의 환경 변화가 피할 수 없게 되면서 한국 당구는 격변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당구장의 금연화를 통해 기존의 성인과 남성 중심의 당구문화는 가족과 비흡연자 중심으로 변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여성과 학생들까지 사용자층을 넓힐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데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거의 모든 공공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국가정책과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당구장을 금연화하는 법안 통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금연구역 지정을 둘러싸고 앓았던 몸살도 더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다수가 당구장 금연구역 지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구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한국 당구문화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구와 담배' 좀처럼 떨어지지 않던 두 객체의 분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1993년 헌재가 청소년 출입을 허용한 이유

당구장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체육시설로 지정되어 엄연한 스포츠 구장이라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

1993년 5월 13일,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당구장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의 권리가, 환경적 요소를 이유로 청소년의 당구장 출입을 제한하는 규제보다 더 중요한 헌법적 가치가 있다면서 ‘18세 미만자의 당구장 출입금지’하는 체육 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 18세 미만자의 당구장 출입을 위해 당구장 환경의 변화를 위한 장치 마련과 함께 구성원들의 노력을 요구했다.

당구장이 법이 정한 체육시설에 준한 시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헌재의 판결 이후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당구장에 출입할 수 있었지만, 100여 년 동안 상업화되어 있던 당구장을 전면 금연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 당구장에 출입하는 학생들을 단속하기도 했지만, 당구장에 오는 청소년들이 모두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거나 당구를 치는 것 자체가 소위 ‘나쁜 짓’이라는 인식은 사라질 수 있었다.

만약 1993년 헌재의 판결이 없었더라면 청소년 시기부터 당구선수로 꿈을 키웠던 고 김경률과 조재호, 최성원, 김가영, 차유람 등의 당구 스타들은 지금처럼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갖춘 당구선수가 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청소년의 행복추구권과 당구선수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당구선수를 꿈꿨던 어린 꿈나무들이 당구장에 자유롭게 출입하며 실컷 당구 연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당구 스타들이 나올 수 있었다. 
 

24년 만에 제 모습 찾는 당구장

헌재의 요구대로 당구장이 전면 금연화되는 시간이 무려 24년이나 걸렸다.

당구장이 완벽하게 제 모습을 찾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당구장 금연화를 두고 긴 시간 동안 계속됐던 만큼 불협화음은 많이 사그라들어 금연법의 시행까지는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제는 공공구역 금연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시대 보편적인 흐름이고, 당구를 오락이 아닌 스포츠로 인식하고 그에 준한 환경에서 당구를 쳐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구장이 변화하면서 당구문화가 달라지게 되고 그로 인해 당구 종목은 1993년 이후 격변의 시기를 맞았던 것 이상의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달라지는 당구문화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가 편입되면 지금과는 본질이 다른 새로운 당구문화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당구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고령화 시대에 가장 대중에게 밀접하고 친근한 스포츠로 만들기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구계의 구성원들은 그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를 고민하여 새로운 당구문화에 대해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시스템화하여 당구문화와 정책으로 실현하게 되면 다시 또 지난 24년 만큼 긴 시간 동안 더딘 변화의 길을 걷거나 표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당구장이 80년대 후반에 유기장업에서 어렵게 체육시설로 편입되어 스포츠로 육성할 수 있었던 기반이 만들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금연법을 통해 당구장이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로 완벽하게 변화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